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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불확실

한 사람의 불확실

[ 양장 ] 민음의 시-27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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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8월 2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338g | 124*210*15mm
ISBN13 9788937408939
ISBN10 8937408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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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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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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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같은 장소에 갔는데
당신이 없었기 때문에 당신이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내가
돌아갑니다

파출소를 지나면 공원이 보이고
어제는 없던 풍선 몇 개가
떠 있습니다
사이에는 하늘이
매듭을 지어 구름을 만들었습니다
--- 「매듭」중에서


먼 거리였지만 옆집 언니를 발견한 너는
갑자기 청색 모자를 쓴 남자였다 네가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나는 남자를 따라 모퉁이로 향했다

튤립이 피어 있었다 남자의 뒤꿈치에 밟힌
튤립처럼 나에게 푸르고 검은 거미줄이 묻었다
내 손에 거미가 붙었다고 언니가 알려 주었다
남자 대신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언니는
나를 잡아당겼다 물에 젖은 나방을 발견했을 때
누군가 내 어깨를 밀쳤다
--- 「우리의 믿음이 만약 우리와 같다면」중에서


유미에게 나보다 친한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동물이나 식물이라고 해도 좋다. 돌아오는 유미의 걸음을 늦출 수만 있다면
뭐라도 하겠지만…… 내가 달리 뭘 할 수 있을까?
서두르지 않으면 정말 외출을 하기 어려워진다.
어젯밤도 유미는 즐거웠을까?
전과 같은 미소를 볼 수만 있다면 어떤 시련도 견딜 준비가 되어 있는데……
지금 하품이 나와?
유미의 목소리다. 그렇다면 아침이었다.
--- 「경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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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내미는 나의 손길이 어디에도 닿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 실물감 너머에서 발생하는 저 유령의 순간을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끼는 이가 또 있을 것이다. 나도 저런 유령 하나쯤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고, 나도 모르게 저 유령의 삶을 껴안고 있는 사람이라고, 어쩌면 저 유령의 순간을 한 번도 잊어 본 적 없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가 더 있을 것이다. 이 시집은 희미하게 들려오는 그 고백들을 기억하듯이 기억하듯이 미리 써내려 간 유령 일기다. 그 흔한 비명이나 울음 한 점 없이도 아프게 아프게 들려오는 밤의 일기다.
- 김언 (시인, 「추천의 글」중에서)
반듯하게 탈구된 문장으로 오은경은 친밀한 세계의 낯섦을 서늘하게 펼쳐 보인다. 캔 음료를 따다가. 감쪽같이 사라질 신발을 미리 신다가. 케이크를 들고 친구네 집의 초인종을 누르다가. 한없이 맑은 스산함이 등골을 타고 오른다. 어깨가 굳는다. 긴장 풀어. 불확실한 입술이 움직인다. 같이 누울래? 불확실한 손이 목덜미에 닿는다. 뒤를 본다. 눈을 뜬다. 뜬눈을 다시 뜬다. 한 사람이 더 있다. 당신에게 빙의된 불확실한 한 사람이.
- 신해욱 (시인, 「추천의 글」중에서)
오은경의 시에 유일한 사건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 혹은 ‘너’라고 지칭되는 누군가의 떠나감이다. 이 떠나감은 이미 일어난 일이며 돌이킬 수 없다. 그러므로 시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무언가가 잘못되어 있으며, 거기엔 바꿔야만 하는 것이, 그러나 바꿀 수 없는 것이 놓여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이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의 반향이고 파문이다. 오은경의 시는 이 파문의 부차적인 지위에 끈질기게 머무르며, 글쓰기를 촉발한 사건 그 자체는 단지 흔들리는 물결의 표면으로부터만 간신히 추측될 뿐이다.
- 강보원 (문학평론가, 「작품 해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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