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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정신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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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005 시인의 말

____ 제1부

013 폐, 트병
014 거듭나기
015 꽃밭
016 석류
017 헌신짝
018 장아찌
020 스노우볼
021 문이 당신을 지켜본다
022 개똥벌레
023 석천 별서別墅
024 아무 일 없는 듯한 어둠에 살기
026 골목 만상
027 백지
028 백패킹

____ 제2부

031 서랍
032 독방
034 주머니 속 상상
036 고립
037 불신
038 문, 그 앞에 서면
040 피크닉
041 응시
042 도나우
044 전쟁을 노래함
045 런닝머신
046 나디아의 산
048 외계인
050 독주獨奏

____ 제3부

055 새의 외출
056 우리는 겨울을 지나온 사람처럼 살고 있다
058 감자꽃
059 임종
060 유품
061 나비
062 아버지와 산책하기
064 공존
065 환상
066 강물이 흐르는 건 녹을 일이 많다는 생각입니다만,
068 헬로우! 헬로우!
069 뒤돌아보기
070 등대
072 숟가락 변론

____ 제4부

075 초행길
076 입추
077 원목 테이블
078 길은 길일 뿐이다
080 나의 섬은 평화롭지만,
082 돌고래 바다에 보내기
084 별난 사람
086 스승
087 거머리
088 나는 화가입니다
090 기린
091 만허滿虛
092 문득, 바람

093 해설 | 변혁의 힘과 생명의 영속성 | 조해옥

저자 소개 1

노수승은 공주에서 태어났다. 고교 시절 석련문학회에서 활동, 2009년 무천문학동인으로, 2011년 『문학시대』로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그 후 한남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시집 『놀리면 허허 웃고 마는 사람』, 『스노우볼』에 이어 세 번째 시집 『모든 색깔의 어머니』를 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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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110쪽 | 182g | 130*205*8mm
ISBN13
9791189282349

책 속으로

스노우볼

여름에 눈이 내립니다
지도 위에 적어 놓은 것들이 각각의 향방으로 유영합니다 물고기의 목적 없는 행보를 보고 길치인 척하는 친구를 생각합니다
길은 조금씩 돌아눕고,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기울어집니다

밤 짐승의 울음소리와 바람소리 들립니다
귀 기울이면 왜,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걸까요 눈이 길을 점점 먹어치웁니다 어떤 일은 소리 내지 않고 쌓입니다

우리는 달의 심장에서 잠들고 또 다른 우리는 목적지를 향합니다 어둠이 낮의 껍질인가 생각하다 고소하고 아삭한 밤에 대해 생각합니다 밤을 구우면 아침이 터질까요

얽힌 나뭇가지들이 깃을 텁니다 어떤 자세가 새에게 제격일까 고민합니다 새를 날개라고 읽어도 새의 발자국엔 가끔 깃털만 떨어져 있을 뿐 목적지가 없습니다
누군간 발자국을 남기려고 허공을 딛습니다
--- p.20

강물이 흐르는 건 녹을 일이 많다는 생각입니다만,

혹시 녹아보셨나요?

끈적일까 봐 얼른 입속에 넣었는데
눈치 없이 너무 빨리 녹네요
우주의 체온으로 빙하가 녹듯
주머니 속 사탕 하나가 강을 이룹니다
나는 비로소 흐르게 됩니다
강물이 흐르는 건
녹을 일이 많다는 생각입니다만,

가으내 지구의 맛은 변신하죠
파란하늘이 신맛이면
바람이 단맛을 불어옵니다
먹구름은 곧 걷힐 테니
쓴맛은 단맛 뒤에 숨습니다

우는 아이 입에 사탕 하나 넣어 줍니다
단맛의 기분이 표정이 됩니다
사탕이 되려는 악당도 있을 법해요
누구나 맛이 기분이 되고 기분은
태도가 되기도 하니까요

내 맘 따라 하늘빛이 바뀌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언제나 하늘은 강물처럼 흐릅니다
나는 터무니없는 말을 종종 실려 보내죠

점점 딱딱하고 뭉뚝해지는 세상엔
녹으며 작아지는 사탕이 약입니다
녹는 건 거짓이 아니니까요

--- pp.66-67

출판사 리뷰

노수승 시인의 시적 감각은 추억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를 운용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시적 감각이 추억의 경우 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의 시에서는 사물을 깨닫는 감각 이전의 시력이 건강하고 그 어울림의 영상이 매우 명쾌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시의 길이란 끝이 없다. 끝이 없기에 만족감도 없을 것이다. 한 편 한 편 시를 쓰면서 느끼는 흡족함은 더러 있을지라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정상의 만족함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시인은 시를 써야 한다. 그렇다. 할 말은 해야 한다.
- 김용재(시인,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주로 사소한 것들, 작은 것들 위에 눈길을 두고 있는 것이 노수승의 시들이다. 그의 시에 포착되어 있는 이러한 것들에는 시인의 차마 어찌하지 못하는 마음이 깊이 머물러 있다. “쓰레기 산에서 주운 토끼 인형을 빨아 말”(「나디아의 산」)린 뒤 서로 갖자고 다투는 나디아와 동생에게 보여주는 시인의 관심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시들은 조금은 낯설고 조금은 새로운 세계를 지향한다. 이들 세계를 추구하기 위해 그는 과감하게 외래어를 사용하기까지 한다. 스노우볼, 미어캣, PVC타일, 바깔라, 카멜레온, 백패킹, 도나우, 코커스패니얼, 포메라니안 등의 바로 그것이다. 이들 외래어는 그의 시를 새롭고 낯설게도 만들지만 이국적이게도 만든다. 되도록 현대성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 그의 시이지만 이들 이국적인 분위기는 아무래도 현대적인 것이기보다는 낭만적인 것이다. 그의 시가 여전히 독자들을 불러내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여기서 말하는 낭만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의 시가 객관적인 풍광을 노래하면서도 주관적인 여과를 잃지 않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이는 잘 알 수 있다. 그만큼 자기 세계의 실현에 충실한 것이 그의 시라는 것이다.
- 이은봉(시인, 광주대 명예교수, 대전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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