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검색을 사용해 보세요
검색창 이전화면 이전화면
최근 검색어
인기 검색어

소득공제 베스트셀러 정가제 Free
잡지 VOSTOK 보스토크 매거진 (계간) : 54호 [2025]
에고 트립 : 나에게 가까이 양장
편집부
보스토크프레스 2026.06.10.
가격
25,000
10 22,500
YES포인트?
1,250원 (5%)
5만원 이상 구매 시 2천원 추가 적립
결제혜택
카드/간편결제 혜택을 확인하세요
  • 표지 스크래치, 내지 잉크 튐은 제작 과정 중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어 교환 대상이 아닙니다.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국내배송만 가능
  •  문화비소득공제 가능

이 상품의 시리즈 57

뷰타입 변경

상세 이미지

책소개

목차

2026년 여름호 | VOL. 54
특집 | 에고 트립 : 나에게 가까이

001 See-through, Transparence _ Sidonie Ronfard
022 무모연작 _ 이예은
036 Through Hardship to the Stars _ Ornella Mari
050 Two Ways to Carry a Cauliflower _ Emma Sarpaniemi
066 잠들어 있는 학생, 연도미상 _ 김사월
070 나는 지옥이다 _ 하미나
076 지워지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_ 정지음
084 ‘너-나-들-이’ 여행자들에게 부치는 편지 _ 하은빈
090 포스기에서 _ 김신식
098 Weapon of Choice _ Minami Ivory
112 Self Reflection _ Kristina Varaksina
124 Villa Argentina _ Arunà Canevascini
136 Frida Forever _ Frida Lisa Carstensen Jersø
162 Invisible-You _ Enikő Hodosy
164 Perceptual Isolation _ Kat Bawden
178 [연재_영화의 장소들] 정치적인 것의 장소, 다시 _ 유운성
185 [연재_일시 정지] 사진엽서와 역사의 비늘 _ 서동진
192 [에디터스 레터] 망한 전시 _ 박지수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190*260*20mm
ISBN13
9791170370772

책 속으로

〈잠들어 있는 학생, 연도 미상〉은 당시 작가의 미숙한 사회성에서 비롯된 수치심을 은유한 작품으로, 자신의 형태를 헝겊 인형의 물성으로 대체하며 우리에게 존재감에 대한 물음을 던집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야”라는 걸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박수를 받는 이야기는 성인이 되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예술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게 저는 지금까지 TV장 뒤에 숨어 있게 되었습니다. 내 작품이 발견되기를 기다리면서요. 누군가 만져보고 웃고 울어준다면 머쓱한 척 밖으로 걸어나가려고 했는데, 왜 이리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 같을까요. 그 사이에 친구들은 저에게 흥미를 잃고 새로운 재미있는 걸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조급해하지 말아야 할까요, 이제라도 포기하고 슬그머니 나와야 할까요. 제발 누군가 말해주시겠어요? “야... 일어나....”
---p.69 「김사월, 잠들어 있는 학생, 연도 미상」 중에서

사람에게 질려 오래오래 혼자 시간을 보내보니 사람이 그리운 때도 드디어 찾아왔다. 완벽하게 고립된 공간.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나자 이제 내게 그곳은 지옥보다 더한 무(void)의 세계로 느껴졌다. 나를 비추는 타인 없이는 어떻게 내가 세계에 존재 한다는 걸 알 수 있단 말인가. 나를 질리게 하는 존재든, 나를 화나게 하는 존재든, 내가 동경하는 존재든, 실은 나를 돕고 싶은 거면서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존재든, 그 모든 살아 있는 존재가 없다면 나는 내가 누구인지 영원히 알 수가 없다. 타인은 지옥이라는 말이 있다. 이젠 이렇게 생각한다. 타인을 지옥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참 다행이다. 이렇게 바꿔 써 본다. 나는 지옥이다. 내 지옥을 내가 감당할 수 있도록 버텨본다. 모두 각자의 지옥에서 건투를 빈다.
---p.75 「하미나, 나는 지옥이다」 중에서

나또한 한때는 오점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왜 아니겠는가? ADHD, 우울증, 의존증, 자기혐오. 무엇도 내 몫의 불순물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보잘것없을지라도 이것이 나의 진실이다. 그렇게 선언하면 발버둥을 멈추기로 한 오리처럼 자유로운 기분이 된다. 아직도 가끔씩 ‘나를 싫어하는 아이들’ 명단을 들여다본다. 내 이름은 완벽히 지워지지 않고, 찻물 얼룩보다 조금 진한 정도의 흔적으로 남았다. 나는 기다리지 않고 내 이름 위로 취소선을 긋는다. 나를 가장 오래, 그리고 제일 잔인하게 미워했던 가해자와 이제 그만 화해하고 싶을 뿐이다.
---p.82 「정지음, 지워지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중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잘 쓰기만 한다면, 정말 잘 쓰기만 한다면 진솔한 누군가의 이야기는 반드시 나보다 멀리 간다고요. 용맹하게 나아가서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세상에 초대한다고요. 들려야 하는 어떤 이야기를 바로 그 존재의 목소리로 들리게끔 한다고요. 앞선 소개글에서 저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글쓰기란 “너의 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해 나의 세계를 먼저 드러내 보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라고. 글방이란 “내가 쓴다면 그건 결국 너의 삶을 듣기 위해서임을, 내가 작가가 된다면 그건 바로 네 이야기의 독자가 되기 위함임을 약속하는 장소”라고. 그러니까 저는 이렇게 말해보고도 싶습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서말하고쓴다는것은아직그렇게하고있지못한다른 누군가가 말하고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요. 우리는 자기 이야기를 매개로 하여 모르는 어떤 이야기의 손을 잡게도 된다고요.
---p.88 「하은빈, ‘너-나-들-이’ 여행자들에게 부치는 편지」 중에서

나는 포스기가 있는 매대 안에서 오늘도 사람의 얼굴을 본다. 마리나처럼 말을 참고 자리에서 이탈하지 않는 모드도 아니지만, 누군가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는 순간도 허락되지 않지만, 구매할 물건을 얹어놓는 인간과 결제를 돕는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관습적인 일과 예상치 못한 일을 겪으며, 요즘 어느 때보다 나 자신을 상대로 질문이 쇄도 중이다. 나는 왜 전업작가가 되고 싶어 했을까? 조용히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기 위해서? 사람과 부대끼기 싫어서 작가로 성공하고 싶은 거야? 근데네가 원하는 작업 환경이 형성되었을 때, 마냥 만족스럽게 살아갈까? 스캐너로 물건 바코드를 찍는동안 딴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덧 결제가 끝나 있고 영수증 출력을 부탁한 손님이 영수증 용지와 내얼굴을 쳐다본다. 나는 그 사람과 마주 보길 피하지 않는다. ‘저는 인간이 두렵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을 쳐다보는 연습 중입니다’란 속말을 마음속으로 되뇐다. 편의점 안은 AI로 제작한 플레이리스트 속 노래로 시끄럽다. 다음 고객이 포스기 앞에 선다. 이번엔 또 무슨 질문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일단 인간과 부대껴보기로 한다.
---p.96 「김신식, 포스기에서]주에서

오늘날 영화에서는 거의 힘을 잃다시피 한 로맨틱 코미디가 방송용 드라마에서는 제법 건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곳이 섹스가 노골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영역으로 남아 있기 때문일 터다. 또한, 1990년대부터 범람하기 시작한 각종 경연과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인생 역전을 거듭 사실적인 것처럼 비춰주는 영역이기 때문일 터다. 하지만 영화라 불리는 영역에서 로맨틱 코미디는 언제나 과민한 지표 식물이다. 그것이 소재로 삼는 상황이 당대의 관객에게 얼마나 사실적으로 또는 비사실적으로 다가가는지에 따라 그것이 속한 사회의 양태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p.182 「유운성, 정치적인 것의 장소, 다시」 중에서

일본인 연구자 기시 도사히토는 만주국과 관련하여 출판된 숱한 시각 매체를 일컬어 ‘이페머럴 미디어(ephemeral media)’라고 부른다. 그것은 “잠깐 동안 사용할 의도로 만들어지고, 사용된 후에는 대부분 바로 버려지며 보존되지도 않고 덧없이 사라져 버리는 인쇄물의 총칭”을 이른다. 사진은 근원적으로 ‘이페머럴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그 덧없는 순간을 고정시켜 과거의 이미지로부터 그 과거의 이미지 속에 새겨진 화면 밖의 세계를 상상하고 해석하도록 촉구한다. 그런 점에서 사진은 하나의 이미지에 세계를 가둠으로써 그리고 다른 순간들을 제외시킴으로써 시간과 공간의 무한한 연속을 절단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진의 폭력은 또한 그것이 제외하고 삭제한 대상을 연상하며 역사적 상상을 하도록 관람자를 다그침으로써 시간과 공간을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다. 사진이 세계를 점점 탈현실화할 때, 사진으로부터 역사적 현실을 구제할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p.190 「서동진, 사진엽서와 역사의 비늘」 중에서

출판사 리뷰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공포탄을 소지한 채 부대 정문에서 경계 근무를 섰다. 솔직히 말하면, 경계도 근무도 아니었다. 그저 2시간 동안 서 있다가 들어오는 것이 전부였다. 그 야심한 시간에 외진 부대 앞을 지나가는 차도, 행인도 없었다. 북한군이 굳이 최전방도 아닌 우리 부대를 골라 침입할 리 만무했다. 사실상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짓이었다. 그랬기에 그 2시간의 새벽 경계 근무는 내가 아는 한 세상에서 가장 길고 지루한 일이었다. 라디오를 숨겨 몰래 듣거나 나만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사소한 맨손체조를 반복하거나, 달과 별을 멍하니 쳐다보거나…. 그 무엇을 해도 시간은 슬로 모션처럼 느-리-게- 흘러갔다. 그렇게까지 느리고 더딘 시간은 처음이었다.

그 새벽에는 시간만 평소대로 흘러간다면 영혼도 팔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수많은 시도를 거쳐 가장 빠르게 시간이 흘러가는 방법을 찾고야 말았다. 나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이었다.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수많은 장면과 순간들이 앞다퉈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은 적 없는, 나만 알 수 있는 수치심과 죄책감, 자괴감과 좌절감, 어긋남과 후회, 미련과 체념…. 하나씩, 하나씩 주워서 살펴보기 시작하면 내 안의 기억과 이미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더 높이, 더 멀리, 더 오래 과거의 바다로 자맥질해 점점 더 어린 시절로 회귀하면, 결국 최초의 기억까지 마주하게 되었다. 이 세상에서 오직 내가 간직한 나의 이미지만 대면하는 새벽 2시부터 4시까지의 시공간에서는 나와 연결된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바라볼 수 있었다. 그 이외의 모든 현실은 멀끔하게 표백되었다.

가끔 그 새벽의 진공 상태에 가까웠던 시공간을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이제는 그렇게까지 세상만사를 뒤로 물리고, 나에 대한 기억과 이미지만 쫓을 수는 없기에. 대신에 어떤 사진 작업들을 바라보면서 그 진공 상태에 간접적으로 접속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자신에게 향한 시선들, 카메라를 들고 날카롭게 나를 파고드는 사진들을
마주할 때 그런 순간이 다가온다. 가령, 나의 모습을 아주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여러 다양한 변화와 노화 과정을 가감 없이 담는 셀프 포트레이트를 볼 때 그렇고, 자신의 정체성이나 증상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살피기 위해 과거의 시간과 가족사를 파헤치는 작업을 볼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은 행위와 여정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창작이란 어떤 식으로든, 자신과 대면하는 진공 상태로 향하는 ‘에고 트립’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이번 호에서는 집요하고 철저하게, 또 꼼꼼하고 면밀하게 나의 외면과 내면을 탐색하는 사진과 글을 만나본다.

리뷰/한줄평0

리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선택한 상품
22,500
1 22,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