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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시인의 말
____ 제1부 015 24계단 밟기 017 철부지 019 흔적 021 아버지의 놀이기구 023 백색 소음 024 명분 025 며느리발톱 027 늙은 인형 029 나비질 030 6인 032 서열 033 자반고등어 034 늙은 이불 ____ 제2부 039 바람의 길 041 전복하다 043 아버지의 영토 045 이루리라 047 명사수 049 낭패불감 051 물론勿論 054 겨울 제국 ____ 제3부 059 줄무늬 도시 061 엿듣기 063 콩나물의 자부심 064 5월 7일 065 칼과 낫 067 5월 15일 069 눈꺼풀 071 효용 가치 072 출고 074 그림자 076 갈다 ____ 제4부 079 하루살이 080 그릇 082 외눈박이 왕눈이 083 삼신할머니 뿔났다 085 남편 빌려드립니다 087 엇박자 089 웃픈 091 5분 093 색의 언어 095 나무라지요 097 이중장부 099 각의 실상 100 그날 새벽 102 내 맘 나도 몰라 ____ 제5부 107 하느님과 통화하다 109 준비하다 111 수틀 113 따깜질 114 천사슬 116 신의 손가락 118 돌의 탄생 120 즐거운 분실 122 그녀의 손 124 마스터키 126 자서록 128 비누 130 부채질 131 해설 | 사랑의 영토를 횡단하는 웅숭깊은 바람의 길 | 한용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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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길
반만년 동안 삭풍만 불었던 한반도 문풍지가 남아나지 않았습니다 구백여 회나 피난살이했습니다 지렁이처럼 땅속을 기며 애천, 애인, 홍익인간 정신으로 뿌리를 굳건히 다졌습니다 용솟음치는 의지로 언 땅을 녹였습니다 섭리의 봄을 맞아 물오름이 시작되었습니다 바람은 서진하여 대서양은 겨울로 가는 길목에 서 있습니다 해가 지지 않는다는 섬나라도 이제는 서산으로 기웁니다 태평양 시대가 활짝 열렸습니다 햇볕을 동반한 훈풍은 벌 나비를 싣고 꽃피는 서울의 봄 동산에 찾아와 튼실한 열매를 약속합니다 피땀이 자양분이 된 이 나라 옥토에는 나뭇가지마다 평화의 메시지가 주렁주렁 열려 진리의 양식을 세계에 나눠 줄 것입니다 동녘에 떠오른 태양은 영원히 지지 않고 세계 속의 한국이 아니고 한국 속의 세계로 새로운 질서가 세워집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했던 것이 이제는 모든 것이 서울로 통합니다 --- pp.39-40 그날 새벽 갑자기 얼음조각이 된 집 밖의 온도는 영하 11도 어루만져 보지만 온기는 없다 새벽 3시 갑자기 정다워진 부부 팔짱 끼고 온기를 나누며 불나방이 되었다 인적 없는 거리는 쌩 하고 내지르는 소리를 길바닥에 깔고 체할까 걱정하는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은 차들은 거리의 무법자 주변의 찜질방은 코로나가 갉아먹어 뼈대만 앙상하다 모텔은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들어 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정다운 이름 다방 영자 순자의 전성시대 운치를 담은 중년 마담의 24시간 불 밝히고 손 내민다 잠을 잘 수 없어도 앉을 곳이 생겼다 노천의 방랑자에게는 포근한 엄마 품이다 낮 동안은 햇볕을 붙들고 밤 동안은 전깃불 의지하고 살았나 보다 --- pp.10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