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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베개
나의 『풀베개』 해 설(고미야 도요타카) 연 보 |
Natsume Soseki,なつめ そうせき,夏目 漱石,나츠메 긴노스케 夏目 金之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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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얘기를 더 들으면 기껏 피어오른 정취가 깨지고 말리라. 마침내 막 신선이 되려는 찰나에 누군가가 와서 날개옷을 돌려달라고, 돌려달라고 재촉할 듯한 기분이 들었다. 험한 꼬부랑길을 무릅쓰고 간신히 여기까지 왔는데, 그렇게 간단히 속계로 끌려 내려가서는 표연히 집을 나선 보람이 없으리라. 세상 이야기도 어느 정도 이상으로 파고들면 속세의 냄새가 털구멍으로 스며들어 때로는 몸이 무거워지곤 한다.
- 이른바 즐거움은 사물에 집착하는 데서 일어나기에 온갖 괴로움을 머금고 있다. 오로지 시인과 화객(畵客)이라는 자들이 있어서 이 대립세계의 정화를 어디까지고 곱씹어, 뼈에 사무치고 골수에 스미는 깨끗함을 알 뿐이다. 안개를 먹고 이슬을 마시고 자줏빛을 품(品)하고 붉은빛을 평(評)하고 죽음에 이르러 후회하지 않는다. 그들의 즐거움은 사물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다. 동화하여 그 사물이 되는 것이다. 완전히 그 사물이 되었을 때 나를 수립할 여지는 망망한 대지를 다 뒤져도 찾아낼 수가 없다. 속세의 먼지에 찌든 육신에서 뜻대로 해탈하며 터진 삿갓 속에 무한한 청풍을 담는다. 무익하게 이러한 경우를 생각해내는 것은 굳이 시정의 돈 냄새 풍기는 자들을 위협하고, 애써 기품 있는 척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곧 얻게 될 복음을 이야기하여 인연이 있는 중생을 손짓해서 부르기 위함일 뿐이다.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자면 시경(詩境)이네, 화계(畵界)네 하는 것도 사람들 모두에게 갖추어진 길이다. 덧없이 세월을 헤아리며 하얗게 센 머리에 신음하는 무리라 할지라도 일생을 돌아보아 지난 내력의 파동을 차례대로 점검해보면, 악취 풍기는 시체에서도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는 것처럼 속세에 찌든 자신에게도 예전에는 희미한 빛이 있었던 듯하여 스스로를 잊고 박수치고 싶은 취흥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살아온 보람이 없는 사내다. --- 본문 중에서 물론 당시 소세키는 ‘비인정’한 세계의 즐거움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소세키는 그 ‘비인정’한 세계를 자신의 인격 속에 기본 바탕으로 소유하고 있지는 못했으며, 역시 끊임없이 ‘인정’의 세계에서 방황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것이 특히 소세키에게 ‘비인정’한 세계를 동경하게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풀베개』는 소세키의 유토피아이자, 또한 소세키의 ‘인공낙원’이었다. ‘인정’의 과잉에 시달리던 소세키는 자신을 풀어놓아 잠시 이곳에서 ‘비인정’의 ‘소요유(逍?游)’를 시도했던 것이다. ---「해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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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베개』는 나쓰메 소세키가 『나는 고양이 로소이다』, 『도련님』에 이어 1906년 9월에 잡지 『신소설』에 발표한 세 번째 장편소설로 초기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발표 직후인 같은 해 11월의 『문장세계』에 실은 「나의 『풀베개』」에서 소세키 자신이 말한 것처럼 이 작품은 다른 작품들과는 결을 조금 달리한다. 이 작품에는 소설의 기본 구성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줄거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저 한 젊은 화공이 산 속의 온천장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보고 겪은 일들이 회화적으로 담담하게 묘사되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화공의 독백과도 같은 말들이 길게 이어지기에 기존의 소설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느낌을 주어, 읽는 이를 약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산길을 오르며 이렇게 생각했다.〉로 시작되는 첫 번째 장부터가 아름다운 산 속의 자연풍경에 대한 묘사와 화공의 독백으로 가득 들어차 있다. 그러나 그 독백은 한 젊은 화공의 단순한 중언부언이 아니다. 소세키는 그 화공의 입을 통해서 자신의 예술론을 유감없이 표명한다. 그리고 서양의 예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비인정’의 세계를 이야기한다. ‘비인정’의 세계란 속세를 떠나 자연과 동화되는 마음, 그 자연 속에서 활동하는 사람마저도 자연의 일부로 보는 마음을 말한다. 하지만 그 ‘비인정’의 세계에서 인간이 평생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는 소세키도 생각지 않는다. 이 소설의 첫 장에서부터 소세키는 사람이 만든 세상을 떠나서는 살아갈 수 없다고 단언한다. 또 설령 살 수 있다 할지라도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순간 그곳 역시 ‘인정’의 세계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리라. 하여 그의 ‘비인정’의 세계는 예술론으로 작동하는 것이고, 우리 삶의 일부로 존재하는 것이다. ‘비인정’의 세계를 그린 한시 속의 인물들조차 그 ‘비인정’의 세계 속에서 생활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소세키는 말한다. 단지, 그 일시적인 ‘비인정’의 세계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속세의 근심을 덜기 바라는 것이 소세키의 마음이었다. 그 ‘비인정’의 세계를 마치 한 편의 시처럼 펼쳐놓은 소설이 바로 이 『풀베개』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소세키가 그려놓은 ‘비인정’의 세계로 들어가 ‘인정’의 세계인 속세의 근심을 잊기 바란다. 그리고 그 ‘비인정’의 세계에서 느낀 아름다움이 머릿속에 남는다면 그것은 ‘인정’의 세계를 다시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힘이 되어주리라. 요즘 말로 하자면 번잡한 세상에서 벗어나게 하여 우리에게 ‘힐링’을 주는 소설이 바로 이 『풀베개』다. 아울러 이 책에는 나쓰메 소세키의 제자로 소세키 연구의 권위라 할 수 있는 고미야 도요타카의 해설도 함께 수록했다. 그의 명쾌한 해설과 함께 소세키 소설에 대한 이해도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