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申鉉林
신현림의 다른 상품
|
낯익은 일상의 전복
우울함,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우리에게 너무나 낯익은 일상이다. 그렇게 낯익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게 낯익은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쓸쓸하다’고 외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인은 이렇게 누구나가 가진 쓸쓸함이라는 일상 속에서 남들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일상 속의 환상, 어쩌면 시인의 백일몽이라고 봐도 좋을 이미지들은 그래서 우리에게 생경하고도 낯설게 다가온다. 창밖을 지나가는 술 취한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비명 소리처럼 날카롭게 울리"고, 매연은 “끈끈한 갈색 시럽처럼” 얼굴에 달라붙고, “무언가 내 뒤를 쫓아오는” 기분이 들어 돌아보니 그건 “내 그림자”였다. 이런 시들을 통해 시인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막연한 불안감, 고독, 소외감을 표현하고 있다. 「즐거운 지하철」에서는 즐거운 책 읽기로 시작되었던 ‘지하철 타기’라는 평범한 일상이 “피처럼 흘러가고 흘러오는 사람들”에 의해 방해 받고, 결국 아이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이 시에서 시인은 흔히 말하는 ‘군중 속의 고독’이 아닌, 마치 무생물 같은 ‘인간 군집’이라는 개체로 인해 느끼는 공포를 표현하고 있다. 우울한 육체 위에 새긴 영혼의 자서전 전작에서 「나의 이십대」라는 시를 통해 우리가 엿보았던 시인의 이십 대는 치열하고, 고통스럽고, 분노로 가득 찬 시기였다. 팔 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삼십 대를 살아낸 ‘여자’로서의 시인이다. 여자로서 삼십 대를 살아낸다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결혼해서 가족을 이룬다는 것, 어머니가 된다는 것, 늙어가기 시작한다는 것. 그리고 이들 모두는 육체와 관계가 있기에, 여자에게 있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육체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른에서 마흔, 마흔에서 쉰 살의 몸 늙어가는 몸을 추하다고 생각지 마오 단지 서러울 뿐 서럽게 익어가며 스러지는 사람의 육체는 얼마나 아름답소 (중략) 여자의 몸보다 사람의 몸이길 바라는 내가 있소 무서운 속도로 흘러가는 세월에 대해 동전의 양면처럼 붙은 고통과 열정에 대해 ―「우울한 육체의 시 - 생각이 많은 몸」 중에서 시인은 그래서 “우울한 육체”에 관해 노래한다. 육체가 늙는다는 것은 슬프긴 하지만 결코 추한 것은 아니라고. 이젠 여자의 몸이기보다 사람의 몸이고 싶다고. “지겨운 고통은 어서 꺼지라”고 외쳤던 전작과 달리 고통도 감싸 안을 정도로 성숙해진 시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싱글 맘, 희망의 폭동을 일으키다 시인은 성숙해졌다. 그리고 삶의 무게는 더 무거워졌다. 그러나 시인은 지루한 일상에 압사되어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헤어지는 게 힘들어서/ 계속 살다 남은 생의 실타래가 엉키는 건 싫”어서 “인연의 종이배를 강에 띄워버”리고 혼자가 되면 “내일을 제대로 클릭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가혹한 세월에 축배 잊어도 기억나도 서글픈 옛 시절에 축배 지루하고 위험한 별거 생활에 건배 지치게 하는 것과 끊지 못하는 어정쩡한 자신이 몹시 싫은 날 할 수 있는 건 갈 데까지 가보는 거 피 토하듯 붉게 울어보는 거 또 다른 삶을 그리워하다 거미처럼 새까맣게 타서 죽어가는 거 ―「어디에도 없는 사람」 중에서 시인은 어머니가 되었다고 세상과 타협할 생각은 없다. ‘싱글 맘’이라는 힘든 길을 택한 이상 시인은 더욱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 때문만이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 더더욱. 그래서 시인은 “배터리가 다 될 때까지 희망의 폭동을 일으”키기로 한다.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하고 “생존의 알람 시계가 절박하게 울어도 꿰뚫고 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