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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가 남긴 2천여 수의 시 가운데 260여 수를 가려 뽑은 시집이다. 민족의 주체성을 드높인 시, 시인의 일상을 그려 낸 시, 농민들의 삶을 읊은 시, 풀과 벌레를 노래한 시들 속에서 소박하면서도 호방한 이규보 시 문학의 전모를 볼 수 있다.
아직도 붉은 마음 살아 있으니 : 장편 서사시 ‘동명왕의 노래〔東明王篇〕’를 비롯하여 ‘달단이 강남에 들어왔단 말을 듣고〔聞達旦入江南〕’, ‘오랑캐가 강 너머에 주둔했다기에〔九月六日聞虜兵來屯江外~〕’, ‘전승 소식〔聞官軍與虜戰捷〕’, ‘늙은 장수〔老將〕’ 같은 시들을 담았다. 나라를 사랑하는 이규보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는 시 22편을 실었다. 날카로운 큰 칼을 들고 : 늦은 나이에 관직에 나아가 백성들의 안위를 살피면서 얻게 된 깨달음을 해학적으로 풀어 낸 ‘이불 속에서 웃노라〔衾中笑〕’, ‘군수 몇 놈이 뇌물을 받아 죄를 입었다는 말을 듣고〔聞郡守數人以贓被罪〕’를 비롯하여 ‘수령살이 낙이라고 하지 말라〔莫道爲州樂〕’, ‘위도에 들어가서〔入島作〕’, ‘황려 여사에서〔黃驪旅舍有作〕’처럼 자기 처지에서 바라본 세태를 신랄하게 풍자한 시 47편을 실었다. 하늘이여 우리 백성 소중하거든 : 누구보다 농사짓는 백성들을 보듬고 살피는 데 열심이었던 이규보는 ‘농사꾼의 노래〔代農夫吟〕’, ‘동문 밖에서 모내기를 보면서〔東門外觀稼〕’, ‘누에 치는 것을 보고〔見人家養蠶有作〕’, ‘밤중에 큰눈이 내려〔明日大雨復作〕’ 같은 시들을 남겼다. 백성을 아끼는 이규보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 시 19편을 실었다. 꽃과 마주 앉아 술 한잔 : 자연을 두고 읊은 시 102편을 모아 엮었다. 이규보는 ‘흥겨운 봄날에〔春日寓興〕’, ‘우물 안에 비친 달을 두고〔山夕詠井中月〕’, ‘길 가면서 눈을 두고〔路上詠雪〕’, ‘밥알꽃〔詠黍飯花〕’, ‘매미〔蟬〕’처럼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계절의 변화, 주변에서 쉽게 보는 꽃이나 곤충들을 노래하기를 즐겼다. 꽃과 마주 앉아 술 한잔 나눌 줄 알았던 이규보의 소탈한 풍류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향기로운 술 그대 먼저 가져오니 : ‘참다운 벗〔謝元興倉通判金君携粮酒見訪〕’, ‘길에서 친구를 만나〔路上逢故人口號〕’, ‘잊지 못할 은혜〔坐上走筆謝李詹事等諸公大設筵見慰〕’, ‘눈 속에 벗을 찾아가 만나지 못하고〔雪中訪友人不遇〕’처럼 오랜 벗들과 이별하는 자리에서나 쌀이나 숯을 보내 준 데 대해 고마움을 표하는 시들과 ‘두 아이를 생각하고〔憶二兒〕’, ‘아들 삼백이 술 마심을 보고〔兒三百飮酒〕’처럼 자식들을 두고 읊은 시들을 한데 모았다. 모두 50편의 시를 담았다. 온 천하를 부채질하리 : ‘단옷날 그네뛰기〔端午見?韆女戱〕’, ‘모진 더위에 관아에서〔苦熱在省中作〕’, ‘기생집에 불이 났네〔隣妓家火戱作〕’, ‘질항아리의 노래〔陶?賦幷序〕’처럼 일상 생활의 풍경을 담은 시 17편을 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