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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까만 마음에 날벼락 2. 가족과 잘 지내는 비책 3. 톡톡, 어깨를 두드리는 4. 푸른빛 지네 5. 소원을 들어주는 책 6. 하늘 문이 열릴 때 7. 안개 속의 대결 8. 환영받지 못한 아이 9. 천 년의 저주 10. 외로움의 시간 11. 내가 선택한 이름 에필로그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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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평온하다.
잔잔한 파도가 바위에 닿았다 멀어지기를 얼마. 순식간에 퍼지는 붉은 기운과 함께 태양이 어둠을 뚫고 고개를 내민다. 강렬한 빛은 멀리 바위까지 뻗치고, 바위는 대꾸라도 하듯 꿈틀한다. 바위에 새겨진 ‘지네 오(蜈)’가 서서히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글자는 제 몸을 이리저리 뒤틀더니 커다란 지네로 변한다. 지네는 바닥에 사뿐 내려앉아 온몸으로 태양의 기운을 받는다. --- p.6 이우일은 언제나 아슬아슬 선을 넘지 않는다. 내 몸에 상처를 낸 적도 없다. 하지만 당하는 사람은 당장 사라지고 싶을 만큼 비참하고 괴롭다는 걸 녀석은 알까. 다른 건 몰라도 약해 빠진 내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리라는 건 알 거다. 그저 참고 외면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걸. --- p.13 엄마가 다가와 나를 안았다. 엄마 품에 어정쩡하게 안긴 나는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생각했다. 어릴 적 종종 들었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같은 질문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내 앞에 던져지겠지. 난 어디로 발을 뻗어야 할까. 엄마? 아빠? 만약 아무도 나랑 살지 않겠다고 하면, 난 어떻게 되는 걸까? --- p.20 “때로는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할 시간도 있는 법이다.” 콧방귀가 나왔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늘 나만 견뎌야 하는지 따지고 싶었다. --- p.38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해요? 난 왜 항상 아무 말도 못 하고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데요? 나도 기대고 싶어요. 다른 애들처럼 엄마 아빠한테 학교에서 있었던 일 얘기하고, 힘들다고 투정 부리고, 외롭다고 말하고 싶어요. 근데 기댈 데가 없어요. 엄마 아빠 이혼하면 더 그러지 못할 거고요! --- p.72 부모님을 기다리는 이우일의 몇 달, 가족이 다시 함께 지내기를 기다렸던 나의 몇 년, 그리고 하늘로 오르길 기다린 오승천의 천 년. 시간이 짧다고 해서 기다리는 마음이 작은 건 아닐 거다. 외로운 마음 또한. --- p.93 선오야. 내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우리 비가 오는 걸 두려워 말자꾸나. 내리는 비야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으냐. 비를 맞아도 해를 향해 나아가기를 선택한다면, 그렇게 꾸준히 나아간다면 언젠가 비는 그쳐 있을 것이다. --- p.101 선오는 표지에 적힌 이름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따라 썼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비책을 채워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의 이름도 푸른빛을 내며 떠오를 거라고,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거라고 선오는 믿었다. --- p.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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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힘을 이야기하는 동화
옛이야기에서 탄생한 흥미진진한 판타지 『오리 부리 이야기』로 비룡소문학상을 받으며 유려한 문장과 재치 있는 우화를 통해 ‘말의 힘’을 전했던 황선애 작가가 이번에는 판타지 동화 『비밀의 책, 오』를 통해 ‘내면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 우연히 도서관 자료실에 나타난 지네를 보고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용객 모두가 놀라 소리를 지르던 그때, 작가는 소란 속에서도 가만히 있는 지네를 유심히 보았고, 순간 떠오른 옛이야기 「지네와 구렁이의 승천 비책」을 이야기의 씨앗으로 가져왔다. 작가는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완성한 이 이야기를 통해 고통과 기다림 속에서도 끝내 자신을 믿는다면 진정한 힘을 얻고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삶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그 선택은 매번 어렵기만 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우리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겠지요. 힘겹고 고단하더라도 주먹을 꽉 움켜쥐고 발을 내디뎌 보세요. 발걸음이 어디를 향하든 여러분의 곧고 푸른 마음이 그러하다면, 그 선택은 언제나 옳으니까요. 비를 맞아도 해를 향해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비는 그쳐 있을 테니까요._작가의 말에서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장면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 소재로 가져온 작가의 예리한 감각은 이번 작품에서도 빛난다. 지네와 구렁이에 상상력을 더해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인물로 친근하게 그려내고, 과거와 현재는 물론 현실과 상상이 맞닿는 특별한 세계를 완성했다. 작가는 평범한 일상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함께하면서 더욱 단단해지는 나와 너, 우리의 이야기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부모의 이혼, 친구와의 갈등, 진로에 대한 고민 등 각자 결핍과 아픔을 안고 있다. 선오는 자신이 부모님의 걸림돌이 되는 것 같아 괴로워하고, 학교에서는 우일의 짓궂은 괴롭힘에 힘들어한다. 바쁜 부모님과 떨어져 할아버지 댁에서 동생과 지내는 우일은 또래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을 서툴게 표현하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지 못한다. 선오 곁을 지키는 휘연은 늘 1등만 하는 언니와 비교당하며, 액션 배우가 되고 싶은 꿈을 어떻게 부모님께 설득할지 고민한다. 성격도, 생각도, 처한 환경도 모두 다른 세 아이는 전학생 오승천과 구 씨의 승천 비책이 담긴 서책 찾기 소동에 휘말린다. 두 사람은 서책이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고, 아이들은 누구의 말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가려내야만 한다. 그러면서 어떤 행동이 정의로운 일인지, 어떤 선택이 옳은 길인지 함께 고민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세 아이는 점점 더 뚜렷한 기준이 생기고 자기 목소리를 내게 된다. 특히 지금까지 자기 생각을 말하면 관계가 불편해질까 걱정되어 말을 삼키던 주인공 선오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깨닫는다. 부모님의 이혼은 어쩔 수 없는 문제다. 끼어들 수도, 말릴 수도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뭔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_95쪽 지극히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겪는 등장인물들이 직면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같은 고민을 하는 독자들에게 위안이 되고 하나의 방향성이 될 것이다. 설령 결과를 바꿀 수 없는 문제를 만나게 된다고 하더라도,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한 뒤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선오와 친구들을 통해 깨닫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