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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밤의 해안 벚꽃인사 오리나무 수꽃 거위벌레의 편지 복수초 이팝나무꽃 도깨비바늘 찔레꽃 필 때 산국차를 마시며 사랑초 노루귀 피다 바위떡풀 민들레 합창 봉화산 연가 제2부 청띠제비나비 다시 올지 모른다 봄, 피다 부부 우화 4월에 내린 눈 수선화 갓꽃 벚나무 가지 너머로 방을 얻다 도토리거위벌레 도롱뇽 인사법 도롱뇽이 다녀갔다 편백 숲에 비가 오면 톡 혹은 툭, 그 너머로 새참 제3부 금오도 민박집 사내 여수 흰발농게 꽃무릇에게 조계산에서 제주의 바람 해녀의 노래 홍주 광릉수목원에서 명부전 왕벚꽃 소문 동백꽃 그늘 아래로 빙어 첫사랑 붉은 조팝꽃 기역 니은의 방 제 4부 바람의 유언 모란 발아의 시간 여름, 에피소드 가정통신란 시간을 베다 밥 액자 아름다운 고백 아버지의 지게 그 남자 파라미 큰 절 받다 양지꽃 날 저물도록 해설 낯익은 세계를 낯선 마음으로 본 표징들 / 신병은(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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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의 시간
? 여름이 오면 서까래에 못을 박아 종자마늘을 달며 땀을 훔치시던 아버지, 그 사다리를 서로 받쳐 들고 깔깔거리며 웃었어 그런 날이면 솥단지에 라면이 끓어오르곤 했었지 그걸 먹고 나면 좋아서 절간의 추녀처럼 대롱거리다가도 곧잘 싸우기도 했었지 방으로 달려오던 어머니가 때리던 부지깽이 눈물 나게 아팠지 이제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집을 짓는 왕거미도 쉬고 싶은 한낮, 아버지와 그의 아버지가 쌓던 발아의 집 지금 대문 밖에는 노란 선인장, 가시도 어여쁜 꽃들 ----------------------------------------------------------------------------------------------- 오리나무 수꽃 찰나, 그의 두 팔은 위대했다 나뭇가지에 물오르는 소리 번진다 저만치 달아나버린 꼬리가 바람을 물고 종소리에 흩어진다 땡 땡 사방으로 떨어지는 폼이 공중그네처럼 아슬하고 허공을 오르는 애벌레 같아 아이들이 놀라 뒷걸음치는데 사나흘 폭설로 부러진 솔가지에도 계곡 웅덩이 풀잎에도 개나리 울타리에도 동백꽃에도 추수를 끝내고 돌아오는 긴 수레처럼 풀썩 앉는다 세상에 맞춰 내달리는 아버지의 마음 잠시 쉬어가라는 멈춤이 있다 ----------------------------------------------------------------------------------------------- 봄, 피다 목련을 본다 어제만 해도 움츠린 등짝의 오후를 밀어낸다 길 가던 노모가 삶은 고구마를 건넨다 반쯤 탄 냄새 안쪽을 들여다보는데 웃으며 슬쩍 하는 말 “이젠 나 죽지도 않아요” 그 말이 맑은 꽃잎 주위를 기웃기웃한다 아흔일곱의 다정한 말씀에 목련이 들썩인다 나도 따라 훌쩍 핀다 ----------------------------------------------------------------------------------------------- 첫사랑 꽃샘바람이 분다 꽃 진자리 바람이 일고 함께 수다를 떨었던 중외공원 벤치 두 가닥의 레일이 하나의 궤도로 뻗은 롤러코스터 황홀히 까무러칠 듯 소용돌이치는 질주에 귀걸이 하나쯤 잃어버려도 좋을 꽃 피는 잠깐 동안 사랑이 지는 걸까 눈물 자위로 적신 아픔이 되살아난다 새삼 못 견디겠다는 듯 통점을 부풀리며 터지는 꽃망울들 네가 꾹꾹 눌러 쓰고 간 이름인 거야 세월을 굽이돈 나이테에서 그 봄을 꺼내 볼 일이 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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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잘 살겠다고 시작한 일이 너무 멀리 돌아온 것 같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숲, 도대체 여긴 어디쯤인 게야 푸른 띠를 두른 청띠제비나비처럼 빛나는 시의 깃발을 안겨주고 싶다 나에게 선물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