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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편 용정촌과 서울
16장 강원도 인삼장수 17장 혜관의 견문 18장 영웅의 아들 제5편 세월을 넘고 1장 황막(荒漠)하다는 것 2장 사춘기 3장 가난한 사람들 4장 예감 5장 하얼빈행(行) 6장 최종 보고 7장 벌목장의 오두막 8장 사랑 9장 아귀지옥 10장 찾아온 사람 11장 닮은 얼굴의 기억 12장 추적 13장 김두수 14장 늙은 호랑이와 젊은 이리 15장 화살같이 어휘 풀이 |
Park, Kyung-Ree,朴景利,박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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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윤도집댁에 당도한 두 사람은 인색스런 가모(家母)지만 음식 솜씨가 좋은 이 집에서 저녁을 치렀다. 깐깐하고 냉정한 성미의 윤도집과 역시 깐깐하고 능청스런 공노인, 서로 사이에 까칠까칠한 까시랭이 같은 것이 느껴졌던지 몇 마디 오가는 얘기는 겉돌기만 하였고 장승같이 앉아 입을 떼려 하지 않는 환의 존재도 거북했던지 윤도집은 초저녁에 자리를 떴고 사랑의 불도 초저녁에 꺼졌다.
---「영웅의 아들」중에서 길상이보다 두세 살쯤 위일까? 몸집이 작은 사내는 시종 여유 있는 미소를 띠며 술잔을 거듭했다. 그러나 미소 짓는 사내의 얼굴은 온유하기보다 오히려 그 미소로 하여 싸늘한 냉기를 느끼게 한다. 연장자인 권필응의 앞이어서 그랬는지 술버릇도 좋았고 단정한 몸가짐에는 잘 훈련된 흔적이 있었으며 평지를 같은 보조로 가듯이 억양 없는 나지막한 음성이었다. 어쨌건 좀 파악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그는 상해에서 오는 길이며 이름은 신태성(申泰成)이라 했다. ---「황막하다는 것」중에서 저녁 무렵, 퇴근 때가 가까워지면은 속을 부글부글 끓이는 김두수였다. 요즘에 와선 그런 심화가 부쩍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털고 일어서려면 언제든 그럴 수 있었고 애초부터 김두수에게 이 자리는 잠정적인 것, 자신의 결정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거리에만 나가면 득의에 찬 얼굴, 존대해지는 걸음걸이, 도시 세상이 우습게 여겨지는 것은 이 년 전 회령경찰서에 왔을 당시와 다를 것이 없었다. ---「최종 보고」중에서 유쾌한 여행이었다. 다음 정거장이 하얼빈이다. 길상은 환이 화술에 말려들어 웃기를 몇 번 했는지. 그중에서도 조준구 골탕먹인 얘기가 젤 우스웠다. 아마 환이 이렇게 말을 많이 해보기도 처음이겠으나 길상은 신기해서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지금껏 뇌리 속에 있던 인물과 이렇게 상반할 수 있는가 하고. 이따금 환이는 소년같이 웃었고 창밖을 호기심에 가득 차 바라보기도 했었다. 평범한 친구였다. 손위라는 생각도, 신비스런 그 과묵의 얼굴도 아니었다. 수백 개 화살같이 세게 날아오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불륜의 죄악을 안고 어둡게 타는 눈도 아니었다. ---「추적」중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어디서 어떻게 해서 불어오는 바람인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용정거리에 불어오는 바람, 길모퉁이를 스쳐가고 시장거리를 휩쓸어가고, 비 떨어지는 하늘을 보다가 급히 장독 뚜껑을 닫으면서 아낙들이 얘기를 나누는 여염집 안마당에 머물다 가고, 풍문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한때 두매가 하숙하고 있었던 집에서도 풍문에 대한 의견은 구구하였다. ---「화살같이」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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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삶이 평탄했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삶이 문학보다 먼저지요.” 고전의 품격과 새 시대의 감각을 동시에 담아낸 박경리 타계 15주기 추모 특별판 1957년 단편 「계산」으로 데뷔해, 26년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로 한국 문학사에 거대한 이정표를 남긴 거장 박경리. 타계 15주기를 맞아 다산북스에서 박경리의 작품들을 새롭게 엮어 출간한다. 한국 문학의 유산으로 꼽히는 『토지』를 비롯한 박경리의 소설과 에세이, 시집이 차례로 묶여 나올 예정인 장대한 기획으로, 작가의 문학 세계를 누락과 왜곡 없이 온전하게 담아낸 의미 있는 작업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한국 사회와 문학의 중추를 관통하는 박경리의 방대한 작품들을 한데 모아 구성했고, 새롭게 발굴한 미발표 유작도 꼼꼼한 편집 과정을 거쳐 출간될 예정이다. 오래전에 고전의 반열에 오른 박경리의 작품들은 새롭게 읽힐 기회를 갖질 못했다. 이번에 펴내는 특별판에서는 원문의 표현을 살리고 이전의 오류를 잡아내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대감각을 입혀 기존의 판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책을 선보인다. 이전에 박경리의 작품을 읽은 독자에게는 기존의 틀을 부수는 신선함을, 작품을 처음 접할 독자에게는 고전의 품위와 탁월함을 맛볼 수 있도록 고심해 구성했다. 이전의 고리타분함을 말끔하게 벗어내면서도 작품 각각의 고유의 맛을 살린 표지 디자인으로, 독서는 물론 소장용으로도 손색이 없게 했다. 한국 문학사에 영원히 남을 이름, 박경리 문학의 정수를 다산북스의 기획으로 다시 경험하길 바란다. “문학에 대하여 나는 다시 나에게 물어야만 할 것 같다. 멀고 먼 피안에서 서성대는 진실을 위하여.” 우리 시대의 최고의 고전 한국 문학사의 걸작을 현대적 감각으로 새로 만나다! 명실상부 한국 문학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가 첫 집필 54년 만에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탄생한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근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는 『토지』는 우리말의 미적 감각을 첨예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러한 『토지』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한국문학의 대표 작품으로서 오늘날까지 범국민적으로 읽혀온 것이 사실이다. 『토지』는 1969년부터 1994년까지 장장 26년이라는 세월 동안 집필되었으며, 200자 원고지 기준 4만여 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토지』는 구한말에서부터 1945년 8월 15일 광복의 그날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는다. 일제의 수탈 속에서 우리 민족의 고난의 삶을 생생하게 형상화해 내는 인간 보편성에 관한 근원적인 탐구를 통해 대하소설 『토지』는 20세기 한국문학의 정수로 자리매김했다. 2024년은 『토지』가 완간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다산책방에서 출간하는 2023년판 『토지』는 이미 완성된 지 30년이 된 이 작품이 최대한 오류 없이, 최대한 훼손 없이 독자들께 전달될 수 있도록 수 개월간의 자료조사를 통해 심혈을 기울인 편집 과정을 거쳤다. 어휘 풀이와 인물 계보도 등도 재정비하면서 좀 더 간결하고 정확하게 독자들께 이해되도록 했다. 이전의 판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박경리 선생의 에세이 「『토지』를 쓰던 세월」이 최초로 수록되어, 작가 박경리가 『토지』를 집필하는 긴 시간 동안의 소회를 독자가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느껴볼 수 있도록 도왔다. ‘『토지』를 쓰던 세월’ 서문 최초 수록 “무수한 사건 무수한 사람들, 밀림과도 같은 생각의 넓이와 깊이.” “지금 나는 지극히 편안하고 외로움 같은 것은 느끼지 않는다. 나는 이제 늙었고 자식들은 남과 같이 제법 순탄해졌기 때문에 하소연할 아무런 말도 없고 언짢은 일을 기억할 필요도 없으며 감사할 뿐이다. 그러나 기억해 두어야 할 일은 있다. 『토지』를 쓰는 동안 도움을 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 7년의 수난기에 우리를 따스하게 감싸주신 분들, 그런 분들이 적지 않았다.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사실 나는 지금 망연자실해 있다는 것이 정직한 고백이다. 내가 뭘 어쨌기에? 이렇게 단비가 내게 내리는가. 치열하게 살지 않는 목숨은 없다. 어떠한 미물의 목숨이라도 살아남는다는 것은 아프다. 그리고 어떠한 역경을 겪더라도 생명은 아름다운 것이며 삶만큼 진실한 것은 없다. 비극과 희극, 행과 불행, 죽음과 탄생, 만남과 이별, 아름다움과 추악한 것, 환희와 비애, 희망과 절망, 요행과 불운, 그러한 모든 모순을 수용하고 껴안으며 사는 삶은 아름답다. 그리고 삶 그 자체만큼 진실된 것도 없다. 문학은 그 모순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표현 아니겠는가. 나는 지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문학에 대하여 나는 다시 나에게 물어야만 할 것 같다. 멀고 먼 피안에서 서성대는 진실을 위하여.” _박경리, 「『토지』를 쓰던 세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