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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편 빛 속으로!
2장 합류(合流) 3장 산은 말이 없고 4장 운수불길(運數不吉) 5장 동천(冬天) 6장 졸업 7장 빛 속으로! 어휘 풀이 |
Park, Kyung-Ree,朴景利,박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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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야네가 말했고 휘는 밥을 먹다 말고 장모를 바라본다. 안쓰러워하는 눈빛이다. 아무리 괜찮다, 잘됐다 하기는 했으나 영광이 떠나간 일이 마음에 좋을 리는 없었다. 자식에게 버림받은 것 같은 기분이 눈곱만큼도 없다,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사돈과 사위 보기가 민망한 것만은 사실이다. 영선은 코를 홀짝거리며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꾸역꾸역 입 속으로 밥을 밀어넣는다.
---「산은 말이 없고」중에서 인간을 습관의 동물이라고 한다. 어디 인간만이겠는가. 무릇 모든 생명에는 모두 습성이 있게 마련이다. 제각기 독특한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인간에게는 선악으로 구분 짓고 도덕이라는 균형을 정하는 이성이 있으며 영성에 대한 끝없는 갈증이 있다. 그것이 다른 생명들과 다른 점이다. 그러니 선악의 기준이 없는 다른 생명들은 본성을 감출 필요도, 본성을 간파할 필요도 없다. 있는 그대로, 허위가 없는 것이다. ---「운수불길」중에서 서희 역시 그런 식으로 남에게 말한 적은 없었다. 그는 자기 자신을 털어놓은 일도 없었고 자기가 부리는 아랫사람에게도 간단한 명령뿐 설교 같은 것 삶의 의미 같은 것 말하는 성미가 아니었다. 명희는 역력하게 변해 있는 서희 모습을 본다. 그것은 약화된 모습, 약화된 말의 내용이었다. 자식도 머리가 커지면 부모가 져주어야 한다는 말에서부터 그러했다. 길상의 구속에서부터 양현의 문제, 그리고 윤국은 최서희에게 결정타 같은 것이리란 생각을 명희도 했었다. 모성, 그것은 무엇일까? 명희는 견딜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 서희의 약화된 모습은 오히려 거대한 산같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동천」중에서 상가는 쓸쓸하지 않았다. 떠들썩하지는 않았으나 자식들이 많아서 아들 며느리, 딸 사위, 그리고 그의 자식들, 많았다. 아들 사위, 큰손자들, 그들이 노는 범위의 안면들도 적잖은 편이었고 이웃들도 많이 왔다. 그러나 애통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호상이기 때문이다. 오래 살아서 노쇠하기는 했으나 노망이 들지도 않았고 중풍이 들어서 똥오줌을 받아내지도 않았다. 여한 없이 살다 간 영팔노인, 부조로 막걸리통이나 들어왔고 독골에서는 팥죽을 쑤어왔으며 상가에서도 조문객 대접할 만큼의 음식을 장만했으니 요즘 같은 시국에는 조촐한 상가 풍경이라 할 수도 있었다. ---「졸업」중에서 그 순간 서희는 자신을 휘감은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다음 순간 모녀는 부둥켜안았다. 이때 나루터에서는 읍내 갔다가 나룻배에서 내린 장연학이 둑길에서 만세를 부르고 춤을 추며 걷고 있었다. ---「빛 속으로!」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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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삶이 평탄했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삶이 문학보다 먼저지요.” 고전의 품격과 새 시대의 감각을 동시에 담아낸 박경리 타계 15주기 추모 특별판 1957년 단편 「계산」으로 데뷔해, 26년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로 한국 문학사에 거대한 이정표를 남긴 거장 박경리. 타계 15주기를 맞아 다산북스에서 박경리의 작품들을 새롭게 엮어 출간한다. 한국 문학의 유산으로 꼽히는 『토지』를 비롯한 박경리의 소설과 에세이, 시집이 차례로 묶여 나올 예정인 장대한 기획으로, 작가의 문학 세계를 누락과 왜곡 없이 온전하게 담아낸 의미 있는 작업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한국 사회와 문학의 중추를 관통하는 박경리의 방대한 작품들을 한데 모아 구성했고, 새롭게 발굴한 미발표 유작도 꼼꼼한 편집 과정을 거쳐 출간될 예정이다. 오래전에 고전의 반열에 오른 박경리의 작품들은 새롭게 읽힐 기회를 갖질 못했다. 이번에 펴내는 특별판에서는 원문의 표현을 살리고 이전의 오류를 잡아내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대감각을 입혀 기존의 판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책을 선보인다. 이전에 박경리의 작품을 읽은 독자에게는 기존의 틀을 부수는 신선함을, 작품을 처음 접할 독자에게는 고전의 품위와 탁월함을 맛볼 수 있도록 고심해 구성했다. 이전의 고리타분함을 말끔하게 벗어내면서도 작품 각각의 고유의 맛을 살린 표지 디자인으로, 독서는 물론 소장용으로도 손색이 없게 했다. 한국 문학사에 영원히 남을 이름, 박경리 문학의 정수를 다산북스의 기획으로 다시 경험하길 바란다. “문학에 대하여 나는 다시 나에게 물어야만 할 것 같다. 멀고 먼 피안에서 서성대는 진실을 위하여.” 우리 시대의 최고의 고전 한국 문학사의 걸작을 현대적 감각으로 새로 만나다! 명실상부 한국 문학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가 첫 집필 54년 만에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탄생한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근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는 『토지』는 우리말의 미적 감각을 첨예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러한 『토지』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한국문학의 대표 작품으로서 오늘날까지 범국민적으로 읽혀온 것이 사실이다. 『토지』는 1969년부터 1994년까지 장장 26년이라는 세월 동안 집필되었으며, 200자 원고지 기준 4만여 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토지』는 구한말에서부터 1945년 8월 15일 광복의 그날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는다. 일제의 수탈 속에서 우리 민족의 고난의 삶을 생생하게 형상화해 내는 인간 보편성에 관한 근원적인 탐구를 통해 대하소설 『토지』는 20세기 한국문학의 정수로 자리매김했다. 2024년은 『토지』가 완간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다산책방에서 출간하는 2023년판 『토지』는 이미 완성된 지 30년이 된 이 작품이 최대한 오류 없이, 최대한 훼손 없이 독자들께 전달될 수 있도록 수 개월간의 자료조사를 통해 심혈을 기울인 편집 과정을 거쳤다. 어휘 풀이와 인물 계보도 등도 재정비하면서 좀 더 간결하고 정확하게 독자들께 이해되도록 했다. 이전의 판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박경리 선생의 에세이 「『토지』를 쓰던 세월」이 최초로 수록되어, 작가 박경리가 『토지』를 집필하는 긴 시간 동안의 소회를 독자가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느껴볼 수 있도록 도왔다. ‘『토지』를 쓰던 세월’ 서문 최초 수록 “무수한 사건 무수한 사람들, 밀림과도 같은 생각의 넓이와 깊이.” “지금 나는 지극히 편안하고 외로움 같은 것은 느끼지 않는다. 나는 이제 늙었고 자식들은 남과 같이 제법 순탄해졌기 때문에 하소연할 아무런 말도 없고 언짢은 일을 기억할 필요도 없으며 감사할 뿐이다. 그러나 기억해 두어야 할 일은 있다. 『토지』를 쓰는 동안 도움을 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 7년의 수난기에 우리를 따스하게 감싸주신 분들, 그런 분들이 적지 않았다.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사실 나는 지금 망연자실해 있다는 것이 정직한 고백이다. 내가 뭘 어쨌기에? 이렇게 단비가 내게 내리는가. 치열하게 살지 않는 목숨은 없다. 어떠한 미물의 목숨이라도 살아남는다는 것은 아프다. 그리고 어떠한 역경을 겪더라도 생명은 아름다운 것이며 삶만큼 진실한 것은 없다. 비극과 희극, 행과 불행, 죽음과 탄생, 만남과 이별, 아름다움과 추악한 것, 환희와 비애, 희망과 절망, 요행과 불운, 그러한 모든 모순을 수용하고 껴안으며 사는 삶은 아름답다. 그리고 삶 그 자체만큼 진실된 것도 없다. 문학은 그 모순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표현 아니겠는가. 나는 지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문학에 대하여 나는 다시 나에게 물어야만 할 것 같다. 멀고 먼 피안에서 서성대는 진실을 위하여.” _박경리, 「『토지』를 쓰던 세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