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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____ 제1부 어디론가 기울기 위해 서성인 것이 아니다 별 이상理想 4월 사거리는 숲이 되었다 목련 푸른 비 느린 우체통 저녁을 주무르다 앓는 오후는 날마다 딜레마 오진 주저하다 늙은 나무 모서리의 우화 경건한 잠 첫 울음 시詩 끝까지 피운다는 것에 대하여 자작나무 정류장 갈증 1 ____ 제2부 그늘을 꽃피우는 시간 야학교실 발목 끈 B 613호 그 겨울 저물녘이 더 붉다 미생 저녁과 밤 사이 메아리를 기억하다 무너지는 불길 The fifth season 엘랑비탈 일기 그늘을 자르는 시간 얼굴 집 안에 갇힌 여자 1 집 안에 갇힌 여자 2 집 안에 갇힌 여자 3 집 안에 갇힌 여자 4 집 안에 갇힌 여자 5 ____ 제3부 순록을 찾아서 쩌걱쩌걱 잡초 낙타 한겨울 호롱불 까막눈이 텃밭이 서럽다 소통의 질량 집 밖에 갇힌 남자 1 집 밖에 갇힌 남자 2 집 밖에 갇힌 남자 3 집 밖에 갇힌 남자 4 집 밖에 갇힌 남자 5 아버지의 집 순록을 찾아서 어쩌면 따듯한 가슴이 있지 않을까 갈증 2 멀리 피는 꽃 아버지를 읽다 P.M 11詩 해설 | 내면에 잠복한 극명한 파장(波長) | 마경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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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을 자르는 시간
차다, 커튼을 열자 창유리에 꽉 찬 빛들이 부서진다 그늘 안으로 쏟아지는 빛살들, 홀씨의 방, 예리하게 파인 책상의 생채기를 하얗게 일으켜 세우고 부러진 심장의 연필을 깎았다 거꾸로 꽂힌 책, 점들의 틈이 꼬여진 수직과 곡선 일그러진 이름표마다 천천히 온기가 모여들었다 습기 찬 계단을 타고 한낮의 먹구름들이 우르르 몰려 왔다 하루치의 빛을 모으는 시간, 초록이 되자 꽃빛이 되자 빨강이 되자 찰진 햇볕이 들어선 씨방 속에서도 자신의 색을 복사하지 못하는 젖은 이끼들에게 밑줄을 긋게 하였다 식지 않는 미열에 식은 땀을 닦으며 반쯤 눈을 뜨고 지켜보는 일이 잦았다 간혹, 홀씨 하나가 검은색 꽃 문을 열기도 하였다 그림자들이 돌아간 저녁이면 부은 발등 아래로 붉은 허기가 몰려들었다 빛의 분별력은 점점 흐릿해져 갔다 어둠의 깊이는 햇볕의 양식이 되지 않았다 책을 펼치자 바랜 한숨과 의미를 잃어버린 글자들이 흩어진다 빛을 읽어내는 호흡, 밤마다 잠들지 못하는 꽃잎의 눈꺼풀이 무겁다 적요의 방, 그늘에 갇힌 불빛 하나가 홀로 조금씩 아름다운 시간으로 자라고 있다 --- pp.66-67 P. M 11詩 눅눅한 구름의 부음에도 무너지지 않던 오후 결국 장마는 아득하게 내려 몇십 해 나이 속에 쟁여 둔 어둠은 사막, 빨간 스웨터 여우가 되어 사구를 꿈틀거리는 p.m 11詩 퇴근길은 현실이 된다 빈틈없이 비 맞는 사거리에서 빛 찾는 길들 빛은 젖고 젖어, 그늘은 죽지 않고, --- p.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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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겨울 오는 동안 허물을 벗는다
꽃이란 허물 열매란 허물 한 잎 한 잎 지난 입성入聖을 벗어 버리곤 잔가지 끝까지 부끄럼 없는 알몸을 입는다 알몸은 따뜻한 민낯 까막눈 사내의 자화상을 닮았다 의식과 반대 방향인 무의식을 따라 걸었다 보이는 나와 보이지 않는 내가 걸었다 내가 들여다보는 나와 나만 아는 내가 오래 요연然窈히 걸었다 까막눈 사내에게, 우리에게, 부끄럼을 바친다 ----- ‘시인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