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제4편 긴 여로
15장 살해 16장 잠든 것 같이 17장 카페 18장 기인(奇人)인가 제5편 젊은 매[鷹]들 1장 번뇌무한(煩惱無限) 2장 손목 잡고 하는 말 3장 마차를 기다리다가 4장 주사(酒邪) 5장 호호야(好好爺) 6장 민족개조론 7장 하얀 새 한 마리 8장 배신자 9장 동승(同乘) 10장 명장(名匠) 11장 젊은이들 12장 잘못된 계산 13장 편지 14장 용(龍)의 죽음 15장 만주행 16장 지시 17장 사랑 18장 결혼 19장 햇병아리 20장 젊은 매[鷹] 어휘 풀이 |
Park, Kyung-Ree,朴景利,박금이
박경리의 다른 상품
|
자전거포를 나온 홍이는 자동차 수리가 끝나기까지 별 할 일이 없고 갈 곳도 없어서 가르쳐준대로 길모퉁이를 돌아 이발관을 들여다본다. 이발관 안은 한산했다. 상길이 의자에 걸터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 옛날같이 지쿠 기름을 바른 머리는 반들반들했고 햇볕을 못 보아 창백한 얼굴, 염증을 느끼게 하는 하얀 손, 모두 옛날 그대로였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카페」중에서 변발한 청인을 보고 머리를 반쯤 깎았으니 반 중이 아니겠느냐 했을 때 끼루룩 웃던 기화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다. 살가죽이 늘어지고 이빨은 모조리 거덜이 나서 성한 것이라곤 앞이빨뿐인데, 육십을 넘은 몸이, 인간과의 인연을 버린 몸이 벼랑의 꽃 같은 여자, 이제는 섬진강 푸른 물에 넋을 버린 여자, 그 여자를 중생의 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혜관. 괴물 같은 혜관의 마음속에 엷은 한 같은 것이 솟는다. ---「번뇌무한」중에서 아랫방의 들창만 열어놓고 장지문을 닫아 건 숙희는 차가운 방바닥에 등을 붙이고 누워 있다. 동생댁은 장독가에서 김칫거리를 절이고 있었다. 아무리 몸을 뒤쳐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진주의 갑부 양교리댁, 거목처럼 진주 일대에 뿌리를 박고 있는 집안, 권속은 얼마며 그들 밑에 빌붙어 사는 사람들은 또 얼마인가. 숙희는 양소림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의 손등의 혹도 알고 있다. 바로 그 혹 때문에 정윤을 빼앗긴다는 것도 알고 있다. ---「배신자」중에서 명빈은 눈앞에서 누이의 모습을 지워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십 년 가까운 세월, 명희가 조병모 남작댁에 출가하고 자신은 그들이 설립한 학교의 교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그때부터 명희와 자신은 일종의 박제된 인간으로 존재해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가슴을 친다. 앙혼(仰婚)이 빚는 관습적인 알력이나 갈등과는 차원이 다른 것,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지 않고는 존립할 수 없었던,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숨막힐 것만 같았던 세월을 임명빈은 새삼스럽게 통감한다. ---「편지」중에서 결혼할 것을 강압적으로 말한 것도 아니었는데 인실은 단호하게 강경하게 선언하듯 말했던 것이다. 인성은 순간 의아해하는 것 같았으나 이내 얼굴이 굳어졌다. 섬뜩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오가타가 왔다는 얘기는 저녁때 찾아온 선우신에게 들었다. 일말의 불안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또 오가타가 서울에 왔다면 곧장 자기를 찾아오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 그런데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것도 마음에 걸리었다. 게다가 인실은 평소와 달리 귀가가 늦었던 것이다. ---「사랑」중에서 |
|
“제 삶이 평탄했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삶이 문학보다 먼저지요.” 고전의 품격과 새 시대의 감각을 동시에 담아낸 박경리 타계 15주기 추모 특별판 1957년 단편 「계산」으로 데뷔해, 26년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로 한국 문학사에 거대한 이정표를 남긴 거장 박경리. 타계 15주기를 맞아 다산북스에서 박경리의 작품들을 새롭게 엮어 출간한다. 한국 문학의 유산으로 꼽히는 『토지』를 비롯한 박경리의 소설과 에세이, 시집이 차례로 묶여 나올 예정인 장대한 기획으로, 작가의 문학 세계를 누락과 왜곡 없이 온전하게 담아낸 의미 있는 작업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한국 사회와 문학의 중추를 관통하는 박경리의 방대한 작품들을 한데 모아 구성했고, 새롭게 발굴한 미발표 유작도 꼼꼼한 편집 과정을 거쳐 출간될 예정이다. 오래전에 고전의 반열에 오른 박경리의 작품들은 새롭게 읽힐 기회를 갖질 못했다. 이번에 펴내는 특별판에서는 원문의 표현을 살리고 이전의 오류를 잡아내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대감각을 입혀 기존의 판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책을 선보인다. 이전에 박경리의 작품을 읽은 독자에게는 기존의 틀을 부수는 신선함을, 작품을 처음 접할 독자에게는 고전의 품위와 탁월함을 맛볼 수 있도록 고심해 구성했다. 이전의 고리타분함을 말끔하게 벗어내면서도 작품 각각의 고유의 맛을 살린 표지 디자인으로, 독서는 물론 소장용으로도 손색이 없게 했다. 한국 문학사에 영원히 남을 이름, 박경리 문학의 정수를 다산북스의 기획으로 다시 경험하길 바란다. “문학에 대하여 나는 다시 나에게 물어야만 할 것 같다. 멀고 먼 피안에서 서성대는 진실을 위하여.” 우리 시대의 최고의 고전 한국 문학사의 걸작을 현대적 감각으로 새로 만나다! 명실상부 한국 문학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가 첫 집필 54년 만에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탄생한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근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는 『토지』는 우리말의 미적 감각을 첨예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러한 『토지』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한국문학의 대표 작품으로서 오늘날까지 범국민적으로 읽혀온 것이 사실이다. 『토지』는 1969년부터 1994년까지 장장 26년이라는 세월 동안 집필되었으며, 200자 원고지 기준 4만여 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토지』는 구한말에서부터 1945년 8월 15일 광복의 그날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는다. 일제의 수탈 속에서 우리 민족의 고난의 삶을 생생하게 형상화해 내는 인간 보편성에 관한 근원적인 탐구를 통해 대하소설 『토지』는 20세기 한국문학의 정수로 자리매김했다. 2024년은 『토지』가 완간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다산책방에서 출간하는 2023년판 『토지』는 이미 완성된 지 30년이 된 이 작품이 최대한 오류 없이, 최대한 훼손 없이 독자들께 전달될 수 있도록 수 개월간의 자료조사를 통해 심혈을 기울인 편집 과정을 거쳤다. 어휘 풀이와 인물 계보도 등도 재정비하면서 좀 더 간결하고 정확하게 독자들께 이해되도록 했다. 이전의 판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박경리 선생의 에세이 「『토지』를 쓰던 세월」이 최초로 수록되어, 작가 박경리가 『토지』를 집필하는 긴 시간 동안의 소회를 독자가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느껴볼 수 있도록 도왔다. ‘『토지』를 쓰던 세월’ 서문 최초 수록 “무수한 사건 무수한 사람들, 밀림과도 같은 생각의 넓이와 깊이.” “지금 나는 지극히 편안하고 외로움 같은 것은 느끼지 않는다. 나는 이제 늙었고 자식들은 남과 같이 제법 순탄해졌기 때문에 하소연할 아무런 말도 없고 언짢은 일을 기억할 필요도 없으며 감사할 뿐이다. 그러나 기억해 두어야 할 일은 있다. 『토지』를 쓰는 동안 도움을 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 7년의 수난기에 우리를 따스하게 감싸주신 분들, 그런 분들이 적지 않았다.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사실 나는 지금 망연자실해 있다는 것이 정직한 고백이다. 내가 뭘 어쨌기에? 이렇게 단비가 내게 내리는가. 치열하게 살지 않는 목숨은 없다. 어떠한 미물의 목숨이라도 살아남는다는 것은 아프다. 그리고 어떠한 역경을 겪더라도 생명은 아름다운 것이며 삶만큼 진실한 것은 없다. 비극과 희극, 행과 불행, 죽음과 탄생, 만남과 이별, 아름다움과 추악한 것, 환희와 비애, 희망과 절망, 요행과 불운, 그러한 모든 모순을 수용하고 껴안으며 사는 삶은 아름답다. 그리고 삶 그 자체만큼 진실된 것도 없다. 문학은 그 모순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표현 아니겠는가. 나는 지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문학에 대하여 나는 다시 나에게 물어야만 할 것 같다. 멀고 먼 피안에서 서성대는 진실을 위하여.” _박경리, 「『토지』를 쓰던 세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