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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편 어두운 계절
6장 본정통(本町通)에서 7장 빗속을 8장 오열(嗚咽) 9장 외투 입어! 10장 갯바람 솔바람 11장 이향(離鄕) 12장 강물에 띄워 보내고 13장 혼담 14장 탈 속에는 15장 인간으로서 16장 혼례 제3편 태동기 1장 동행 2장 오가타 지로[緖方次郞] 3장 산호주(珊瑚舟) 4장 노령(露領)의 빙판 5장 종놈의 아들 6장 초대 7장 죽음의 자리에서 8장 형평사(衡平社) 9장 죄인들 10장 박제한 학 어휘 풀이 |
Park, Kyung-Ree,朴景利,박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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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한없이 깊고 칠흑같이 깊고, 유폐(幽閉)하려 들듯이 사방에서 밀려온다. 걸음을 멈추고 서버리면 그 자리에 영원히 유폐되어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고 나올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든 가야 하고 멈추어서는 안 된다. 길켠에는 명멸하는 창가 불빛이 있는데 왜 이렇게 어두운가. 멈추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러한 의식은 때때로 가냘프게 날갯짓하고, 소망도 한낮의 촛불같이 희미해지면 코트 자락이 밤바람에 펄럭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빗속을」중에서 평사리에 올 때마다 용이는 아들에게 인사 갈 것을 명령했고 홍이 역시 김훈장에 대한 정리를 생각하여 순순히 아비 의사에 따랐다. 그러니까 범석이네 집과는 상당히 구면인 셈이다. 이번에는 추석까지 꽤 오랫동안 평사리에 체류하게 되어 무료하기도 했었지만 범석이는 좋은 친구였기에 종종 놀러 가곤 하는 것이다. 김훈장의 장손 그러니까 양자로 데려온 한경이의 큰아들 범석이는 올해 열여덟, 홍이보다 두 살 아래였지만 외모로는 홍이보다 숙성했다. ---「혼담」중에서 서의돈은 두 다리를 쭉 뻗고 늙은이와 병든 여자가 나가버린 빈 좌석을 멍청히 바라보고 있었다. 텅 비어버린 좌석은 여행의 끝처럼 쓸쓸하고, 밤기차란 으레 그런 것이지만 희망도 없는 듯 암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선우신이 자리에 돌아와 앉자 서의돈은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둠과 불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움직임이 선명한 그곳을 방금 내린 승객들이 얼기설기 지나간다. ---「동행」중에서 혜관이 찾아온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의 말로는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는 것이었다. 환국이 서울로 공부 간다는 말을 들었기에 가고 나면 당분간 보기 어려울 것 같아서 한번 보려고 왔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서희는 혜관이 왔다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순철에게 한 말이 생각났던 것이다. 나라 위해 몸 바친 분이란다, 소용돌이처럼 되살아나는 자신의 목소리, 무슨 수로 그 말을 감당하랴. ---「초대」중에서 이튿날 수술이 끝나기가 무섭게 홍이는 화물차를 몰고 통영으로 돌아왔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장이를 만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병간호를 위해 보연을 진주에 보내고 어린것은 처가 장모에게 맡기고 홍이는 차고 안에 있는 석 장짜리 다다미방에서 잤다. 보연을 보내지 않더라도 석이네나 판술네가 대신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홍이는 보연을 보냄으로써 방패를 삼는 그런 기분이 있었다. ---「죄인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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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삶이 평탄했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삶이 문학보다 먼저지요.” 고전의 품격과 새 시대의 감각을 동시에 담아낸 박경리 타계 15주기 추모 특별판 1957년 단편 「계산」으로 데뷔해, 26년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로 한국 문학사에 거대한 이정표를 남긴 거장 박경리. 타계 15주기를 맞아 다산북스에서 박경리의 작품들을 새롭게 엮어 출간한다. 한국 문학의 유산으로 꼽히는 『토지』를 비롯한 박경리의 소설과 에세이, 시집이 차례로 묶여 나올 예정인 장대한 기획으로, 작가의 문학 세계를 누락과 왜곡 없이 온전하게 담아낸 의미 있는 작업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한국 사회와 문학의 중추를 관통하는 박경리의 방대한 작품들을 한데 모아 구성했고, 새롭게 발굴한 미발표 유작도 꼼꼼한 편집 과정을 거쳐 출간될 예정이다. 오래전에 고전의 반열에 오른 박경리의 작품들은 새롭게 읽힐 기회를 갖질 못했다. 이번에 펴내는 특별판에서는 원문의 표현을 살리고 이전의 오류를 잡아내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대감각을 입혀 기존의 판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책을 선보인다. 이전에 박경리의 작품을 읽은 독자에게는 기존의 틀을 부수는 신선함을, 작품을 처음 접할 독자에게는 고전의 품위와 탁월함을 맛볼 수 있도록 고심해 구성했다. 이전의 고리타분함을 말끔하게 벗어내면서도 작품 각각의 고유의 맛을 살린 표지 디자인으로, 독서는 물론 소장용으로도 손색이 없게 했다. 한국 문학사에 영원히 남을 이름, 박경리 문학의 정수를 다산북스의 기획으로 다시 경험하길 바란다. “문학에 대하여 나는 다시 나에게 물어야만 할 것 같다. 멀고 먼 피안에서 서성대는 진실을 위하여.” 우리 시대의 최고의 고전 한국 문학사의 걸작을 현대적 감각으로 새로 만나다! 명실상부 한국 문학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가 첫 집필 54년 만에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탄생한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근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는 『토지』는 우리말의 미적 감각을 첨예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러한 『토지』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한국문학의 대표 작품으로서 오늘날까지 범국민적으로 읽혀온 것이 사실이다. 『토지』는 1969년부터 1994년까지 장장 26년이라는 세월 동안 집필되었으며, 200자 원고지 기준 4만여 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토지』는 구한말에서부터 1945년 8월 15일 광복의 그날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는다. 일제의 수탈 속에서 우리 민족의 고난의 삶을 생생하게 형상화해 내는 인간 보편성에 관한 근원적인 탐구를 통해 대하소설 『토지』는 20세기 한국문학의 정수로 자리매김했다. 2024년은 『토지』가 완간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다산책방에서 출간하는 2023년판 『토지』는 이미 완성된 지 30년이 된 이 작품이 최대한 오류 없이, 최대한 훼손 없이 독자들께 전달될 수 있도록 수 개월간의 자료조사를 통해 심혈을 기울인 편집 과정을 거쳤다. 어휘 풀이와 인물 계보도 등도 재정비하면서 좀 더 간결하고 정확하게 독자들께 이해되도록 했다. 이전의 판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박경리 선생의 에세이 「『토지』를 쓰던 세월」이 최초로 수록되어, 작가 박경리가 『토지』를 집필하는 긴 시간 동안의 소회를 독자가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느껴볼 수 있도록 도왔다. ‘『토지』를 쓰던 세월’ 서문 최초 수록 “무수한 사건 무수한 사람들, 밀림과도 같은 생각의 넓이와 깊이.” “지금 나는 지극히 편안하고 외로움 같은 것은 느끼지 않는다. 나는 이제 늙었고 자식들은 남과 같이 제법 순탄해졌기 때문에 하소연할 아무런 말도 없고 언짢은 일을 기억할 필요도 없으며 감사할 뿐이다. 그러나 기억해 두어야 할 일은 있다. 『토지』를 쓰는 동안 도움을 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 7년의 수난기에 우리를 따스하게 감싸주신 분들, 그런 분들이 적지 않았다.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사실 나는 지금 망연자실해 있다는 것이 정직한 고백이다. 내가 뭘 어쨌기에? 이렇게 단비가 내게 내리는가. 치열하게 살지 않는 목숨은 없다. 어떠한 미물의 목숨이라도 살아남는다는 것은 아프다. 그리고 어떠한 역경을 겪더라도 생명은 아름다운 것이며 삶만큼 진실한 것은 없다. 비극과 희극, 행과 불행, 죽음과 탄생, 만남과 이별, 아름다움과 추악한 것, 환희와 비애, 희망과 절망, 요행과 불운, 그러한 모든 모순을 수용하고 껴안으며 사는 삶은 아름답다. 그리고 삶 그 자체만큼 진실된 것도 없다. 문학은 그 모순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표현 아니겠는가. 나는 지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문학에 대하여 나는 다시 나에게 물어야만 할 것 같다. 멀고 먼 피안에서 서성대는 진실을 위하여.” _박경리, 「『토지』를 쓰던 세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