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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올리버의 국내 첫 시집] 퓰리처상 수상 시인 메리 올리버의 시집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되었다. 경이로운 자연과 모든 형태의 삶과 죽음에 바치는 사랑의 시 36편이 담겨 있다. 자연에 영혼을 불어넣고 어둠 속 한 줄기 빛을 건져 올리는 메리 올리버의 언어는 반복되는 서늘한 날들 속에서도 우리를 다시 일으킨다. -소설MD 김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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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닷가로 내려가
마침 거기 서 있다가 어리석다고? 아니, 그렇지 않아 정원사 황금사원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후에 만약에 내가 잘 가렴, 여우야 하나의 세계에 대한 시 그리고 밥 딜런도 세 가지를 기억해둬 허리케인 오늘 맨 처음 퍼시가 돌아왔을 때 어둠이 짙어져가는 날들에 쓴 시 블레이크는 죽어가며 흉내지빠귀 이끼, 산들, 강들 천 개의 아침 옛이야기 붕, 붕 난 결심했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초록, 초록은 내 자매의 집 그 순간 세상의 이치 공항 활주로 확장 조수 썩은 그루터기에서, 무언가 우리의 숲에는, 가끔 진귀한 음악이 조간신문 시인은 인간의 본성을 우리의 근원인 바다에 비유하지 아름다운 장소들로의 여행에 대하여 많은 해답들을 가진 사람 인생 이야기 “나는 나의 개 퍼시를 생각하게 될 테니까” 바라나시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메리 올리버를 향한 찬사 |
저메리 올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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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민승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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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신이 무엇을 믿건 무엇을 믿지 않건
당신을 설득할 생각은 없어. 그건 당신 일이니까. 하지만 난 굴뚝새의 노래를 들으며 생각했지, 이게 기도가 아니면 무엇일 수 있을까? 그래서 펜을 들고, 잠자코 그 노래를 들었지. ---「마침 거기 서 있다가」중에서 그래, 맞아. 당신은 삶에 대해 당신의 똑똑한 말들로 그 의미를 숙고하고 곱씹으며 야단법석을 떨지만, 우린 그저 삶을 살아가지. 아! 궁극적으로 삶의 의미를 알아낼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 그런데 왜 그걸 알아내려고 그 많은 시간을 쓰는 건지. 당신은 야단법석을 떨고, 우린 살지. ---「잘 가렴, 여우야」중에서 그러니 오늘, 그리고 모든 서늘한 날들에 우리 쾌활하게 살아가야지, 비록 해가 동쪽으로 돌고, 연못들이 검고 차갑게 변하고, 한 해의 즐거움들이 운명을 다한다 하여도. ---「어둠이 짙어져가는 날들에 쓴 시」중에서 하지만 나무는 나의 자매고, 그녀는 높은 허공의 초록 오두막에서 홀로 살고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아, 그녀는 초록 손으로 박수 치며, 초록 머리칼을 흔들며, 나를 환영해줄 거야. 진실로 ---「초록, 초록은 내 자매의 집」중에서 예쁜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여기 오지 마. 대신 그림을 봐, 아니면 수선화를 기다리든지. 지금은 봄, 어수선한 숲속, 소란스러운 연못가 봄은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늘 그럴 거야 ---「썩은 그루터기에서, 무언가」중에서 이 외출, 이 매이지 않음, 중력과 단일한 형상을 벗어날 해결책. 지금 나는 여기 있고, 나중에는 저기 있을 거야. 나는 저 작은 구름이 되어, 물을 내려다볼 거야, 멈추어 있는 구름, 흰 다리를 든 구름, 아기 양처럼 보이는 구름. ---「인생 이야기」중에서 |
“너무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너무도 태평하게”
경이로운 자연 세계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의 선언 메리 올리버는 자연 세계의 일원이자 관찰자로서 셀 수 없이 많은 아침, 숲을 산책하고 바닷가를 거닐며 주의 깊게 보고 듣고 느낀 모든 순간을 기록한다. 잎을 세기 위해 무모하게 나무에 오르기도 하고, 쥐똥나무에서 들려오는 굴뚝새의 열정적인 노랫소리를 들으며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잔잔했다가 일순 난폭해지는 바다를 보며 인간의 본성을 떠올리기도 한다. 오랜 시간 지켜봐온, 일견 비슷한 풍경을 두고도 그는 또 다른 신비를 발견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가끔 나는 나무 한 그루의 잎들을 세느라 종일을 보내지. 그러기 위해선 가지마다 기어올라 공책에 숫자를 적어야 해. (…) 물론 언젠가는 포기를 하게 되지만 그때쯤이면 경이감에 반쯤은 미쳐버리지―무수한 잎들, 고요한 나뭇가지들, 나의 가망 없는 노력. 그 달콤하고 중요한 곳에서 나, 세상-찬양 충만한 큰 웃음 터뜨리지. ―23쪽 「어리석다고? 아니, 그렇지 않아」에서 한편, 구체적인 사안을 언급하며 인간 세계에 대한 불신과 경멸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세상을 사랑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연을 “풍요로운 곤죽”으로 만들고, 진귀한 야생 공간을 지키기는커녕 개발하여 공항 활주로를 확장하려 드는 사람들. 매일같이 조간신문에서 목격하는 것이라곤 이처럼 자신을 수치스럽게 하는 재난 같은 결정들이다. 그러나 메리 올리버는 인간의 오만과 이기심으로 인한 절망까지도 우아한 시로 승화시켜, 우리 또한 자연 세계의 일부라는 인식을 하도록 촉구한다. 위원회의 선량한 시민들은/ 모든 것을 더하는 데/ 표를 던지지./ 나는// 이른 새벽에/ 희끄무레한 모래언덕들로 나가,/ 황야의 빈 공간들을/ 둘러보지.// 왜냐하면 거기 무언가가 있으니까,/ 거기에 그것밖에 없을 때 무언가가 있어,/ 거기에 다른 것이 있을 때는 없는 것. ─101쪽 「공항 활주로 확장」 “모든 서늘한 날들에 우리 쾌활하게 살아가야지” 어둠에서 빛을 건져 올리는 용감한 위안의 언어 메리 올리버 노년에 출간된 이 시집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다층적인 고찰이 돋보인다. 나이 들어가면서, 교감하던 대상들과의 이별을 경험하면서 가까워진 ‘죽음’의 어두운 이미지는 점차 긍정된다. 특히 사랑하는 반려견 퍼시의 죽음은 메리 올리버에게 큰 슬픔을 안겼지만, 그는 시 안에서 퍼시를 소환하여 회상하고 애도하고 새로운 추억을 덧입혀 웃음 짓게 된다. 시인은 남겨진 자의 슬픔을 시를 통해 극복함으로써 죽음이 영영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공유한다. 그는 작지만 용감했으니까.// (…) 그는 잘 때 코를 조금밖에 안 골았으니까.// (…) 그는 상한 몸으로 내게 와서 오래 살지 못할 게/ 분명했지만, 하루하루를 제대로 누렸으니까.// (…) 그는 병이 날 때마다 이겨내고 또 이겨냈으니까./ 이겨낼 수 있을 때까지 이겨내다가 떠났으니까.// (…) 그는 나를 사랑했으니까. ―133~137쪽 「“나는 나의 개 퍼시를 생각하게 될 테니까”」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끝없이 고민하던 메리 올리버는 「정원사」에서 “나는 충분히 살았을까? 나는 충분히 사랑했을까?”라고 자문하기에 이른다. 마음속을 어지럽히는 질문들은 “정원으로 걸어 들어가”며 갈무리되고, 내면의 정원에 들어선 그는 비로소 정서적 압박에서 벗어나 고요한 휴식을 취하게 된다. 야생 한가운데서 평화롭게 자신의 죽음을 그려보는 메리 올리버를 통해 독자는 평온이 허락되는 순간의 감각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며 위안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외출, 이 매이지 않음,/ 중력과 단일한 형상을 벗어날 해결책./ 지금 나는 여기 있고, 나중에는 저기 있을 거야./ 나는 저 작은 구름이 되어, 물을 내려다볼 거야,/ 멈추어 있는 구름, 흰 다리를 든 구름,/ 아기 양처럼 보이는 구름. ―131쪽 「인생 이야기」에서 |
우리는 저절로 아름답다. 뭔가 쓰려고 펜을 들었다가 그대로 멈추고, 어떤 생각이 떠오르든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둔 채, 다만 우리 앞에 펼쳐지는 세계를 바라볼 때, ‘몇 송이 백합 혹은 굴뚝새 혹은 신비한 그림자들 사이의 송어, 차가운 물, 거무스름한 떡갈나무’는 지금 이 순간 완벽하다. 이게 우리에게 단 하나뿐인 세계라는 게 믿어지는가? 난 믿어진다. 이 책에 실린 시들을 읽고 또 읽으며, 메리 올리버처럼 세계를 바라보는 법을 배웠으니까. 이건 완벽한, 단 하나의 세계다. 이런 세계 속에서는 우리 역시 저절로 아름다워진다. 한 줄 한 줄 따라 읽는 동안 생각의 쓸모는 점점 줄어들고, 심장의 박동은 낱낱이 느껴지고, 오직 모를 뿐인데도 아무것도 잘못된 것이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만약에 내가 수피교도라면 분명 돌고 돌고 도는 수피춤을 추고 있겠지.’ 메리 올리버의 시는, 내가 그대로 따라 추고 싶은 춤이다. - 김연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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