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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11
취급이라면 12 결심은 베이커리처럼 14 나의 백만 원 계산법-2021년 16 약속이라면 18 서랍과 옷걸이 20 밤의 프랑스어 수업 21 사막에 작약이 피는 법 24 눈빛의 규모 28 방법 29 지나치다 30 그런 남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32 늦가을 루마니아 34 노노노! 36 공부 38 그 겨울의 C호텔 40 자유론 43 커피숍에서 44 거기 그 꽃이 있었다면 안 갔을 겁니다 46 달걀 빌리러 가기 49 데칼코마니 52 역무원을 찾아서 54 바닥 57 쓸쓸하다면 58 내 기분이라면 주로 60 다 쓴다는 것 62 누명 63 고수 출입 금지 66 호모 커머스 68 혈안의 세계 70 11월이란 72 다 봤다 74 구두끈 76 구색을 갖추다 77 한밤의 심사 심사관 한밤의 심사관 심사 78 다툼 80 떠들지 않는 법 82 Marie-Pierre와 Philippe 부부의 축사 84 달력 86 나의 국제 ‘가죽’들 88 이상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소원 90 휩쓸리다 91 이별1 92 바보 같은 날 94 밤을 믿다 96 현대인의 지출 98 유행의 역사 100 라디오작가 글쓰기 강의 목차 102 타국엘 가곤 하지요 104 오늘의 주문 목록 106 제게 그러지 마세요 108 피아노 소리 110 마음 111 구두의 회전 112 기다림은 추한 것 114 나의 제1외국어 116 손전등 117 사이다 118 오지선다 120 꿈 122 설명 123 터크스 앤드 케이커스 126 찾아서 129 귀-역병의 시절 130 구분법 132 수첩과 신 134 연표 136 그는 흔하고 나는 드무니 138 한겨울 밤 11시 59분 작가 지망생의 귀가140 추천의 말 -김기택(시인) 1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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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는 오지 않고
내 마음속 치욕과 앙금이 많은 것도 재밌어서 나는 오늘도 아무리 희미해도 상관없습니다 나는 여전히 바다 같은 작약을 빗소리를 오래오래 보고 있습니다 ---「취급이라면」중에서 내가 고독해서 얼마나 재밌는지를 알면 걱정과 분통과 질투가 되려나요 나는 비정하지만 조용합니다 무심하지만 평온합니다 나는 잘나지 못했지만 혼자 잘났습니다 그대들도 그대들대로 잘났으니 잘나기 바랍니다 ---「약속이라면」중에서 가을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때까지 끝없이 반복 학습 중이다 ---「나의 제1외국어」중에서 떠나면 후회할까 봐 후회를 떠나지 못하는 신선한 베이커리 빵집처럼 언제나 당일 아침에 만들어서 당일 밤에 폐기하는 결심들 ---「결심은 베이커리처럼」중에서 뭐든 별로 안 좋아하면서 좋은 척도 해 보지만 어설프니까 들키고 틀키니까 더 어설프고 빽빽한 악순환 ---「설명」중에서 |
■ 슬픔을 곱씹는 맛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는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이자 2015년 출간한 화제의 시집 『밤의 입국심사』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이다. 일상과의 낯선 거리를 빚어내는 탁월한 거리 감각이 김경미 시가 지닌 블랙유머의 특징이라면, 이번 시집에서 그 유머는 날개를 달고 더 멀리 날아간다. “내가 고독해서 얼마나 재밌는지를 알면/ 걱정이 분통과 질투가” 되겠냐고 물어보는 마음엔 슬픔을 곱씹다 슬픔의 단맛까지 알아 버린 인생의 고수가 있다. 그에겐 “내 마음속 치욕과 앙금이 많은 것도 재미”가 된다. ■ 고독을 가지고 노는 맛 중년은 “고독이라도 얻어야 한다는/ 구름의 귀띔”이 인생의 비기처럼 들리는 시기일까. 고독이 쉬울 수야 없겠지만, “나의 운동은/ 하루에 한두 번씩은 꼭 어두워지기”라고 말하자 쉽지 않은 고독의 시간이 스스로와 약속한 운동 시간을 지키는 일처럼 성실하게 임해야 하는 일상적 생활의 시간으로 변한다. 이번 시집에 이르러 ‘중년’에 따르는 외로움의 감각은 더 구체적이고 예리하면서도 한결 느긋해졌다. 보편적이지 않은 그들 각자의 고독과 외로움이 독창적 생의 요소가 되는 길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고독의 쓰임을 알게 된 사람은 화가 나는 순간 “나이나 반말이나 뿔과 엉덩이 말고// 간격을 쓰는 것”이 제일 좋은 접근법이자 구분법임을 안다. 시인의 귀띔이 인생의 비기처럼 들린다. ■ 고약한 일상을 뒤집는 맛 슬픔의 단맛을 알고, 고독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사람은, 못되게 구는 고약한 일상을 뒤집어 보며 유희할 줄도 안다. 「한겨울 밤 11시 59분 작가 지망생의 귀가」은 이룬 것 없이 보낸 하루를 자책하며 마무리하는 게 습관일 법한 작가 지망생의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화자는 자신을 책망하는 대신 “겨울밤의 검정색들과/ 흰 종이같이 눈부신 가로등”이 흑과 백을 차지하고 앉아 “세상 모든 표현 다 써 대니” 자신이 “적당한 문장을 쓸 수 없는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 세상을 향해 돌을 던지기보다 돌처럼 끄덕 않는 세상에 오히려 무안을 준다. 뒤집는다고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뒤집어 보면 세상의 맛이 달라질 수는 있을 것이다. ■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의 맛 “내가 뒤집히면 누가 나올까.” 살아가며 겪는 모든 고통은 결국 ‘나’를 찾기 위한 방황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나는 3D 입체물이다. 나를 온전하게 경험하고 싶다면 가로, 세로, 높이의 차원에서 다 들여다봐야 한다. 달리 말하면,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의 차원에서 다 지켜봐야 한다. 3차원 입체의 묘미는 형상을 한눈에 가늠할 수 없는 데에 있다. 고독과 외로움은 우리 삶을 입체화하는 조건이자 볼 만한 이야기의 필수 조건. 이 재미있는 이야기에서는 “스물다섯 살의 나와/ 서른한 살의 내가/ 서로 너 때문이라면서 말다툼을 하고// 다투다가 끌어안고/ 변한 게 하나도 없다면서” 울거나 웃거나 한다. 내가 나의 고독을 재미있어 할 때, 내가 내 외로움의 시청자가 될 때, 비로소 나는 진짜 같은 내가 된다.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아직도 ‘나’를 찾는 그 슬프고 고독하고 속 뒤집히는 여정을 취급하고 있는지. |
외롭고 낮고 소박한 존재는 얼마나 위대한가! 실수와 잘못이 빚은 일상은 얼마나 슬프고 흥겨운가! 혼자 노는 쓸쓸함과 외로움의 놀이는 얼마나 유쾌한가! 평범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존재 속에 숨어 있는 영혼은 얼마나 아름답게 빛나는가! 그러나 이 블랙 유머가 흘러나오는 곳을 찾아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 그 끝 어둡고 깊은 곳에서 홀로 쪼그리고 앉은 지독한 고독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온갖 대박과 진미와 아름다움이 유혹해도 웃지 않는, 웃을 수 없는, “나의 운동은/ 하루 한두 번씩은 꼭 어두워지기”(「손전등」)라고 말하는 외로움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고독과 외로움이 지금까지 ‘나’라고 불렸던 얼굴이고 목소리이며 존재 자체임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 김기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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