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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시인의 말
____ 제1부 우리의 이름을 물고 떠난다 013 바다에 잠긴 첫, 파도 015 벽시계 017 두루마리 화장지 018 태양의 신발장 020 버려진 구두 021 반지하 방 023 물새 024 빈 술병 026 탄광 028 파리와 파리채 030 맨 처음 캔을 발굴하는 날 032 노을 맺힌 술잔 035 나의 가로등 037 바다라는 빈칸 039 소금 한 줌 ____ 제2부 동전처럼 고요하게 스치는 043 모래성 속 어머니 044 사진 속 할머니 046 푸른 공의 집 048 바운드 패스 050 커피 자동판매기와 어머니 052 어머니의 길 054 어머니의 땅은 057 어머니의 숫돌꽃 060 시작과 끝 062 흙길 064 콩 067 王 잠자리 070 소꿉놀이 072 모나리자 미소를 잃지 않은 074 안개 집 ____ 제3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나뭇잎 077 히아신스 078 케이트 미들턴 080 새앙쥐의 나라 082 토끼표 현대 물파스가 기억하는 것들 084 밀레의 지평선 한 뼘 086 타이타닉호의 그녀 088 에이브러햄 링컨 096 니콜 키드먼의 거미줄 098 대형마트 철근 기둥에 사자 다리가 박혔다 100 노트르담의 꼽추 103 어미 개 104 어우동 슬픈 모가지에 분홍바늘꽃을 심는다 107 장희빈 무쇠 식칼날 109 김 회장 전원 일기 112 중섭의 비 115 사랑 ____ 제4부 푸르른 시간 한 귀퉁이 119 맨 처음 계족산 120 산山비 내리는 유리창 123 유리창으로 내리는 수요일 125 소나기 한 줄 써 내리는 날 127 고압선 옆에서 128 이곳은 전자파가 없을까 130 비룡폭포가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먼저 생긴 날에 대한 개론 132 GRAND CANYON 134 마추픽추 여행기 136 21C 두레박 139 개구리 알들의 말 141 하늘 바닥 142 줄다리기 144 무명용사 동상 145 한밤의 마네킹 147 신호등 앞 정육점 149 해설 | 낭만적 열정과 영원으로서의 사랑 | 권 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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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가운데 고깃배 한 점
길게 밑줄 그리며 우리의 이름을 물고 떠난다 어릴 적 작은 돌멩이 골라 공기놀이할 때 울퉁불퉁한 마음이 저글링 하다가 보란 듯이 틀려도 안 틀린 척 시치미를 떼고 공깃돌을 돌렸다 그 천진스러운 결정, 해변을 떠미는 파도보다 더 자연스러운 순간 멋들어지게 모래를 삼키는 파도의 결정 속으로 아무도 모르게 잔잔한 바닷길이 스며든다 큰 파도가 쪽빛 길을 품어 낸 후 스스로 작게 부서진다 성난 파도에 우리의 표독스러움이 조금씩 살아난다 물은 어두운 삶을 고갈시키지만, 굴절시키기도 한다 긴 항해 헤치고 나올 때 등대지기 외로운 포옹과 처음으로 마주한다 그는 우리를 다시 삶의 가장자리에 놓아준다 절실함이 묻은 사각진 곳 여울물 물결 타고 풀어진다 연거푸 하얀 물방울로 방울방울 퍼지기 시작하는 바다 숲 속 코흘리개 누렁 코 묻은 셈할 수 없던 빈칸으로 허락한 바다 오늘도 그대와 나 그 숲의 결정체만큼 헤엄쳐 간다 ---「바다라는 빈칸」중에서 계족산 봉황정으로 안락도요새들이 날아온다 둥지를 튼 청호반새 푸르른 날갯짓은 황사의 검푸른 반란 속에서도 또렷하다 푸른 제국은 황톳빛 뼛속에도 온전히 살아있다 봉황이라 불린 맨 첫날부터 놓치지 않았다 한올 한올 무명 실타래로 푸른 육체와 실체 옛 시절부터 건너온 하늬바람의 결을 바탕으로 푸른빛 품격 한 올을 잇기 위해 봉황산의 깃 한 올을 고요하게 밟는다 ---「맨 처음 계족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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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우리의 종착지는 누군가가 버린 무인도 두 개의 사과가 썬글라스를 걸치고 기대어 있는, 그곳에서 그대는 나의 반을 닮고 나는 그대의 반을 닮는다 아무도 없는 섬에서 사랑을 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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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일상의 소소한 체험 속에서도 싹트는 것이라는 걸 서정미는『바다라는 빈칸』에서 이미지의 형상사유로 자유롭게 그려낸다. 시는 발명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발견하는 지혜가 있다면 언제 어디서라도 꽃이 핀다. 밝은 시안을 가진 그녀의 시가 수많은 독자에게 다가가 다시 태어나리라 믿는다. 또한, 시는 삶의 반성과 생의 지혜를 담기에 좋다. 시적인 것을 발견하게 되는 지점과 경험, 계기, 언어와 표현방식, 발화의 지점이 각기 다 달라도 시가 무엇보다 진실한 체험의 산물이라는 의미를 그녀는 잘 알고 있다. - 권온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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