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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례
005 시인의 말 007 산 _ 제1부 015 빙떡꽃 017 아래아 019 몽당연필 021 빛나는 022 구름 024 어떤 종이 026 섬 028 쉰 즈음에 029 쉼표, 031 주인 잃은 모자 033 아까시꽃 035 집 한 채 036 거지덩굴 038 달고기 041 달팽이 시인 _ 제2부 045 아가판서스 047 장콜레비 049 산수국 050 함께 지나온 나뭇잎들 052 그대 054 시 055 정자나무 057 고추 059 옥수수 060 하늘나라 062 미생 064 청벚꽃 066 기다리는 068 고근산 070 닫혀오는 창문 앞에서 071 어느 돌고래 _ 제3부 075 새봄, 건네준 선물 077 물거미 079 아버지의 얼굴 081 방점 083 갯것이 식당 084 하늬바람 불어오는 창 밖 086 마늘밭 087 화가 089 알 091 어리목 산행 094 노모 096 축구공 099 구멍난 양말 101 불청객 102 마침표 104 해설 | 미지의 공간을 더듬어 가는 달팽이의 촉수 | 송기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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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더듬이 하나로 캄캄한 세상을 짚어나가는 시인 어두운 곳을 향해 이 밤 머리를 돌린다 갈 길이 막막한데도 가지 않으면 시를 쓸 수 없기에 온몸으로 풀숲을 헤쳐나가며 대지에 시를 쓴다 별 하나 보이지 않은 이 밤 혼자 기어가면서 꾸불꾸불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잎과 잎들을 이어가면서 남모를 시어를 풀잎에 남기며 간다 홀로 걸어간 뒤 한 줄의 시어들이 작은 풀잎 가에 걸앉아 밝은 내일의 삶을 움 틔우고 있다 ---「달팽이 시인」중에서 나, 여기 있음에 그러나 내일은 모른다 가을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흑기러기들, 한 편대를 이끌며 남쪽의 겨울 나라로 날아간다 광활한 허공 미지의 곳으로 그들은, 오늘 왜 가야 하는지? 심해 파도를 가로질러 대양의 원천源泉을 찾아가는 연어들, 악어가 출렁이는 거센 강물을 사투로 건너가야 하는 물소들, 깜깜한 어둠의 땅속을 이 밤 몰래 속으로 속으로 찾아 기어 들어가야 하는 토룡들, 집 한 채 등에 걸머메고 넓은 세상 어디론가 길 찾아 홀로 기어가야 하는 달팽이들 있다 나는, 바둑판 속에 갇힌 미생未生 한 마리 그곳에 몸부림친다 ---「미생」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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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봄이 눈꽃 위에 덮여 있다 지구별을 찾아 걸어오다가, 한참을 걸어오다가 때아닌 난기류에 휘말리고서 봄 동산에, 코로나와 함께 잠시 눈꽃 되어 너와 나 한恨 속에 파묻혀 있다 복수초도 잠깐 눈을 감고 매화도 산 능선에서 서성거리다 꽃봉오리로 살짝 눈을 감고 있다 강물도 설레다 출렁거리다 저만치 살얼음으로 3월의 낮은 그곳에 주저앉았다 못다 한 말들 잊힌 사연들 산과 들에 머지않아 초록빛 새싹, 고사리 들꽃으로 한없이 피어나겠지 꿈틀거리는 설렘 꿈 갖고 달려오는 바람이, 모든 것들에 가슴 뭉클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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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공호 시인의 작품들은 조용하고 차분하다. 하지만 그러한 정밀함 속에는 새로운 지대를 향한 열망도 담겨져 있다. 그래서 그의 시들은 밖으로 뻗어나가려는 파장이 드세게 울려 퍼진다. 이 파장 속에 담겨 있는 것이 다가올 시간에 대한 예비 의식이다. 지금 시인의 현존을 만드는 것은 자신을 지탱해줄 모범적인 과거도 아름다운 추억도 없다. 뿐만 아니라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건강한 기대도 마찬가지로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그는 지금 이곳의 현장에서 자신의 실존을 위무해줄 것들을 찾아 한 마리의 달팽이가 되어 더듬이를 힘차게 내민다. 그리하여 그 촉수에 걸리는 것들을 모두 모아서 이를 자신의 실존과 대비시키고, 존재의 불안에 대해 진단해낸다. 그리하여 시인은 이 불안한 현존을 넘어설 수 있는 매개를 향해 나아가려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그 매개를 붙잡아 매 두는 일이다. 시인이 달팽이가 되어 미정형의 지대에 그 촉수를 내미는 것은 존재의 완성을 향한 끝없는 열망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 송기한 (문학비평가, 대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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