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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죽음 ― 기쿠치 간
감모의 병상에서 ― 요사노 아키코 마스크 ― 기쿠치 간 죽음의 공포 ― 요사노 아키코 신처럼 나약한 ― 기쿠치 간 편지 중에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노부코 ― 미야모토 유리코 이상한 이야기 ― 데라다 도라히코 재채기 ― 사사키 구니 이층에서 ― 오카모토 기도 도상 ― 다니자키 준이치로 도상의 범인 ― 하마오 시로 감기 한 다발 ― 구니키다 고쿠시 덫에 걸린 사람 ― 고가 사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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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작은 행복감에 잠겨 있는 듯했다. 유행성 감모로 덧없이 세상을 떠나버린 사와다를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이 추운 밤에 위험한 병실에서 밤샘을 해야 하는 사람은 그 다음으로 불행한 사람이었다. 그 두 가지 위험에서 깨끗하게 벗어났다는 행복한 의식이 모두의 마음속에 잠겨 있는 듯했다. --- 「간단한 죽음」 중에서
정부는 어째서 좀 더 선제적으로 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대형 포목점, 학교, 흥행물, 대형 공장, 커다란 전람회 등 많은 사람들이 밀집하는 장소의 일시적 휴업을 명령하지 않은 걸까요. 그러면서도 경시청의 위생과는 신문을 통해서 이러한 때에는 가능한 한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학교의도 역시 마찬가지 말로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고 있습니다. 사회적 시설에 통일성과 철저함이 부족하기 때문에 국민이 피할 수 있는 재앙을 얼마나 많이 피하지 못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 「감모의 병상에서」 중에서 “병을 두려워하지 않고 전염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야만인의 용기야. 병을 두려워하여 전염의 위험을 철저하게 피하는 것이 문명인의 용기지. 누구도 더는 마스크를 쓰지 않을 때 마스크를 쓴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야. 하지만 그건 겁쟁이가 아니라, 문명인으로서의 용기라고 생각해.” 나는 이런 말들로 친구들에게 변명했다. 또 마음속으로도 얼마간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 「마스크」 중에서 이 소동의 영향이 지금도 도쿄의 전차 안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천조각이나 종이 등으로 입과 코를 가릴 것―이라고 적혀 있다. 재채기는 그 방침을 하나하나 전차의 게시판에 지정해두어야 할 만큼 인생에서 커다란 문제일까? 콧구멍에 고장이라도 나지 않는 한, 애원을 해도 그렇게 쉽게는 나오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재채기를 통해서 세계 감기가 감염되었던 것이다. 스페인 사람의 남성인지 여성인지는 모르겠으나, 첫 번째 재채기를 한 사람에게 천만의 저주가 있기를! 재채기는 그 처치를 시 당국에서 이처럼 제정할 만큼의 커다란 사건이 되었다. 이러한 요지를 부연하듯 목숨을 아끼는 사람들은 모두 까마귀 같은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녔다. 공수병이 유행했을 무렵 부리망을 쓰고 씁쓸함을 맛보아야 했던 개들이, “오호, 드디어 사람들도 당했군.”이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쾌재를 불렀다고 한다. 이 유행성 감모가 극성을 부리며 창궐하던 때에 세이노스케 군은 결혼식을 올린 것이었다. --- 「재채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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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과 지금, 바이러스를 마주한 우리의 모습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중국 우한에서 첫 번째 감염자가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 지구촌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자, 인류는 100여 년 전 우리가 마주했던 상황을 다시 떠올리기 시작했다. 1918년부터 1919년까지 전 세계를 휩쓸었던 스페인 독감 대유행 당시의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스페인 독감의 시작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1918년 봄에 미국에서 시작됐고(제1차 유행), 당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유럽으로 건너간 미국 병사들에 의해 유럽 및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이라 여겨지고 있다. 처음 미국에서 발견되었을 당시에는 경증에 그쳤으나 유럽으로 옮겨간 이후 새로운 변이가 발생한 것인지 보다 치사율이 높은 인플루엔자가 확인되었고 8월부터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다(제2차 유행). 그리고 1918년 겨울부터 1919년 봄까지 제3차 유행이 있었다. 이 스페인 독감으로 우리나라에서만도 14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전 세계적으로는 2,500만~5,000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바이러스를 분리해내는 기술이 없었기에 대유행의 원인을 알지 못했으나 2005년에 알래스카에 묻혀 있던 한 여성의 폐 조직에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를 분리해 재생하는 데 성공하여 그 원인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스페인 독감 대유행 당시 우리들의 삶은 어땠을까? 스페인 독감은 우리의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었을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마주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는 얼마나 달랐을까? 자연스럽게 솟아오르는 이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 스페인 독감 대유행 당시를 배경으로 쓰인 여러 글들을 한 자리에 모아보았다. 이 책의 글들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을 테지만, 바이러스의 존재조차 몰라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한 채 맞이한 상황이었으니 코로나19의 원인을 정확히 알고 있는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이었으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유행에 직면한 현재의 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마스크, 예방주사(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한 채 만들어졌기에 예방의 효과는 없는 것이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언론의 보도행태, 정부의 대응 등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세계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스페인 독감 대유행 당시의 일반 생활과 문학가로서 그 속에서 느꼈던 섬세한 마음의 울림, 스페인 독감을 소재로 전개되는 추리소설 등 여러 장르의 다양한 글들을 통해서 100년 전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보시기 바란다. 지난 100여 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냈다고 자화자찬하는 인류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바이러스 앞에서는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