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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순을 잡아주며
김은순
시와정신 20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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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정신시인선

목차

005 시인의 말

____ 제1부

013 나에게 당신은
014 오이순을 잡아주며
016 술래잡기
018 안부
020 둥근 것에 대하여
022 풍선을 부는 여자
024 오징어를 데치며
026 흘려보낸다
028 등나무 아래서
030 숲에 들어
032 말복도 지나고
033 엄마, 엄니
034 대파를 썰며
036 모녀
038 김장배추
039 눈 오는 강가에서

____ 제2부

043 웅덩이
045 대반동 바다에서
047 밤낚시
049 쉿!
050 채송화
051 하현달
052 헛꽃
053 늪
054 가을 숲
056 길고양이
057 담쟁이
058 코스모스가 피었어요
060 섬바위
062 청호반새의 내집 마련
064 거미와 마른 꽃
066 보푸라기

____ 제3부

069 살얼음
070 가을愛
072 장담기
074 산책길에서
076 가을 2
077 3월
078 함박눈
080 가을
082 만추
083 장대비
084 푸른 잎새, 검은 가지
086 도솔비를 잡으며
088 봄, 텃밭에서
090 유월
092 여름밤
093 봄 마당에 서면

____ 제4부

097 소실점
098 텃밭
099 덖음
100 오후 4시요
102 실밥을 풀며
103 연필을 깎다
104 격포
105 눈 쓰는 아침
107 골목대장이 돌아왔다
108 텃밭을 끓이다
110 탈
111 공갈빵
112 담북장
114 중앙선
115 흙벽돌담
117 스카프

119 해설 | 둥근 것과 웃음으로서의 삶 | 권 온

저자 소개 1

충남 금산 출생. 2006년 계간 『문예연구』 여름호에 「텃밭」, 「장담기」 외 3편이 신인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한남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석사. ‘한남문인회’, ‘오정문학’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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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214g | 130*205*20mm
ISBN13
9791189282455

책 속으로

처음엔 옮겨준 곳
뿌리 내리기 힘들었는지
송충이 같은 오이 몇 개
맺다 떨구고 맺다 떨구더니
몇 번을 그렇게 허방 치더니
포도시 살아 하루가 다르게 커가며
손가락만한 오이 여기저기 달랑거린다
이쁜 마음에
옹알이 하는 애기 쉴 새 없이 들여다보듯
아침저녁, 저절로 발걸음 텃밭으로 향한다
밤새 무얼 먹는지
금방금방 자라는 여린 연둣빛 순,
꺾일 듯 허공에서
갈 곳 몰라 헤매고 있다
금세라도
또르르 떨어질 것 같은
허한 눈망울들
영문도 모른 채
제 젖무덤 빼앗기고 옮겨진 자리
몸 붙이기 힘든지 이리저리 보채다
한번 기댄 가슴 놓지 않으려
죽어라 꽉 쥔 파리한 고사리 손,
거지중천 한없이 휘젓는다
오이순 잡은 손
떨어지질 않는다
---「오이순을 잡아주며」중에서

며칠째,
야문 것에 가끔 힘들어하던 이
뜨거운 차가운 음식에
예민하게 반응을 한다
왼쪽 위 어금니, 그 옆 이까지 흔들린다
잇몸치료하고 위 두 개는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고 한다
찬찬히 거울을 들여다본다
팔순 엄니,
틀니를 끼고 뺄 때마다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일처럼 바라봤던
골 깊이 패인 합죽한 얼굴,
엷은 미소로 고개 끄덕이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하나 둘, 엄니 닮아가는 것들이 많아진다
오늘, 긴긴 동짓달 밤
실한 소족 하나 푸욱 과서
팔남매 세상 내보내기에 꺼질 날 없던,
아버지 손길 멎은 지도 삼십여 년
쭈글거리는 배 거죽만 남은 엄니,
배앓이 한번 못해보고
머리에 허연 파뿌리
고스란히 피우고 사는 딸,
서로서로 다독이며
푸지게 한 사발씩 나눠먹어야겠다

---「모녀」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참으로
오랫동안
갑갑한 서랍 속에서
잘도 참아준
시들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뒤돌아보면
많은 시간들이 지났건만
모든 것이 엊그제 일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직도 잊히지 않고
잊고 싶지 않음 때문이리.

다시 봄이다.
아지랑이 꼬물꼬물 피어오르면
많은 형제들이 같이 살다
제각기 제 갈길 찾아 떠난
이 집에서
엄니하고 오순도순
소꿉놀이처럼 살았던 시간들이
다시금 피어난다.

올해로
돌아가신지 꼭 10년째다.
지금도 호미 들고
텃밭에 봄을 깨우고 계실 것 같은
봄 햇살처럼 다사로운 정이 많은,
그런 정을 물려주신
어머님께 이 첫 시집을 바칩니다.

추천평

김은순 시인의 첫 시집『오이순을 잡아주며』를 읽다보면 그의 풋풋한 시심에 절로 우리들 몸이 감기는 듯하다. 그가 텃밭 흙에 깊숙이 뿌리 내리고 솟아오르는 오이순을 잡아주니 덩굴진 줄기들이 힘껏 버팀목을 타고 오른다. 아, 그리고 어느 날엔가는 노오란 오이꽃들이 함께 아침을 활짝 열고 달려 나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써서 갑갑한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시들을 이제야 꺼내어 봄 햇살 앞에 펼쳐내고 새순을 잡아주는 것이다. 이 축복 속에서 그의 텃밭의 봄은 한결 더 싱그러움으로 번져간다. 그의 시집『오이순을 잡아주며』에는 많은 형제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던 날의 웃음소리 가득하다. 그들 모두 제각기 살길 찾아 떠난 뒤에도, 시인은 엄니와 오순도순 소꿉놀이하며 정다운 시간들을 한껏 피워낸 것이다. 그러고 보니 10년 전에 떠나신 엄니는 지금도 호미로 텃밭에 봄을 일깨우시는지, 이 봄 다시 아지랑이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 김완하 (시인, 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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