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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마지막 획
양장
청예
열림원 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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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반 고흐의 마지막 획
소설, 쓰다 ― 수련과 붉은 지붕으로 이뤄진 마음

저자 소개 1

제9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단편 우수상, 제4회 컴투스 글로벌 콘텐츠문학상 최우수상, K-스토리 공모전 최우수상(제1회, 제2회)을 연달아 수상했다.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받았다. 다수의 영상화 계약을 체결했으며 예스24 ‘2024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2인에 선정되었으며, 2026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 1위 하였다. 남몰래 김치를 물에 헹궈 먹는 사람. 점을 보러 가면 겉보다 안이 강하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 사람. 눈이 말똥말똥하여 귀신이 들어올 자리가 없다고 한다. 늘 작가의 말로 변명할 때가 가장 곤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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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3월 2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230g | 110*190*15mm
ISBN13
9791170403753

책 속으로

나는 전생의 사인이 타살임을 알리고, 쓰레기 같은 폴 고갱의 죄악을 널리 알려 그 타락한 명예를 실추시키고자 다시 태어났어요. 옹고경은 두려웠겠지요. 내가, 반 고흐가 환생한 이 반공후가! 전생의 죄를 모두 폭로하고 자기를 거장의 반열에서 쫓아낼까 봐요.
--- p.11

부쩍 서늘해진 대기가 뻣뻣해진 몸을 얇게 감았다. 서글픈 자화상을 숨기려는 가을이었지만, 늘 촉각으로 그 기척을 들켜 버린다.
--- p.16

사람이 죽어도 누군가는 자기 몫의 내일을 기대한다.
--- p.19

가르쳐 주는 이가 없어도 진유는 배웠다. 가장 확실해 보이는 것이 가끔은 가장 불확실하기도 하다는 점을. 어떤 진실은 희미한 불확실성에 기대야만 틈새를 허락한다는, 운명의 치사함 같은 것 말이다.
--- p.22

그럼에도 공후는 나쁜 과거를 부러 복기했다. 슬픔은 앓는 것이고, 분노는 내던지는 것이기에 차라리 분노가 나았다.
--- pp.30-31

좋아할 줄 아는 사람이 미워할 줄도 아는 법이라 그녀는 많이 미워하며 살아야만 하는 처지였다.
--- p.36

“대체 내 자존심을 어디까지 짓밟아야 후련하겠어?”
“돈도 안 되는 네 자존심 밟아서 내가 어디다가 쓰겠니.”
--- p.43

왜 자신은 사람이 넘치도록 많은 서울에서 고독할 수밖에 없나. 프랑스에 살아도, 한국에 살아도 숙명적 고립을 피하지 못한 공후는 신을 저주했다.
--- p.52

미움의 속성은 질감이다. 잘 만든 도화지보다 쫀쫀했다. 사소한 실수가 태산이 돼 영겁 같은 세월 속에서도 끝끝내 살아남았다.
--- p.85

고갱은 반복적으로 등을 돌렸다. 눈을 뜨면 고경이, 눈을 감으면 고갱이. 잊고 싶어 했으나 잊을 수 없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었다. 꿈과 현실은 반복되는데 꿈도 현실도 같은 사람을 향하고 있다면 결국 영구히 벗어날 수 없는 것이었다.
--- p.108

“내가 언제 돈 보고 그림 그렸어?”
“이제 좀 봐. 남들은 다 그것만 보고 살아. 속으론 실리만 따지면서 겉으론 예술가 행세하는 사람들이 한둘인 줄 아니.”
--- pp.113-114

공후는 언제나 작품을 말하려 했고 고경은 이해利害를 말하려 했다. 공후가 관계를 원했을 때 고경은 실리를 원했다.
--- p.114

공후는 언젠가부터 입을 맞추는 순간에도 다른 마음으로 이글거리던 고경의 눈을 보며 알아차렸다. 고경이 자신을 좋아하고, 동경하고, 그래서 곁에 서기보다 집어삼키길 바란다는 걸.
--- p.116

“나쁜 사람이 나쁠까요? 나쁜 사람을 만든 사람이 나쁠까요?”
--- p.160

행운과 불운, 반복되면 그것들은 운이라는 한 글자의 껍질을 탈피한다. 끝내 생으로 변태한다.
--- p.161

밀밭에 쓰러지는 중에도 소리치지 못했던 이유는 죽기 직전에 불러야 할 이름을 정하지 못해서였다.
--- p.163

자신의 작품 속에 영원히 감금되는 일은, 예술에 매몰된 그에게 마약성진통제와도 같은 기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그는 비로소 영속적인 작품을 완성했다고 믿었다.
--- p.164

작품을 팔아 누군가 살아갈 가정의 벽에 걸게끔 하고, 벽난로 불에 녹아 팽창하는 우주가 되게끔 하고, 그들의 웃음을 비료 삼아 생명을 피우고, 그리하여 본인에게 닿았던 모든 인연의 획이 색을 잃지 않길 바랐다. 외로움을 양분 삼아 자라는 것이 예술이라면, 그 총체는 고통일 수밖에 없었다.
--- pp.164-165

세계에 남길 인사였다. 비로소 고통을 대가로 불멸을 하사받는 순간이었다.
--- p.166

인상주의란 빛에 따라 끊임없이 변모하는 세계를 붙잡으려는 시도다. 더 나아가 붙잡지 못함을 알면서도 화폭에 남기려는 집요한 태도다.
--- p.180

행운과 온기를 몰고 오는 창작자로 활동하지 못함은 내게도 상처다. 나는 그 상처를 인정하고 수용하며 글을 쓴다. 언젠가는 글이 나를 외로움에서 완전히 구원해 주리라 믿는다.

--- p.185

출판사 리뷰

“한국문학의 미래” 청예의 첫 중편소설!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예술과 동경, 그리고 파멸의 획


같은 빛에서 갈라진 두 개의 예술
서로를 비추며 끝내 소진하는 관계의 역학


『반 고흐의 마지막 획』은 촉망받던 젊은 화가의 살인 사건을 기점으로, 그 용의자로 지목된 ‘공후’의 진술과 기억을 교차시키며 막을 올린다. 애증으로 얽힌 두 여자의 관계는 타인들의 개입으로 인해 엉클어지고, 끝내 예술을 대하는 태도의 대립으로 확장된다. 예술을 삶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공후와 달리, ‘고경’은 그것을 현실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며 자신의 야망을 숨기지 않는다. 각자의 방식으로 성공과 실패를 통과해 가는 동안, 관계는 사랑과 열등감, 동경과 증오가 복잡하게 얽힌 채 서서히 파국으로 치닫는다. 타인을 통해 자신을 완성하려는 욕망이 필연적으로 타인을 훼손하는 방식으로만 가능하다면, 이들의 양상은 과연 공존이었는가, 아니면 서로를 소진시키는 또 하나의 투쟁이었는가. 끝내 단정될 수 없는 진실은 독자의 인식을 끊임없이 흔들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뒤섞이는 서사는 예술과 예술가의 본질에 대한 불편한 사유를 요청한다.

“외로움을 양분 삼아 자라는 것이 예술이라면,
그 총체는 고통일 수밖에 없었다.”


청예는 〈소설, 쓰다〉에서 오랫동안 고흐를 부러워했음을 고백하지만, 동시에 “외로움은 보이지 않는 죄수복”이기에 아무리 찬란하게 포장하더라도 비극적이라는 사실을 되새긴다. 예술을 향한 동경은 타자를 향해 뻗어나가는 충동인 동시에, 그 끝에서 자신의 심연과 대면하려는 욕망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 혹은 붕괴되지 않기 위해”(김도희 현대미술가 추천사) 반 고흐라는 환상을 뒤집어쓰고 연인도, 친구도, 가족도 밀어낸 공후의 삶은 예술과 행복을 두고 전자를 선택한 결과가 너무나 가혹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반 고흐의 마지막 획』은 서사의 중심에 놓인 사건의 미스터리를 드러내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이면에 잠복한 질문들을 집요하게 환기한다. 예술가가 취해야 할 ‘진정한’ 태도란 무엇인가, 끝내 타협하지 않는 순수인가 아니면 세계와의 접속을 가능하게 하는 전략인가. 인정받지 못한 재능은 여전히 재능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혹은 타인의 시선 속에서만 비로소 성립하는 것인가. 나아가 사랑은 서로를 완성하는 연대의 형식인가, 아니면 서로를 잠식하며 파괴로 이끄는 또 다른 욕망의 이름인가.

이 작품은 어떤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우리가 믿어온 가치와 선택의 근거를 되묻게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창작하고, 누구를 통해 스스로를 증명하며, 끝내 무엇을 붙들고 남아야 할까? 그리고 그 선택은 과연 우리 자신의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이 물음들이 독자의 깊은 곳에 닿아 오랜 울림으로 남기를 바란다. 언젠가 이 글이 스스로를, 누군가를 외로움에서 구원해 주리라 믿으며.

추천평

이 소설에는 예술판 르포를 연상시킬 만큼 익숙한 장면들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성공과 실패, 인정과 배제의 경계에서 상처받은 개인의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어떻게 하나의 완고한 서사로 굳어지는지를 추적한다. 작품은 예술가의 성공이나 영광보다, 실패와 좌절로 새겨진 마음의 파열에 다가간다. 경쟁과 비교, 자기기만의 지옥에서 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만의 위악적 신화를 만들어 가는지를 캐묻되 비난하지 않는다. 공후가 만들어낸 ‘고흐의 이야기’는 망상이기 이전에, 가혹한 세상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발명된 방어기제이자 창조물이다. 그에게 ‘고흐’는 환각이 아니라, 비루한 생을 간신히 견디게 하는 동아줄이자 대체된 자아다. 서사는 어렵거나 낯설지 않다. 그럼에도 피곤하고 불편하다. 주변을 소모시키며 더 고립되고 있을 현실의 공후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우리는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 혹은 붕괴되지 않기 위해 각자의 귀에 어떤 허구를 들려주며 버티고 있나. - 김도희 (현대미술가)
『반 고흐의 마지막 획』은 고결한 예술을 대변하는 반공후와 돈을 갈망하는 옹고경의 갈등에 대한 소설이다. 예술은 외롭고, 배고프다. 사람을 갉아먹다 못해 미치게 만든다. 자기파괴적인 생각은 주변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고 돈을 좇으면 어떻게 될까. 사람도, 사랑도 모두 뒤로한 채 위만 바라본다면 행복에 도달할 수 있을까. 예술과 돈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끝에 나온 게 무엇인지, 그걸 영원한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 보면 좋겠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상상해 보면서, 행복한 예술가가 되는 게 허무맹랑한 꿈일까 생각해 보면서. - 김청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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