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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말 / 하다정
출생 기록 없음 / 은서준 나는 오늘 죽었다 / 김동현 메모리 뷰어 / 김진우 소금쟁이 소녀 / 신혁주 가문비 나무 / 이경천 페르소나 / 김시율 신과 나 그리고 세계 / 조성헌 물망초 / 최벼리 기억하지 않아도, 사랑이니까 / 정상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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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사이로 빛이 스밀 때: 우리가 함께 통과하는 시선의 기록
지난해 겨울, 《별들이 세상에 외치다》를 통해 아이들 안에 숨겨진 반짝이는 우주를 마주했습니다. 세상을 향해 수줍게 인사를 건넸던 아이들이 어느덧 한 뼘 더 자라, 올해는 조금 더 깊고 단단해진 시선으로 두 번째 소설집 《틈 사이로 빛이 스밀 때》를 펴냅니다. 이번 소설집은 어떤 목적지를 정해두고 시작한 길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특별한 주제를 던져주는 대신, 각자의 마음이 머무는 곳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모인 원고들을 한데 펼쳐보니 공통의 결이 드러났습니다. 누군가의 부재, 관계의 흔들림, 혹은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의 조각들. 열일곱과 열여덟, 이 빛나는 시절을 지나는 아이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풍경 앞에 멈춰 서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풍경을 ‘상실’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무언가 잃어버린 자리에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빈자리를 오래도록 가만히 응시했고, 그 틈을 지나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방식은 저마다 달랐습니다. 어떤 아이는 SF적 상상력으로 기억과 존재의 의미를 묻고, 어떤 아이는 지극히 현실적인 언어로 흔들리는 마음을 따라갔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며 놀라웠던 것은 이 무거운 정서를 다루는 아이들의 태도였습니다. 아이들은 슬픔에 침잠하는 대신, 나름의 방법으로 현명하게, 때로는 놀라울 정도의 재치로 그 상황을 돌파해 나갔습니다. 그 씩씩한 나아감을 목격하는 일은 제게도 무척 근사하고 대견한 경험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틈’은 무언가 끝난 자리가 아닙니다. 비어 있기에 타인의 진심이 스며들 수 있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연결이 시작되는 가능성의 공간입니다. 아이들은 그 벌어진 틈 사이로 들어오는 작은 빛들을 놓치지 않고 문장으로 길어 올렸습니다. “사랑은 기억의 지속이 아니라, 선택의 반복이다.” 어느 학생의 이 짧은 문장은 우리가 도달한 한 지점을 보여줍니다. 아홉 편의 이야기는 매끈하게 다듬어진 정답지가 아닙니다. 스스로의 삶을 이해하고 다음 페이지를 선택하려는 청춘들의 정직한 기록입니다. 문장은 고르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삶의 균열을 스스로 메워가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단단한 힘이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이 책을 덮은 뒤에도, 독자 여러분의 마음속 작은 틈 사이로 아이들이 발견한 이 이야기들의 빛이 오래도록 따스하게 머물기를 바랍니다. 아홉 개의 세계를 가장 먼저 읽는 행운을 누린, 교사 하다정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