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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너리 푸드 : 오늘도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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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 시리즈-00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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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96쪽 | 188g | 115*180*20mm
ISBN13 9791190403634
ISBN10 119040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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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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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해에 처음 나온 머윗잎과 두릅에 집착한다. ‘첫’ 머윗잎으로, 그리고 ‘첫’ 두릅으로 장아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두릅은 커지고 가시가 더 뾰족해진다. 머위는 잎이 우산만 하게 커지는데 그러면 안 된다. 장아찌를 담기에는 부적절하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백번을 다시 태어난다 해도 최상의 장아찌는 될 수 없다. 아무리 장아찌액의 비율을 환상적으로 맞춘다고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나는 내려놓았던 두릅과 머윗잎을 다시, 모두, 집었다.
---「봄과 나약한 연인」중에서

요즘의 나는 아보카도를 살 일이 있을 때 한 번에 네 개를 산다. 모두 과일 바구니에 올려두고는 오며 가며 색깔의 추이(?)를 살피는데, 각 집의 실내온도와 습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집에 온 지 사흘 정도면 때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에는, 갈색으로 변한 아보카도를 만져봐야 한다. 갈색으로 변했다고 하더라도 말랑말랑하지 않으면 아직 때가 안 된 거다. ‘어떤 느낌’을 받아야 한다. 아보카도를 손에 쥐었을 때, 껍질과 과육이 분리되었다는 느낌이랄까. 겉흙이 말랐을 때 물을 주라는 화원 주인의 말처럼 야속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잘 익은 아보카도는 손에 쥐었을 때 느낌이 다르다.
---「완전무결한 아보카도와」중에서

이럴 때의 나는 지체하지 않는다. 생각이 날아갈까 급히 메모장을 찾는 것처럼 냉장고를 급박하게 열어 내가 필요로 하는 재료들을 정렬시킨다. 그러고는 머리에 잠시 떠오른 생각이 날아가기 전에 손을 움직인다. 마치 화학자가 된 기분이다. 비커나 샬레를 쓰지 않을뿐더러 원소기호도 모르는 내가 말이다. 종종 스스로 기이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무슨 인류의 운명을 바꿀 발견도 아니고… 이게 뭐라고 이렇게나 조속히 처리해야 할 일인지….
---「시소 김밥」중에서

온갖 허브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방앗잎을 먹자마자 깊은 애정을 느꼈다. 나는 허브를 먹기 위해 요리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허브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이다. 파부터 시작해 샬롯과 펜넬과 양하 같은 향 나는 야채부터 딜, 고수, 이탤리언 파슬리, 처빌, 민트, 바질, 루콜라 같은 향 나는 온갖 풀을 좋아한다. 이것들이 없는 식탁은 상상하기 싫다. 하루에 한 번은 향 나는 야채를 먹어야 제대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방아와 깻잎과 장어와」중에서

이 모든 것은 완두콩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식물의 연두색에 꼼짝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완두콩 때문에 알게 되었다. 슈퍼에서 완두콩을 보면 늘 마음이 급해졌다. 어서 집으로 데려가고 싶다는 생각에. 어쩌자고 망사 주머니도 연두색인지…. 연두색 망사 틈으로 보이는 완두콩의 꼬투리… 색과 형태가 완벽하다. 이 꼬투리를 엄지손가락으로 눌러 가르고, 벌려, 콩알들이 얼굴이 내미는 순간을 보는 건 도무지 지루하지가 않은 것이다. 아, 이 연두가 주는 흥분이란.
---「연두가 주는 흥분에 대하여」중에서

다시 야채가 아닌 것들도 먹게 되면서 야채만 먹을 때보다 야채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어쩌면 필레미뇽보다도 가니시로 나오는 구운 야채를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초록 기운에 반응하는 것이다. 채식주의자처럼 ‘주의자’를 붙여본다면 초록주의자? 아니면 ‘친록파’ 정도라고 하면 될까?
---「초록의 기운으로 오늘도」중에서

내가 사랑하는 간편식이란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땡 음식’이 아니라 10분 안에 모든 조리가 끝나는 ‘간단 요리’다. 몇 번 해보니 알게 되었다. 동남아 음식은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귀찮은 것은 싫어하는 나를 위한 음식이라는 걸 말이다. ‘간편식’ 혹은 ‘간단 요리’를 추구하는 내게 최적화된 음식임을 말이다. 게다가 허브마저 듬뿍 넣을 수 있고!
---「짜릿함을 추구하는 건 아닙니다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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