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1장 장례식
2장 동창회 3장 우편물 4장 유리 5장 보르조이 6장 시어머니 7장 학교 8장 밀회 9장 교신 10장 추억 11장 노인 12장 소설 13장 비밀 14장 옛 친구 15장 심령 16장 편지 마지막 이야기 유서 |
저이와이 슌지
관심작가 알림신청Shunji Iwai,いわい しゅんじ,岩井 俊二
이와이 슌지의 다른 상품
역문승준
관심작가 알림신청문승준의 다른 상품
네가 죽은 건 작년 7월 29일이었다.
내가 너의 죽음을 알게 된 건 그로부터 3주 정도 지난 8월 23일이었다. 네 여동생 유리에게서 네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순간에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어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솔직히 지금도 그 사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만큼이나 너의 죽음이 내게는 큰 충격이었다. 나는 충격에서 미처 헤어나지 못한 채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을 다 쓸 무렵에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평온해질까? 네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될까? --- pp.8~9 소설가 해도 되겠는걸. 그 소녀의 한마디에 휘둘린 결과 나는 지금도 소설가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바보가 세상에 또 있을까. 이렇게 다시 네 목소리를 들으니 지금까지 소중히 간직해왔던 기억이 업데이트되어 흐릿했던 영상이 또렷해지는 듯한 착각조차 일었다. 아니,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실제로 일어난 현상이었다. 실제로 머릿속에서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부서질 것 같았다. --- p.46 “사실은…… 언니가 죽었어요.” 갑자기 네 ‘죽음’을 선고받은 나는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못한 채 그 선고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쩌면 네가 결혼했다는 선고를 받는 게 더 가슴 아팠을지도 모른다. 그만큼이나 나는 어떤 무감각하고 무감동한 마음으로 네 ‘죽음’을 전달받았다. 유리도 내 차가운 반응을 의외라고 생각했을까. 아니, 그렇게 느낀 건 내 착각일 뿐이고 유리가 보기에는 엄청난 충격을 받은 내가 그곳에 있었을 것이다. --- p.184 아유미는 나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여주었다. 봉투 겉면에 ‘아유미와 에이토에게’라고 적혀 있었고, 뒤를 보니‘엄마가’라는 문구가 있었다. 네 유서. 안을 보니 이럴 수가. 나와 네가 둘이서 만든 답사의 원고가 아닌가.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가 그 원고라니 대체 무슨 뜻일까? 어떤 메시지를 담은 걸까? 이것만은 네게 물어볼 수밖에 없다. 네가 대답해주지 않으면 나는 언제까지고 이 의문을 품은 채 살아갈 것이다. 너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 pp.246~247 |
분명 네가 아닌데 너라고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미사키」라는 데뷔작을 내놓은 이후로 이렇다 할 후속 작품을 쓰지 못하고 있는 소설가 오토사카 교시로는 우연히 중학교 동창회 소식을 듣는다. 첫사랑 미사키가 건넨 단 한마디의 말로 소설가의 길을 걷고 있는 오토사카는, 혹시 미사키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동창회에 참석하지만 그 자리에 나타난 사람은 미사키를 좋아했던 오토사카를 짝사랑한 미사키의 여동생 유리였다. 게다가 유리는 미사키인 척하며 모두에게 거짓말을 한다. 오토사카는 유리의 속내가 궁금하지만 24년 만에 첫사랑 미사키와 재회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호기심을 살짝 덮어둔 채 마사키를 자처하는 유리와 연락을 이어나간다. 오토사카는 미사키의 소식을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었지만 유리를 통해 미사키의 아이들 소식을 비롯해 유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유리의 연기를 모른 척할 수 없었기에 다짜고짜 유리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자신의 인생을 뒤흔들 만한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한다. |
잘못 전해진 편지가 불러온 가슴 시린 첫사랑의 기억
이와이 슌지는 2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소심하고 미련한 주인공의 심리를,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가 잘 발달된 요즘 시대에는 어찌 보면 퇴화된 매개체나 다름없는 편지를 통해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이와이 슌지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은 우리로 하여금 그때 그 시절 설레고 풋풋했던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 속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준다. 이 작품에서 편지는 단순한 추억이나 감성 소환용이 아니다. 요즘 시대에 편지는 흔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님에도 우연찮게 등장인물들이 편지로 소통하게 됨으로써 각자가 가지고 있는 아픔을 극복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라스트 레터』에는 오토사카와 유리, 미사키 자매의 딸들과 오토사카, 유리의 시어머니와 대학교 은사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편지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 편지는 손 편지를 써본 적이 없는 요즘 세대에게는 편지로써 부모 세대의 옛 시절과 조우하는 계기가 되고, 기성세대에게는 과거의 추억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치유의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첫사랑을 떠올려본 지가 언제인가요? “이건…… 네 앞으로 보내는 나의 마지막 연애편지라 생각하고 읽어주면 고맙겠어.” 이와이 슌지는 영화 [러브 레터]를 통해 어리고 여렸던 그 시절 우리들에게 애절하고 아련한 감성을 선물해주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마지막 ‘러브 레터’와 같은 작품 『라스트 레터』로 다시 한번 그때의 감동을 재현하고자 한다. 이 소설에는 20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변함없는 이와이 슌지만의 순수하고 가슴 시린 감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누구나 생각만으로도 설레고 눈물이 차오르는 첫사랑의 기억이 하나쯤은 있다. 『라스트 레터』와 함께 잊고 지냈던 그 시간들을 꺼내어보는 게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