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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_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어요
1부 바바바 할머니 바바바 할머니 / 환선굴 / 외 않 되? 빈집 / 왜 / 달콤한 꼬임 미어캣 가족 / 거미와 시인 / 책 속에 푹 빠진 하마가 사는 마을 / 가을 알 / 얼씨구나, 열시구나 자작나무숲 / 라면을 먹을 때 노래가 나오는 이유 2부 내가 책상 밑에 있는 이유 얼룩말 세로 / 한숨 때문에 / 제자리달리기 내가 책상 밑에 있는 이유 / 기역자 알아도 낫은 모른다 아장아장 / 야~호~온 날래? / 예방접종 개 자랑 / 졸음은 무거워 /목감기 괜찮다고? / 슬픔을 꾹꾹 3부 갖고 싶은 게 무어니 엄마 어디 계시니? / 갖고 싶은 게 무어니? 꼬리로 인사해요 / 방구석 먼지 밥상머리에서 만난 가족 / 거미줄에 잡힌 나방 앞에서 맨드라미 꽃이 피었습니다 / 어느 꼴찌와의 인터뷰 꿈나라에서는 / 토마토 연못 / 작별의 시간 나의 달님 / 오른손과 왼손 / 우리가 떠들게요 4부 나만의 안경 눈곱 / 안경 / 위로 / 벽 달을 닮은 친구 / 돌나물 / 은하 문구 보석함 / 까마귀 / 2월의 진창 / 풀 죽지 않았다 벚꽃 마중 / 아빠의 잠바 / 해님, 안녕 해설_ 마음 연못 속 그림자를 불러내 이름과 목소리를 주는 시인_이화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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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연못에
바글바글 개구리 알이 가득했어요 입속으로 미끌미끌 넘어갔지요 곧 올챙이가 되었고 개구리가되었대요 뿌륵뿌륵 개굴개굴 뿌륵뿌륵 개굴개굴 엉덩이에서 신나게 울어대지요 --- 「토마토 연못」 전문 콩닥콩닥 치과 진료실 지이이잉 나는 눕혀지고 있다 나의 오른손과 왼손이 번갈아 꼭 잡아준다 겁먹지 말라고 금방 끝난다고 서로서로 위로해준다 --- 「오른손과 왼손」 전문 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 「라면을 먹을 때 노래가 나오는 이유」 전문 신들의 만찬이 열린대요 은젓가락 바람에 씻어놓고 햇빛에 말리고 가지런히 정리해 놓았지요 --- 「자작나무숲」 전문 엄마도 아빠도 아프리카로 갔을까요? 엄마 아빠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나와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모험을 떠나겠어요 동물원을 나와 그 어디를 헤매어도 나와 같은 얼룩말은 없었어요 동그란 다리 네 개에 나만큼이나 빨랐던 자동차라는 그 녀석들이 나를 겁주었어요 아무렇지 않은 척 꿋꿋하게 달렸다고요 다시 눈 뜬 곳은 동물원이었어요 나는 꿈을 꾼 걸까요? 무리 지어 달리는 그 녀석들이 자꾸만 아른거려요 무리 지어 다니는 그 녀석들이 참말로 부러운걸요 --- 「얼룩말 세로」 전문 봄바람이 불어요 풀들이 다같이 달려요 정신없이 달리다가 멈추어 서요 제자리예요 아니, 어느새 훌쩍 자랐어요 --- 「제자리 달리기」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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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차숙 시인의 동시 여행에서 돌아와 조약돌처럼 만지작거리는 언어가 있다. ‘아름다움’, ‘사랑’, ‘재미와 웃음’ 그리고 ‘희망의 연대’다. 시인은 마음에 오래오래 품고 살던 그림자 같은 생각과 느낌을 불러내 형체와 이름과 목소리를 불어 넣었다. 아름다운 동시로 태어났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우리가 찾아야 할 가치. 내일을 모르는 급변하는 사물 인터넷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들이다.
시인의 시는 어떤 시인의 시보다 단순하고 간결하다. 쉽다. 정확하고 치밀하다. 바람처럼 살랑 다가와 가슴 속 종을 울리는 박차숙 시인의 동시집으로 들어가 보자. 박차숙 시인은 무엇을 먹고 사는지, 무거움을 어떻게 가볍게 건네주는지, 우리 말의 재미와 웃음을, 희망의 연대를 어떻게 노래하는지. 아름다움을 먹고 사는 ‘거미 시인’ 거미 시인은 헐렁헐렁하게 거미줄을 쳤습니다 다음 날, 어슬렁어슬렁 나와 보니 개망초 꽃씨만 달랑 하나 걸렸습니다 배고픈 거미 시인은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거미와 시인」 전문 이 간결한 5행의 시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거미 시인처럼 함박 웃는다. 내일을 모르는 불투명한 세상이다. 너도나도 물질만이 답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박차숙 시인은 헐렁헐렁 거미줄을 치는 것도 괜찮다고 독자들을 위로 한다. 헐렁헐렁 거미줄을 치고 어슬렁어슬렁 나와 보니 거미 시인의 거미줄에 먹을 것이 없다. 개망초 꽃씨만 달랑 하나 걸렸다. 배고픈 시인은 함박웃음을 짓는다. 왜일까? 꽃씨는 바로 박차숙 시인에게 한 편의 동시다. 꽃씨 한 알이 수백 수천 개의 꽃으로 피어난다. 꽃씨 같은 ‘한 편의 시’를 쓰는 일은 시인에겐 함박웃음 지을 일이다. ‘헐렁헐렁’ ‘느릿느릿’은 시인에겐 게으름이 아닐 것이다. 이 말들이 품고 있는 보이지 않는 의미는 시인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의도적인 방법인지도 모른다. 배고프지 않을 정도의 먹잇감이 걸리기를 바라는 시인의 마음. 배려이며, 섬세함이며 아름다움이다. 거미 시인의 말 없는 말처럼 박차숙 시인은, 그리고 시인들은 오늘도 시를 쓴다. 한 발짝 더 아름다운 세상으로 ‘마음 이동’을 꿈꾸며. ―「마음 연못 속 그림자를 불러내 이름과 목소리를 주는 시인」 이화주 시인 해설 가운데 시인의 말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어요 이 세상에 엄마 없는 생명이 있을까요? 다양한 이유로 엄마의 존재를 모르거나 같이 살지 않을 뿐이겠지요. 만 5세 우리 채서는 엄마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채서가 말을 배우고 나서 어느 날, 할머니께 시장에 가거든 엄마 좀 사 오라고 할 때도 있었지요. 그럴 때마다 고모인 나를 비롯한 가족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했습니다. 정작 채서는 아주 태연하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말입니다. 친구들은 다 가진 엄마가 없으니 채서도 엄마를 갖고 싶었나 봅니다. 만 4세 우리 채아는 엄마가 둘이라고 해야 할까요? 채아는 지금 함께 하는 엄마가 가슴으로 낳았거든요. 얼굴도 모르지만, 생물학적 엄마는 따로 있으니 말이지요. 채아가 한글을 배우고 이모가 쓴 이 글을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혹시라도 불편하지는 않을까, 솔직히 걱정도 됩니다. 채아는 스스로 천연덕스럽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채아가 하늘에서 날아 내려오는데 8층 아파트 창문이 열려있어서 엄마에게 왔노라고 말이지요. 나의 책 속 이야기들이 또 다른 채서, 채아에게도 고모, 이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라는 이름을 모두가 마음 놓고 풀어놓았으면 좋겠습니다. 혼자서 마음 깊은 곳에 꼭꼭 숨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른이라면 모두 고모, 이모, 삼촌이 되어 아이들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엄마’이야기가 아니어도 환영합니다. 2024년 눈부신 날 어린이들의 고모, 이모 박차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