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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말 / 남영희
- 자기소개 1장 씨앗처럼 피어난 말들 (N행시) “짧은 말 한 줄에도 우리의 텃밭이 자라고 있었어요.” 가지 / 김강민 방울토마토 / 황수빈 가지, 방울토마토 / 임시화 상추 / 박문주 상추 / 주윤지 작두콩 / 황아정 적상추 / 조유진 토마토 / 강민주 토마토 / 이나현 2장 흙 향기 따라 쓴 시 (시 모음) “자연은 말이 없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수많은 시를 들었어요.” 방울토마토 / 황수빈 보라색 가지의 꿈 / 김강민 붉은 마음 / 이나현 붉은 상추야 / 조유진 시간 속에서 / 강민주 채소의 말 / 임시화 텃밭 속 작은 생명, 작두콩 / 황아정 흙 위에서 핀 마음 / 주윤지 보라돌이의 감지기 / 박문주 3장 오늘도 자라는 마음 (텃밭 일기) “매일의 일기는 나의 성장일기이기도 했다.” 일기 / 강민주 일기 / 김강민 일기 / 박문주 일기 / 임시화 일기 / 조유진 일기 / 주윤지 일기 / 황수빈 일기 / 황아정 일기 / 이나현 4장 삶을 가꾸는 손끝에서 (수필) “흙을 만지며 나는 마음을 돌보는 법을 배웠다.” 익어가는 이야기 / 강민주 보라색 가지와 시간의 속삭임 / 김강민 상추 한 포기가 알려준 생존의 철학 / 박문주 채소의 가치 / 임시화 - / 조유진 텃밭에서 배운 건강 이야기 / 주윤지 작은 텃밭에서 배운 다정 / 황수빈 텃밭에서 배우는 성장 / 황아정 텃밭에서 배운 기다림의 미학 / 이나현 - 편집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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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텃밭에서 배추가 잘 자라고 있는지, 혹 벌레가 생기지는 않았는지 살펴보다가 앙증맞은 달팽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게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풍경이었기에, 생명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애쓰며 조심스럽게 아이들에게 보여 주었다. “귀엽다.”며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보려고 다투는 아이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졌다.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제 길을 가는 달팽이의 모습은 배움의 길 위에 서 있는 학생들과 꼭 닮아 보였다. 생명은 크고 작음을 떠나 언제나 신비롭다. 그날 아이들은 그 사실을 나보다 먼저, 더 깊이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텃밭 가꾸기 활동은 올해로 3년째다. 버려진 작은 땅을 그냥 두기 아까워 시작한 일이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흙을 만지고 씨를 뿌리다 보니 어느새 욕심 아닌 욕심이 생겼다. 아홉 명의 아이들과 정성껏 가꾼 작물은 생각보다 풍성했고, 이를 나누고 싶다는 마음들이 모여 작은 기부금으로 이어졌다. 이 기부금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학교 옆 설화1리 경로당을 찾게 되었다. 회원 수가 200여 명에 이르는 곳이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따뜻한 환영 속에서 우리는 어느덧 3년째 위문공연과 재능기부를 이어 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우리가 직접 키운 배추로 배추전과 어묵탕을 준비하고, 작은 선물도 함께 마련했다. 학생들이 직접 키운 배추로 배추전을 굽는 일은 다소 번거롭기도 했지만, 우리의 마음을 담아 정성껏 대접했다. “이걸 학생들이 키웠다구?” “배추전을 우째 이리 얄시리하게 잘 구웠노?” 놀라움과 반가움이 뒤섞인 어르신들의 표정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얼굴 역시 추운 겨울 날씨가 무색할 만큼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 순간, 내 눈에는 그 어떤 아이돌보다 우리 아이들이 더 예쁘고 아름답게 빛나 보였다. ‘나누는 기쁨, 함께하는 즐거움’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은 그날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어르신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 준비한 핸드크림 손 마사지 시간에는, 아이들이 마치 친손자·손녀가 된 듯 다정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 모습이 너무 소중해 마음속에 오래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에 영상으로도 남겼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학생과 약사를 꿈꾸는 학생의 노래가 이어지자 분위기는 한층 더 따뜻해졌고, 준비한 작은 선물을 건네자 어르신들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기뻐하셨다. 마지막으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함께 불렀을 때, 내년에도 꼭 다시 오라는 경로당 회장님의 구수하면서도 진심 어린 말씀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귓가에 메아리처럼 남아 있다. 노래가 끝난 뒤, 어르신들은 우리 고장의 유래와 함께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아이들이 진지한 눈빛으로 귀 기울이는 모습은, 오히려 교실 수업 시간보다 더 수업 같아 보였다. 어르신들이 살아온 90여 년의 삶은, 우리 아이들의 인생 여정에 살이 되고 뼈가 될 지침서처럼 느껴졌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회장님께서 동네 소식지에 우리들의 이야기를 싣고 싶다며 사진을 요청하셨다. 정중히 사양했지만 끝내 뜻을 굽히지 않으셔서, 그 마음을 존중해 수락하고 말았다. 텃밭 가꾸기의 마지막 활동은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었다. n행시, 시, 일기, 수필 속에는 텃밭의 사계절과 아홉 명 아이들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은 땅에서 시작된 경험은 생명의 신비로 이어졌고, 나눔과 경청으로 확장되었다. 강요하지 않았기에 자발적이었고, 기다렸기에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이 글을 엮는 과정에서는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을 돕기 위해 AI를 글쓰기 보조 도구로 함께 활용했다. 기술의 도움을 받되, 흙의 온기와 아이들의 목소리가 중심이 되도록 조심스럽게 다듬었다. 작은 텃밭에서 피어난 아홉 명의 이야기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독자 역시 그 텃밭 한 켠에 서 있기를 바란다. 흙냄새와 생명의 신비, 그리고 그 생명이 태어나기까지의 인고의 시간이 빚어낸 소박하지만 단단한 배움이 독자에게도 닿기를 바라본다. 지도교사 남영희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