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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말_걸으며 만나는 이야기
1부 하나가 되는 방법 독서의 힘/뜨거운 기도 별 그리기 꽃집 언니가 꽃냉장고 속 카네이션에게 1등은 싫어/착한 돌멩이 아빠의 트럭/나는 AI 우산 억울한 쥐똥나무/나, 영구치야 물안개/일학년 개나리 기분 공개 수업/하나가 되는 방법 2부 소나기가 오는 까닭 동생이 나타났다 우린 밤바다 무도회를 해요 나팔꽃 알람/진짜 진정한 다섯 살 준영이와 영준이/궁금해요 가을 별/성탄 트리 전구의 고해성사 소나기가 오는 까닭/글 농사 명자의 봄/눈이 간다 수박 부대/별걱정 3부 새로 나온 우화 파도는 소년에게 이렇게 말했다 거미의 식탁/동문서답 내 마음도 모른 채 활짝 핀 봄 집에서 바다 즐기기 수줍은 나팔꽃 새로 나온 우화 임무 교대/여름밤 공에도 마음이 있다078 해바라기 엄마 힘내라 꽃씨/개미도 무섭대 4부 위인의 조건 선녀와 나무꾼/지각한 신데렐라 위인의 조건/동생 걱정 VICTORY 튤립/책은 외롭다 봄의 손/고마운 선생님 산만한 모래/구름의 마음 거미 카페 폐업/웃으면 안돼 봄꽃에 대한 예의/첫 비행 해설_되새김의 맛, 그 웃음은 가볍지 않고 그 성찰은 무겁지 않다_김종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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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수업하는 날
어제보다 친절해진 선생님 ‘나의 기분 표현하기’라고 쓰셨다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지요?” 친구들은 게임할 때, 장난감 가지고 놀 때라고 했지만 난 솔직하게 말했지 “엄마 팔꿈치를 조몰락거리며 잠들 때!” 뒤에 서 있던 엄마와 아빠들이 와르르 웃었다 왜지? --- 「기분 공개 수업」 중에서 넌, 어디서 굴러왔니? 바위 옆 떡갈나무가 물었어 굴러오긴? 처음부터 여기 있었는데? 너야말로 어디서 솟아난 거야? 떡갈나무 옆 바위가 말했어 옆에서 이야기를 다 들은 아기 이끼 연둣빛 담요 한 장을 길게 펴 바위와 떡갈나무를 하나로 이어 주었어 --- 「하나가 되는 방법」 중에서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할머니 집에서 자던 날 여덟 살 형은 금방 잠들었는데 나는 말똥말똥 엄마 생각에 눈물이 나오려고 해 그래서 눈 꽉 감고 형이 다섯 살 때 했다는 주문을 외웠어 “나도 오늘부터 진정한 다섯 살이야!” --- 「진짜 진정한 다섯 살」 중에서 사각사각 공책 밭에 글씨를 심는다 한 줄 한 줄 맞춰 심다가 가끔 삐뚤어지면 지우고 다시 심는다 밤늦도록 사각사각 글씨 심는 소리 어느새 넓은 공책 밭에 글의 씨 다 심었다 --- 「글 농사」 중에서 눈이 오면 가기도 할 텐데 눈이 간다는 말은 아무도 안 해요 인제 그만 간다고 온몸을 다 녹이며 인사했지만 아무도 듣지 못했어요 눈 올 때 반기던 마음들도 함께 녹았나 봐요 --- 「눈이 간다」 중에서 어둑해지는 모래밭에 홀로 남겨진 거북이처럼 고개 떨구고 있는 아이야, 밤이면 단단한 바위 같던 슬픔도 동쪽 바다 아침 햇살 퍼지는 순간 슬그머니 사라지고 마는 거야 모래알만치 자잘한 고민 툭 툭 툭 털어버리고 소년 홍길동처럼 씩씩하게 달려보렴 가슴 속 응어리들은 내가 모두 모아 하얀 거품으로 풀어주마 --- 「파도는 소년에게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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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가볍지 않고, 성찰은 무겁지 않은” 동시의 힘
변금옥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착한 돌멩이 별 그리기』는 어린이의 일상과 상상이 어우러져 빚어낸 반짝이는 언어의 놀이터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단순한 ‘귀여움’을 넘어,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긴 여운을 남기는 따뜻한 성찰이 담겨 있다. 이를테면 「별 그리기」에서, 시인은 형이기 때문에 늘 양보해야 했던 아이의 마음을 이렇게 그린다. “넌, 형이잖니?” 아빠가 어렸을 때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이래 그 말을 들으면 떠돌이별처럼 슬펐대 아빠가 어린 시절 느꼈던 상처를, 어느새 또 다른 세대에게 되풀이하는 모습이 겹쳐지며 ‘별’은 기쁨의 상징이 아니라 ‘외로운 존재’로 변한다. 작은 동시 속에 담긴 세대 간의 무의식적 반복, 강요의 구조가 읽는 이를 멈칫하게 만든다. 또 「착한 돌멩이」는 무생물과 생물이 나누는 따뜻한 배려를 보여준다. “너도 봄이 좋지?” 엉덩이 살짝 들어준다 잠자던 돌멩이가 돌나물이 자라도록 자리의 일부를 내어주는 장면은, ‘서로를 위하는 삶의 태도’를 담백하게 보여준다. 아이들의 눈에는 웃음이 되고, 어른들의 마음에는 부끄러운 질문으로 남는다. 한편 「1등은 싫어」는 맞벌이 가정 아이의 외로운 귀가 길을 이렇게 그린다. 천천히, 더 천천히…… 요양보호사인 우리 엄마 나보다 먼저 와 있기를 학교 앞 꽃가게를 거닐고, 일부러 걸음을 늦추는 아이의 모습은 ‘집에 먼저 와 있는 엄마’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절절하게 전한다. 성적 경쟁에서 벗어나, 아이가 바라는 건 단순히 곁에 있어주는 사랑임을 일깨워 준다. 이렇듯 『착한 돌멩이 별 그리기』의 동시들은 웃음을 자아내는 기발한 발상 속에서도 인간관계의 본질, 성장의 아픔, 존재의 따뜻한 위로를 담고 있다. 발랄한 상상력과 깊어진 성찰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읽는 동안 우리는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웃음은 가볍지 않고, 성찰은 무겁지 않다. 변금옥 시인의 시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이 바로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