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05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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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464쪽 | 718g | 143*210*30mm |
ISBN13 | 9788932920306 |
ISBN10 | 8932920303 |
발행일 | 2020년 05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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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464쪽 | 718g | 143*210*30mm |
ISBN13 | 9788932920306 |
ISBN10 | 8932920303 |
서문 로저 페더러 vs. 타이거 우즈 1장 조기 교육이라는 종교 2장 사악한 세계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3장 반복되는 일을 덜 할 때가 더 낫다 4장 빠른 학습과 느린 학습 5장 경험 바깥의 사고 6장 그릿이 너무 많아서 문제 7장 자신의 가능한 자아와 놀기 8장 외부인의 이점 9장 시든 기술을 활용하는 수평적 사고 10장 전문성에 속다 11장 친숙한 도구를 버리는 법 배우기 12장 의도적인 아마추어 결론 자신의 레인지를 확장하기 감사의 말 주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안타깝게 생각했던 것은 한글 제목을 잘못 지었다는 것이었다. 영어로 된 원제목은 다양성이나 변화의 폭을 일컫는 "Range"이며, 애초에 폭넓게 시작하고 성장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관점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가진 특성으로 이 용어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저자 역시 학창 시절 육상 선수였다가 대학 졸업 후 극지방에서 활동하는 환경 연구원으로 일했고, 지금은 스포츠 전문 기자 일을 하는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스포츠 선수와 관련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서문에서부터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와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를 비교하고 있다. 신동 타이거 우즈의 성장기에 대해서는 수많은 언론에서 다루었기에 익히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로저 페더러의 경우는 의외였다. 타이거 우즈가 받은 조기 교육은 없었고, 다양한 스포츠를 접해보면서 운동을 가볍게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타이거 우즈 같이 일찍부터 집중적으로 훈련을 시킨다는 개념, 즉, 어떤 분야이던 간에 전문성을 습득하는 일을 더 일찍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반기를 든다. 수많은 사례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운동 엘리트들은 초기에 훗날 자신이 전문가가 될 바로 그 종목에서 신중한 훈련에 쏟은 시간이 사실상 더 적었다고 한다. 대신에 그들은 전문가들이 샘플링 기간이라고 부르는 시기를 거친다고 언급하고 있다. 대개 체계적이지 않거나 체계가 엉성한 환경에서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한다면서 말이다.
그런 경험들을 통해 몸을 쓰는 기술들을 폭넓게 습득하게 되고, 또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후 그들은 한 분야에 집중해 기술을 갈고 닦을 준비를 하게 된다면서 말이다. 일반적으로 일찍부터 한 분야를 파고든 이들이 대학 졸업 후 더 먼저 자리를 잡지만, 늦은 전공자가 자신의 역량과 성향에 더 잘 맞는 일자리를 찾음으로써 늦게 시작한 사람의 불리함을 보완하게 된다고 말한다. 결국 깊이를 조금 희생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폭을 넓히는 쪽이 경력이 쌓여 갈수록 더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말이다. 체스나 골프 같은 경우 엄청나게 많은 수의 반복되는 패턴을 학습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기에 조기 교육을 통해 기량을 갈고 닦는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이런 분야는 예외에 속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렇게 반복되는 구조는 자동화하기 쉽기 때문에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 인간의 가장 큰 강점은 협소한 전문화가 아니라 바로 폭넓게 종합하는 능력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특히 협소한 전문화가 친절하지 않은 환경과 결합될 때, 친숙한 패턴의 경험에 의존하려는 인간의 성향은 끔찍한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엄밀한 통계적 규칙성을 지닌 규칙이 아주 조금만 바뀌어도 전문가들은 유연성을 잃고 협소한 기술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서 말이다. 게다가 자기 분야 너머에 관심거리를 지니지 않은 이들은 자기 분야에 창의적인 기여를 못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한편 오늘날 우리는 직접 경험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층의 추상적 개념을 써서 단편적인 정보들이 서로 어떻게 연관을 맺고 있는지 이해하는 분류체계를 통해 현실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개념들을 연관 지어서 다양한 맥락에 두루 쓸 수 있는 개념 추론 능력이 중요하다면서 말이다. 이렇게 어느 한 문제나 영역에서 얻은 개념 지식을 전혀 다른 새 영역에 응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보상이 따를 것이라 말한다. 이 책에는 어디서도 접한 적이 없는 상당히 놀라운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피글리에 델 코로의 활동에 대한 것이었다. 17세기 베네치아에서 번성한 매춘업소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낳은 아이들로 구성된 기교적인 음악 연주 단체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거기에 소속된 이들은 한 사람이 여러 다양한 악기들을 다룰 수 있었으며 비발디를 비롯한 여러 음악가들의 창의적 실험의 토대가 되어 주었다고 한다. 사실 음악 연주 분야의 많은 연구들을 비교해보면 음악 레슨이나 연습 시간의 양이 비범한 실력에 다다를지를 말해 주는 좋은 지표가 아니라고 한다. 음악 연주에 비범한 재능을 가졌다고 판단된 아이들은 세 가지 이상의 악기에 고루 노력을 분산시켰고, 느슨한 체계를 갖춘 레슨을 조금 받으면서 다양한 악기와 연주를 폭넓게 접한 뒤에 범위를 좁히고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연습량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고 한다. 게다가 레스 폴이나 장고 라인하르트 같은 재즈 기타 명인들은 악보도 제대로 볼 줄 몰랐다고 덧붙인다.
결국 무언가를 더 다양한 맥락에서 학습할수록 학습자는 더욱더 추상적 모델을 구축하며, 구체적인 사례에 덜 의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럴 때 학습자는 전에 접한 적이 없는 상황에 지식을 응용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고, 그것이 바로 창의성의 본질이라 언급한다. 이어서 학교 현장으로 들어가 관찰한 학습 전략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수학 교습 전략에 대해서도 절차 연습은 중요하지만 다양한 개념을 연결하는 문제를 많이 다루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학습이 지속성을 띠고 융통성을 가지려면 빠르고 쉽게 배우는 전략은 피해야 한다면서 몇 가지 바람직한 학습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학습을 더 힘들고 느리고 좌절감을 주도록 만드는 것이 나중에 더 좋다는 의미로 바람직한 어려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설령 틀린 답을 내놓는다고 해도 스스로 답을 제시하려고 애쓰는 것이 나중의 학습을 강화시킨다는 생성 효과와 학습자가 오답인데도 맞다고 더 자신할수록 그 뒤에 정답을 알게 될 때 그 정보가 더 오래 남는다는 과잉 교정 효과, 연습 시간들 사이의 간격은 학습을 강화하는 어려움을 형성한다는 간격두기와 분산연습 전략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큰 실수를 견뎌 낼 때 가장 나은 학습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단기적으로 허우적거리게 만들지만 장기적으로 이득을 제공하는 교수들이 연결을 통해 심층 학습을 촉진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지식이 융통성을 띠려면 다양한 조건에서 학습되어야 한다면서 이른바 혼합 연습, 또는 교차 연습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사례들을 뒤섞어 제시할 때 학생들은 추상적 일반화를 하는 법을 터득함으로써 전에 접한 적이 없던 학습 내용에 배운 것을 응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말이다. 특히 겉보기에 당면한 문제와 너무나 동떨어진 듯한 유추들을 살펴보고, 당면한 문제와 깊은 구조적 유사성을 지닌 다른 문제들을 살펴보고, 직관이 지배하도록 허용하기 전에 다양한 대안들을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유명한 천문학자인 케플러가 지동설을 주장하게 된 과정이 바로 유추라고 한다. 그는 유추를 통해 천체의 현상들에 적용되는 인과적인 물리 법칙들을 최초로 발견했으며, 유추과정에서 막힐 때마다 실제로 한 일은 그 영역을 완전히 벗어나 생각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어서 이야기는 이 책의 한글 제목과 연관된 쪽으로 흐른다. 우리가 잘 아는 화가 고흐는 미술상과 교사, 서점 점원, 목사, 순회 전도사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한 끝에 서른 세 살 무렵에 미술 학원에 들어가서 10년 어린 학생들과 함께 미술을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그 학원도 몇 주 뒤 그만두게 되었지만 그는 끊임없이 한 미술 실험에서 다른 실험으로 계속 넘어갔다고 한다. 이렇게 실패함으로써 자신의 재능 및 관심사에 더 잘 맞는 일을 시도할 자유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앞서 언급한 이른바 샘플링 기회가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언급하고 있다.
어떤 예기치 않은 경험이 예기치 않은 새로운 목표나 예기치 않은 재능의 발견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면서 나 자신을 점점 더 알아갈수록 목표와 관심사는 계속 변해간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우리는 살아온 시간도 경험도 적고 접하는 맥락의 범위도 좁은 어린 시기에 확고한 장기 목표를 세울 준비가 제대로 안 되어 있다면서 자신의 이야기는 계속 진화하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미리 아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배운다면서 것이다. 즉, 나는 정말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일까에 확고한 답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 말고 자신의 다양한 자아들 중 어느 것을 지금 탐구하기 시작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자신의 가능한 자아들을 가볍게 시험해보라고 조언한다. 이 대목에서 미국의 걸스카우트 연맹 CEO를 역임한 헤셀바인의 사례를 들고 있는데, 경영 그루 피터 드러커가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CEO라 칭송했던 그녀는 50대 중반에야 정식으로 직업을 가지고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특히 전세계 빅데이터 경진대회라 할 수 있는 캐글에서 우승하는 사람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과 함께 유달리 깡마르고 정맥이 뛰어나온 것이 특징인 에머리드레이푸스병을 앓고 있는 한 여성이 해당 유전 질환의 연구 방향을 바꿔 놓은 이야기, 시든 기술을 활용하는 수평적 사고를 통해 오늘날 닌텐도라는 기업을 만들어낸 요코이 군페이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다.
또한 3M에서 특허를 가장 많이 내는 사람들은 한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을 전혀 새로운 분야에 적용해 온 석학형 인재라는 이야기, 미야자키 하야오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내놓기 전까지 만화와 애니메이션 분야의 거의 모든 장르의 작품들을 내놓았었다는 이야기,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사례 연구로 제시하는 카터 레이싱이 실은 오링 문제로 폭발한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 발사 전날 밤에 열린 비상대책 회의를 재연한 것이라는 이야기,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들지 않고 5년마다 다른 연구 주제로 옮겨 다녔던 노벨상 수상자들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을 번역한 이한음 씨가 옮긴이의 후기에서 이야기한 것에 맞장구를 칠 수밖에 없었다. 요새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구체적으로 자기 진로를 정하라고 강요 받는다면서 대체 앞날이 어찌 될지 누가 안다고 그런 주문을 하는 것일까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의문은 몇 년 전 중학교에 진학한 우리 집 첫째 아이를 보면서 나도 제기하기 시작했다. 대학 입학에 유리한 자기소개서와 학생부를 만들기 위해 그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중학교의 자유학기제 운영과 진로 탐색을 보고 더 실망했다. 어쨌든 이 책에서는 살아가면서 빨리 길을 찾아 초전문가가 되기 보다는 계속 단기적인 목표를 추구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찾아가라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분야 간 경계를 뛰어넘는 사람이 창의적이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서 말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의 서두에 두 명의 스포츠 스타가 등장한다. 두 살때부터 아버지에 의해 골프를 시작해 현재 PGA 82승을 기록하고 있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그리고 이것저것 각종 운동 종목에 손을 댓다가 뒤늦게 스스로 진로를 결정한 테니스계의 영웅 로저 패더러. 전자가 조기 전문화로 성공한 유형이라면, 후자는 늦깎기 전문화로 성공한 인물이다. 우리의 삶을 성공으로 이끌어 주는 것은 어느 길일까?
이 책은 미국식 자기계발서이다. 앞서 이야기한 두 유형에 해당하는 운동선수, 예술가, 발명가, 과학자 등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저자가 의도하는 결론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상식적으로 이해한다면 성공하는 유형에는 이런 모습도 있고 또 그리고 저런 모습도 있을 텐데 꼭 하나의 답을 찾아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 생각은 이렇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인생에서 성공을 이루는 전략은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타이거 우즈처럼 일찍 전공을 정해 그것을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능률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한 분야를 협소하게 정해두고 조기전문화 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저자는 각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 많은 사람들은 폭 넓은 관심과 지적 호기심을 가진 로저 페더러 같은 유형의 늦깍기 제너럴리스트라고 이야기한다. 여러 분야를 탐색하고 보내다가 뒤늦게 한곳에 정착하면서 전혀 다른 분야의 지식을 연결하고, 유추하고, 종합하는데 탁월한 사람들이 오늘날처럼 전문화된 세상에서 성공하기 쉽다는 것이다. 나의 길을 찾기 위한 다양한 탐색의 기간이 시간낭비가 아니라 더 큰 완성을 위한 준비기간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의 결론은 좁은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제너럴리스트가 낫다는 것이다. 경험을 통한 조기학습이 그 분야에 있어서 완벽함을 더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경험한 세계 그 이상을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랜 경험을 통해 골프나 체스와 같이 한 분야의 기량을 키울 수는 있지만, 우리 일상에서의 성공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넓은 시야나 종합적 판단력을 키워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린 너무 조급하게 성공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조금 느긋한 자세로 자신을 키워가는 그런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책 마지막 부문에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잘 정리되어 있는데, 이를 소개하면서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더 젊은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오늘의 자신을 어제의 자신과 비교하라. 사람은 저마다 발전 속도가 다르다. 그러니 누군가를 보면서 자신이 뒤처져 있다는 느낌을 받지 말기를. 당신은 자신이 정확히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조차 모를 수 있다. 그러니 뒤처져 있다는 느낌은 아무 도움이 안된다. 대신에 허미니아 아이바라가 진취적으로 업무 적합도를 추구하는 이들을 위해 제시했듯이, 실험을 계획하기 시작하라. (405쪽)
빌 게이츠가 추천하기도 했지만(http://blog.yes24.com/document/13516368), 사실 그가 추천했다는 기사를 보기 전부터 내 목록에 올려놓았던 책이다. 누가 맨 처음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최재천 교수에게서 들은 것으로 기억하는 “깊게 파려면 넓게 파라.”는 말을 아주 인상 깊게 받아들이고, 또 무척이나 옳은 말이라 여기는 입장에서 이 책은 필독서였다(《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를 읽으며 “가장 스페셜한 제너럴리스트”라고 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http://blog.yes24.com/document/9721520).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두 가지 모델을 제시한다. 타이거 우즈와 로제 페더러. 한 사람은 오로지 골프에만 매진하는 조기 교육을 통해 세계 정상에 올랐고, 또 한 사람은 다양한 경험 끝에 테니스 선수로 오랫동안 세계 랭킹 1위를 지켰다.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로 성공한 사례이지만, 우리 사회는 대체로 타이거 우즈의 사례에 더 집중한다. 어렸을 때부터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갈고 닦아서 정상에 오르는 모델이다. 그래서 조기 교육의 열풍이 불었고, ‘1만 시간의 법칙’이 유행했다(말콤 글래드웰의 책이 한 몫을 했고, 솔직히 나도 그 책을 읽고 적지 않게 공감했었다).
그런데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세상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늦깎이로서 성공한 사례가 더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골프나 체스와 같은 협소하고 친절한 세계에서나 조기 교육이 절대적일 뿐이다. 우리의 대부분의 세계는 ‘사악한’ 세계이며, 그 사악한 세계에서는 협소한 전문 지식만 가지고서는 대처할 수 없다. 반복을 통해서 한 가지 일에 익숙해지는 것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나으며, 빠르게 학습하고 평가받는 것보다, 느리게 어렵게 공부하는 것이 오래 남으며 효과도 좋다. 경험 내에서 판단하는 것보다, 경험 밖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것이, 외부인이 참여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늘 최신의 기술을 결합시키는 것보다 ‘시든 기술’을 활용하는 수평적 사고가 효과적일 수도 있으며, 전문가라는 사람(‘고슴도치’)의 예측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일반인들(‘여우’)의 예측보다 못하다. 친숙한 도구나 절차를 유지하고 고집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으며, 의도적인 아마추어가 획기적인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이러한 예를 다양한 분야에서 찾고 있다. 과학, 기업, 군대, NASA, 일본의 닌텐도, 미래 예측 분야, 미술 등등. 사실 우리말 제목에 ‘늦깎이 천재’라고 써서 그렇지, 그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원제가 더 잘 표현하고 있다. ‘Range’. 달리 번역하지 않고, 그냥 ‘레인지’라고 쓰고 있는 이 말은 그냥 ‘범위’라고 하는 것보다 훨씬 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다양성을 의미할 수 있으며, 그 다양성은 개인의 경험과 교육의 다양성, 어떤 집단 구성원의 다양성, 접근 방법의 다양성 등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 레인지를 갖추고 있는 이들이 성공, 혹은 행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는 결론적으로 ‘뒤처진다고 느끼지 마라.’라고 하고 있다. 일찍 시작하고, 더 앞서 나가는 사람과 비교하는 게 아니라, 오늘의 자신과 어제의 자신과 비교하라고 한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있을 수도 있지만, 뒤처졌다는 느낌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방황하는 현재가 결국엔 미래에 큰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강조한다.
그러나 전문성 자체를 폄하할 수는 없다. ‘넓게 판다’는 것도 사실은 ‘깊게 파기’ 위해서다. 일찍 자신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람도, 끊임없이 자신의 레인지를 넓히려고 하고, 또 자신의 경험을 극복하려 하고, 또 외부로부터 새로운 시각을 끌어들이려한다면, ‘제너럴한 스페셜리스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