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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편 인실의 자리
3장 강도 사건 4장 장례식날 밤 5장 동경(東京)의 인실(仁實) 6장 영광(榮光)의 부상(負傷) 7장 영호네의 부탁 8장 수유리에서 9장 만주사변(滿洲事變) 10장 조용하의 자살(自殺) 11장 양자(養子) 얘기 12장 오누이의 재회 13장 양현과 이부사댁 제5편 악령(惡靈) 1장 서비스공장 2장 동성반점(東盛飯店)에서 3장 인실(仁實)의 변신 4장 노파가 된 임이 5장 남경(南京)학살 6장 일본인의 시국관(時局觀) 7장 떠나는 마차 어휘 풀이 |
Park, Kyung-Ree,朴景利,박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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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난 뒤 열흘이 지났으나 경찰은 범인의 흔적조차 찾아내질 못하였다. 온통 팽팽한 긴장 속에서 하마 어디서 쾅! 하고 터질지 모르는 소리를 초조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던 이 도시의 사람들, 그러나 열흘을 넘기면서 긴장은 풀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즐거움에 가슴이 뿌듯해져갔다.
---「장례식날 밤」중에서 옷고름을 여미고 일어서며 유인성이 중얼거렸다. 회색 바지에 반소매 흰 셔츠를 입은 선우신이 웃으며 인사를 했다. 광대뼈가 솟고 양 볼이 꺼져서 여우상 같은 그의 인상, 그러나 날카로움은 많이 마모된 듯했으나 달콤하고 깨끗해 뵈는 웃음은 전과 다르지 않았다. 선우일은 마지(麻地)의 양복차림이었고 나비넥타이에 파나마모자까지 쓰고 있었다. ---「수유리에서」중에서 영호네는 숙이 등을 밀듯 했다. 사실 영호네는 뭔지 모르지만 늘 불안했다. 장가 안 가겠다는 영호를 우격다짐하듯, 이루어진 혼사였고 혼인 뒤에도 썩 금슬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다 숙이에게 아직 태기가 없으니 마음이 놓이질 않는 것이다. 숙이는 시어머니가 떠미는 바람에 방으로 들어갔다. 영호는 벽에 기대어, 쭈그리고 앉아서 두 손으로 턱을 감싸고 있었다. ---「오누이의 재회」중에서 밖에는 바람이 좀 일고 있었다. 고철 더미가 쌓여 있고 낡은 차체(車體)가 여기저기 굴러 있는 공터는 을씨년스러웠다. 본격적인 추위는 아직 멀었으나 그래도 신경(新京)의 초겨울 바람은 살갗에 매웠다. 공장 부지를 지나 홍이는 철조망이 쳐진 밖으로 나갔다. 철조망을 등지고 한 사내가 서 있었다. 물개털의 깃이 붙은 고급외투를 입고 털모자로 깊숙이 얼굴을 가린 사나이, 몸은 비대했다. ---「서비스공장」중에서 오가타가 여행을 결심하고 회사에 휴직계를 낸 것은 장고봉(張鼓峰)사건이 발생한 후 칠월 말경의 일이었다. 장고봉사건이란 조선·소련 그리고 만주의 국경이 마주치는 두만강 하류, 장고봉에 소련군이 진격해온 사건이다. 사소한 일이 행동의 동기가 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특히 여행은, 용무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 순수한 여행일 때 즉흥적이거나 사소한 일이 동기가 되는 수가 많다. 이번 오가타의 경우가 그러했다. ---「일본인의 시국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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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삶이 평탄했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삶이 문학보다 먼저지요.” 고전의 품격과 새 시대의 감각을 동시에 담아낸 박경리 타계 15주기 추모 특별판 1957년 단편 「계산」으로 데뷔해, 26년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로 한국 문학사에 거대한 이정표를 남긴 거장 박경리. 타계 15주기를 맞아 다산북스에서 박경리의 작품들을 새롭게 엮어 출간한다. 한국 문학의 유산으로 꼽히는 『토지』를 비롯한 박경리의 소설과 에세이, 시집이 차례로 묶여 나올 예정인 장대한 기획으로, 작가의 문학 세계를 누락과 왜곡 없이 온전하게 담아낸 의미 있는 작업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한국 사회와 문학의 중추를 관통하는 박경리의 방대한 작품들을 한데 모아 구성했고, 새롭게 발굴한 미발표 유작도 꼼꼼한 편집 과정을 거쳐 출간될 예정이다. 오래전에 고전의 반열에 오른 박경리의 작품들은 새롭게 읽힐 기회를 갖질 못했다. 이번에 펴내는 특별판에서는 원문의 표현을 살리고 이전의 오류를 잡아내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대감각을 입혀 기존의 판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책을 선보인다. 이전에 박경리의 작품을 읽은 독자에게는 기존의 틀을 부수는 신선함을, 작품을 처음 접할 독자에게는 고전의 품위와 탁월함을 맛볼 수 있도록 고심해 구성했다. 이전의 고리타분함을 말끔하게 벗어내면서도 작품 각각의 고유의 맛을 살린 표지 디자인으로, 독서는 물론 소장용으로도 손색이 없게 했다. 한국 문학사에 영원히 남을 이름, 박경리 문학의 정수를 다산북스의 기획으로 다시 경험하길 바란다. “문학에 대하여 나는 다시 나에게 물어야만 할 것 같다. 멀고 먼 피안에서 서성대는 진실을 위하여.” 우리 시대의 최고의 고전 한국 문학사의 걸작을 현대적 감각으로 새로 만나다! 명실상부 한국 문학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가 첫 집필 54년 만에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탄생한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근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는 『토지』는 우리말의 미적 감각을 첨예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러한 『토지』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한국문학의 대표 작품으로서 오늘날까지 범국민적으로 읽혀온 것이 사실이다. 『토지』는 1969년부터 1994년까지 장장 26년이라는 세월 동안 집필되었으며, 200자 원고지 기준 4만여 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토지』는 구한말에서부터 1945년 8월 15일 광복의 그날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는다. 일제의 수탈 속에서 우리 민족의 고난의 삶을 생생하게 형상화해 내는 인간 보편성에 관한 근원적인 탐구를 통해 대하소설 『토지』는 20세기 한국문학의 정수로 자리매김했다. 2024년은 『토지』가 완간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다산책방에서 출간하는 2023년판 『토지』는 이미 완성된 지 30년이 된 이 작품이 최대한 오류 없이, 최대한 훼손 없이 독자들께 전달될 수 있도록 수 개월간의 자료조사를 통해 심혈을 기울인 편집 과정을 거쳤다. 어휘 풀이와 인물 계보도 등도 재정비하면서 좀 더 간결하고 정확하게 독자들께 이해되도록 했다. 이전의 판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박경리 선생의 에세이 「『토지』를 쓰던 세월」이 최초로 수록되어, 작가 박경리가 『토지』를 집필하는 긴 시간 동안의 소회를 독자가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느껴볼 수 있도록 도왔다. ‘『토지』를 쓰던 세월’ 서문 최초 수록 “무수한 사건 무수한 사람들, 밀림과도 같은 생각의 넓이와 깊이.” “지금 나는 지극히 편안하고 외로움 같은 것은 느끼지 않는다. 나는 이제 늙었고 자식들은 남과 같이 제법 순탄해졌기 때문에 하소연할 아무런 말도 없고 언짢은 일을 기억할 필요도 없으며 감사할 뿐이다. 그러나 기억해 두어야 할 일은 있다. 『토지』를 쓰는 동안 도움을 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 7년의 수난기에 우리를 따스하게 감싸주신 분들, 그런 분들이 적지 않았다.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사실 나는 지금 망연자실해 있다는 것이 정직한 고백이다. 내가 뭘 어쨌기에? 이렇게 단비가 내게 내리는가. 치열하게 살지 않는 목숨은 없다. 어떠한 미물의 목숨이라도 살아남는다는 것은 아프다. 그리고 어떠한 역경을 겪더라도 생명은 아름다운 것이며 삶만큼 진실한 것은 없다. 비극과 희극, 행과 불행, 죽음과 탄생, 만남과 이별, 아름다움과 추악한 것, 환희와 비애, 희망과 절망, 요행과 불운, 그러한 모든 모순을 수용하고 껴안으며 사는 삶은 아름답다. 그리고 삶 그 자체만큼 진실된 것도 없다. 문학은 그 모순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표현 아니겠는가. 나는 지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문학에 대하여 나는 다시 나에게 물어야만 할 것 같다. 멀고 먼 피안에서 서성대는 진실을 위하여.” _박경리, 「『토지』를 쓰던 세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