『나는 숨지 않는다』는 지식과 권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한 번도 숨어 살지 않았다. 사회가 보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가 몰랐을 뿐이다. 동시에 당대 한국사회에 만연한 ‘사연팔이’ 글쓰기에 저항하는 말하기와 듣기, 쓰기의 윤리에 모범이 되는 보기 드문 텍스트다. 그래서 이 책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글이 아니다. 나를 포함하여 지금 이 순간, 삶이 힘겹고 사람을 믿을 수 없는 이들에게 권한다. 이 책은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슬기로운 이웃들이 “친애하는 삶에게” 쓴 편지다.
- 정희진 (여성학자,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저자)
자기 삶을 서사화하는 일을 멈추지 않은 11명의 구술자, 그리고 이들이 대화 중 “크고 장엄하게 눈을 내리감는” 순간을 결코 놓치지 않는 3명의 청자/기록자. 이들이 거듭된 만남, 천천히 진행되는 대화 끝에 찾아낸 결론은 명확하다. 모든 상처받은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치유되고 다른 상처받은 이를 돌아보게 된다는 것. ‘사적인’ 불행은 없으며, 그러므로 ‘사적인’ 방식만으로 해결되는 불행도 없다는 것. 이 책은 소수자의 전형적인 ‘성장’과 ‘치유’를 말하지 않는다. 이해와 연대의 필요성을 애써 설득하지도 않는다. 다만 확신하게 한다. ‘좋은 삶’에 대한 사회적 각본이 바뀌면 이들이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 선택하는 어휘, 말할 때의 어조와 표정, 무엇보다 우리 모두의 ‘삶’이 모조리 바뀌리라는 것을. 바로 그 확신을 전하고자, 이 책은 당신 앞에 도착했다.
- 오혜진 (문학연구자, 『지극히 문학적인 취향』 저자)
세계의 가혹함을 마주 본 열한 분의 목소리를 담은 기록.
찬찬히 읽으며 마음을 다질 수 있는 책이다.
- 정세랑 (작가)
"여기서 성질을 더 죽이면 못살지"
이 말이 70대 홈리스 여성의 입에서 나왔을 거라고는
이 책을 보기 전까지 결코 알 수 없었다.
- 권김현영 (여성학자)
70대 홈리스 김복자의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남아 한참 잠들지 못했다.
취향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좋았다. 영화 〈소공녀〉 생각나네.
김복자님이 블랙커피에 설탕 한 숟가락, 오래 오래 마셨으면.
- 이라영 (작가)
자신을 향한 기대와 압력을 거부하고 맞서는 것이, 여성에게는 언제나 더 힘든 일이다. 앞으로도 이런 목소리들을 찾아 듣고 읽고 싶다.
- 최지은 (작가)
11명의 구술자와 3명의 기록자가 만들어낸 낯설고 새로운 이야기에 빨려 들어간다. 페미니즘은 누구나 소수자성을 지닌다고 말해왔지만, 이 책은 우리가 여태 만나지 못했던 이들의 이야기다. 때로 애잔하지만 주로 강력하고 시종일관 담담하다. 담담한데도 듣다 보면 눈물이 흐르다 못해 흐느끼게 된다. 쉴 틈 없는 분노에 진이 빠져 메말라버린 심장에 다시 뜨거운 피가 도는 느낌이다. 비난·비아냥·비관에도 자신을 사랑하는 것, 스스로 변하는 것,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것, 타인과 연대하는 것,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 사회를 변혁시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우리가 언제나 고민하고 실천하고자 하지만 벅찬 지향이다. 이 지향을 기어코 해낸 구술자들을 감히 우리들의 영웅이라고 칭하고 싶다.
- 김고연주 (여성학자)
내 앞에 있는 낯선 사람에 대해 어쩐지 안다고 느낄 때, 우리는 질문하지 않는다. 호기심이 사라진 자리에 혼자만의 착각과 섣부른 판단이 자라곤 한다. 그런 우리를 위해 이 책은 대신 질문해준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았나요?” 이 질문을 통해 우리는 기존에 알고 있던 세계를 통과해 다른 세계를 만난다. 호기심이 살아나고 상대의 삶이 입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할 때, 비로소 사람과 사람으로서의 만남이 시작된다. 책 속 묘현님의 표현처럼 “진동하면서 언덕을 넘는” 우리네의 삶에 대해 함께 웃고 가끔 화도 내며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되 또다른 전형성을 심어주지 않는 이 책의 힘이다.
- 김지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