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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편 밤에 일하는 사람들
10장 사나이들 11장 옛 터전 12장 백정네 식구 13장 산놈으로 태어나서 14장 동행(同行) 제4편 용정촌과 서울 1장 묘향산 북변의 묘 2장 부부 3장 목도리를 두르고 온 여자 4장 그들의 만남 5장 해는 저물어가고 6장 집념은 그의 고독 7장 그리웠던 사람들 8장 낭패한 주갑이 9장 발병 10장 부자(父子) 11장 폐가처럼 12장 밤길에서 13장 정(情) 14장 소나기 사랑 15장 면대(面對) 어휘 풀이 |
Park, Kyung-Ree,朴景利,박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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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내에 사는 소화에게 줄을 놔서, 옛날 소화의 기둥서방이었던 운삼(雲三)을 찾아 서울에 온 기화는 모든 형편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협률사에 관계하고 있는 만큼 운삼은 알 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소리꾼이었고 장안의 모모한 기생집과는 밀접한 줄이 있었다. 말하자면 말발이 선다는 얘기겠는데 그러한 여건도 여건이려니와 기화의 기생으로서의 자질을 운삼이 높이 샀다는 것에 보다 중요한 원인이 있었다.
---「동행」중에서 들어서 이미 알고 있는 터이지만 용정촌 역두에서부터 최서희의 콧김이 세다는 것을 혜관과 기화는 실감하며 걸음을 내딛는다. 비대해지면서 생긴 버릇인데 땅바닥을 지신지신 짓누르듯 걸어가는 혜관 뒤를 여행 가방을 든 기화가 계집아이처럼 조르르 따라간다. 회령여관에서 당목 치마는 벗어버리고 법단 남치마에 옥색 주의(周衣)로 갈아입고 미색 비단 목도리를 목에 감은 기화는 서울서도 다방골 일류 기생의 면모가 약여하건만 그의 걸음걸이는 혜관의 법의 자락이라도 거머잡아야 온전할 것처럼 불안전해 보인다. ---「묘향산 북변의 묘」중에서 보따리를 이고 홍이 손을 잡고 가던 월선이 비틀거린다. 홍이는 설빔이던 옥색 바지에 자줏빛 마고자를 입고 염낭을 차고 설날보다 더 기분이 좋은 것 같다. 들에서 일하던 청인 농부가 이들 일행을 넋 빠진 듯 바라본다. 띄엄띄엄 산재해 있는 조선인 농가에서도 사람들이 놀란 눈들을 하고 내다본다. 특히 옥색 두루마기 자락과 비단 목도리를 바람에 휘날리며 작은 가죽 가방을 든 기화의 멀어지는 뒷모습엔 안타깝고 아쉬워하는 눈들이 따라간다. ---「그리웠던 사람들」중에서 계집아이와 찬모가 일은 아니하고 잡담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때 송영환의 처 장씨는 뜰에 나와서 나무 밑동에 등을 붙이고 앉아 있었다. 아들 유섭(由燮)이 뛰놀고 있는 것을 보는 것도 아니요 안 보는 것도 아닌, 얼굴에 햇빛이 비친다. 굵은 쌍꺼풀이 풀어진 눈은 노곤한 피곤에 젖은 것 같았다. 은행알 모양의 얼굴도 많이 변하여 턱 끝이 날카로워졌고 주근깨가 솟아올라 초라해 보인다. 누리끼리한 짚베옷을 입은 때문인지 모른다. 흰 댕기가 감긴 쪽머리에도 햇빛이 흔들린다. ---「폐가처럼」중에서 오솔길, 소나무 밑동에 서의돈은 털썩 주저앉는다. 풀벌레가 운다. 어둠 속에 달빛도 없는데 서울 장안도 숨죽은 듯 조용히 누워 있는데, 정녕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숲속은 설렁한 야기(夜氣)에 오소소 몸짓하는 것 같고, 풀벌레만 우는가. 부엉이도 울어쌓는다. 서의돈은 손을 뻗어 기화를 제 옆에 앉힌다. ---「소나기 사랑」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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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삶이 평탄했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삶이 문학보다 먼저지요.” 고전의 품격과 새 시대의 감각을 동시에 담아낸 박경리 타계 15주기 추모 특별판 1957년 단편 「계산」으로 데뷔해, 26년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로 한국 문학사에 거대한 이정표를 남긴 거장 박경리. 타계 15주기를 맞아 다산북스에서 박경리의 작품들을 새롭게 엮어 출간한다. 한국 문학의 유산으로 꼽히는 『토지』를 비롯한 박경리의 소설과 에세이, 시집이 차례로 묶여 나올 예정인 장대한 기획으로, 작가의 문학 세계를 누락과 왜곡 없이 온전하게 담아낸 의미 있는 작업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한국 사회와 문학의 중추를 관통하는 박경리의 방대한 작품들을 한데 모아 구성했고, 새롭게 발굴한 미발표 유작도 꼼꼼한 편집 과정을 거쳐 출간될 예정이다. 오래전에 고전의 반열에 오른 박경리의 작품들은 새롭게 읽힐 기회를 갖질 못했다. 이번에 펴내는 특별판에서는 원문의 표현을 살리고 이전의 오류를 잡아내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대감각을 입혀 기존의 판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책을 선보인다. 이전에 박경리의 작품을 읽은 독자에게는 기존의 틀을 부수는 신선함을, 작품을 처음 접할 독자에게는 고전의 품위와 탁월함을 맛볼 수 있도록 고심해 구성했다. 이전의 고리타분함을 말끔하게 벗어내면서도 작품 각각의 고유의 맛을 살린 표지 디자인으로, 독서는 물론 소장용으로도 손색이 없게 했다. 한국 문학사에 영원히 남을 이름, 박경리 문학의 정수를 다산북스의 기획으로 다시 경험하길 바란다. “문학에 대하여 나는 다시 나에게 물어야만 할 것 같다. 멀고 먼 피안에서 서성대는 진실을 위하여.” 우리 시대의 최고의 고전 한국 문학사의 걸작을 현대적 감각으로 새로 만나다! 명실상부 한국 문학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가 첫 집필 54년 만에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탄생한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근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는 『토지』는 우리말의 미적 감각을 첨예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러한 『토지』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한국문학의 대표 작품으로서 오늘날까지 범국민적으로 읽혀온 것이 사실이다. 『토지』는 1969년부터 1994년까지 장장 26년이라는 세월 동안 집필되었으며, 200자 원고지 기준 4만여 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토지』는 구한말에서부터 1945년 8월 15일 광복의 그날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는다. 일제의 수탈 속에서 우리 민족의 고난의 삶을 생생하게 형상화해 내는 인간 보편성에 관한 근원적인 탐구를 통해 대하소설 『토지』는 20세기 한국문학의 정수로 자리매김했다. 2024년은 『토지』가 완간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다산책방에서 출간하는 2023년판 『토지』는 이미 완성된 지 30년이 된 이 작품이 최대한 오류 없이, 최대한 훼손 없이 독자들께 전달될 수 있도록 수 개월간의 자료조사를 통해 심혈을 기울인 편집 과정을 거쳤다. 어휘 풀이와 인물 계보도 등도 재정비하면서 좀 더 간결하고 정확하게 독자들께 이해되도록 했다. 이전의 판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박경리 선생의 에세이 「『토지』를 쓰던 세월」이 최초로 수록되어, 작가 박경리가 『토지』를 집필하는 긴 시간 동안의 소회를 독자가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느껴볼 수 있도록 도왔다. ‘『토지』를 쓰던 세월’ 서문 최초 수록 “무수한 사건 무수한 사람들, 밀림과도 같은 생각의 넓이와 깊이.” “지금 나는 지극히 편안하고 외로움 같은 것은 느끼지 않는다. 나는 이제 늙었고 자식들은 남과 같이 제법 순탄해졌기 때문에 하소연할 아무런 말도 없고 언짢은 일을 기억할 필요도 없으며 감사할 뿐이다. 그러나 기억해 두어야 할 일은 있다. 『토지』를 쓰는 동안 도움을 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 7년의 수난기에 우리를 따스하게 감싸주신 분들, 그런 분들이 적지 않았다.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사실 나는 지금 망연자실해 있다는 것이 정직한 고백이다. 내가 뭘 어쨌기에? 이렇게 단비가 내게 내리는가. 치열하게 살지 않는 목숨은 없다. 어떠한 미물의 목숨이라도 살아남는다는 것은 아프다. 그리고 어떠한 역경을 겪더라도 생명은 아름다운 것이며 삶만큼 진실한 것은 없다. 비극과 희극, 행과 불행, 죽음과 탄생, 만남과 이별, 아름다움과 추악한 것, 환희와 비애, 희망과 절망, 요행과 불운, 그러한 모든 모순을 수용하고 껴안으며 사는 삶은 아름답다. 그리고 삶 그 자체만큼 진실된 것도 없다. 문학은 그 모순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표현 아니겠는가. 나는 지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문학에 대하여 나는 다시 나에게 물어야만 할 것 같다. 멀고 먼 피안에서 서성대는 진실을 위하여.” _박경리, 「『토지』를 쓰던 세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