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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dicai G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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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셔츠와 바지 차림으로 갈아입은 필립은
균형을 잡기 위해 길이가 8미터나 되는 장대를 집어 들었어요. 일생일대의 사건이 이제 막 일어나려는 참이었지요. 떠오르는 해가 빌딩을 비추자, 그는 줄 위로 발을 옮겨 놓았어요. 마치 공기 위를 걷는 것처럼 그는 한가운데로 걸어 나갔어요. 빌딩 사이로 소용돌이치며 몰려온 바람이 필립을 뒤흔들었습니다. 그는 쌍둥이 빌딩이 숨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하지만 필립은 두렵지 않았어요. 그는 혼자였지만 행복했으며 맘껏 자유를 누리고 있었지요. 지하철에서 나오던 어떤 여자가 필립을 처음 발견했습니다. "저기 좀 봐요! 쌍둥이 빌딩 사이를 누군가 걸어가고 있어요!" ---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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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사의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
해마다 9월 11일이 다가오면 우리는 2001년에 전 세계를 충격 속으로 몰아 넣은 ‘9ㆍ11 테러’를 떠올리게 된다. 또한, ‘9ㆍ11 테러’와 함께 순식간에 잿더미로 무너져내린 ‘쌍둥이 빌딩’(뉴욕 세계무역센터)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라는 이 그림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9ㆍ11 테러에 대한 그림책인가?’ 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그 의문에 대한 대답은 일단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2004년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그림책에 수여하는 ‘칼데콧 상’을 받은 이 그림책은 그보다 훨씬 전, 그 빌딩이 처음 완성되어갈 무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74년 ‘필립 쁘띠’라는 프랑스 출신의 한 젊은이(당시 나이 24세)가 쌍둥이 빌딩 사이에 팽팽한 줄을 매고 300미터 높이의 공중을 오가며 거의 1시간 동안 걷고, 춤추고, 묘기를 부리는 데 성공했다. 이 그림책은 바로 불가사의한 필립의 이야기를 시적인 표현과 극적인 구성으로 풀어낸 책이다. 그는 왜 지금 이 이야기를 그렸을까. 한 가냘픈 곡예사의 도전을 통해서 과연 무엇을 보여주고자 한 것일까. 필립의 도전은 가장 힘있고 높은 것에 대한 가장 낮고 약한 자의 도전이었다는 점에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한 가닥 전깃줄에 몸뚱이를 의지해 하늘에 드러누운 필립의 모습에서 진정한 자유란 소유와 반비례하는 것임을 느낄 수 있다. 록펠러가 자신의 이름을 붙이고자 소망했다는 이 값비싼 물질문명의 상징은 필립의 도전 앞에서 다만 두 개의 기둥일 따름이다. 자유는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가졌을 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얻어지는 것임을, 곡예사 필립은 보여 준다. 올 여름 극장가에 마이클 무어가 있었다면 책방에는 모디캐이 저스타인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그가 보여 주는 위대한 상상의 힘이 자꾸만 우리를 둘러싼 위험한 현실에 저항할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김지은(동화작가, 비평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