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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STOK〉 2021년 9-10월호 / VOL. 29
특집 | 비주얼 ASMR 001 Rainbow Variations _ Taisuke Koyama 016 Hyperreal Images Explore_ Justinas Vilutis 026 Front End _ Da?vid Biro? 038 Sketchbook / Cognition _ Felix Scho?ppner 050 Aircraft: The New Anatomy _ Maxime Guyon 065 이미지가 말했다, 차렷: 가동적 이미지라는 반(反)-이미지 _ 서동진 073 이미 보고 있습니다! 가브리엘의 눈 _ 이진실 081 대표 이미지를 선별하시오 _ 권시우 089 눈먼 산책자 _ 유운성 098 Qualia _ Jason Lukas 110 Shallow Learning _ Aaron Hegert 132 This World and Others Like It_ Drew Nikonowicz 146 Crowded Fields _ Pelle Cass 161 재현 불가능성 2.0 _ 이나라 168 너의 눈, 너의 귀 모양으로 _ 김정현 175 19세기의 어린이와 환등기 - 프루스트와 파브르 _ 윤경희 185 21세기의 광학 미디어에서 보는 벤야민의 광학적 무의식 _ 이영준 194 Wildland _ Dylan James Nelson 204 Rendered _ Sally Jo 218 New Artificiality _ Catherine Leutenegger 222 Unphotographable Cases _ Youngho Jeong 246 Ghost Scans _ Carson Lynn 256 우리는 ‘사진’이란 말을 함께 써도 될까요? _ 박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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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가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이라고 일컫던 것의 요체인 생명정치는 이렇게 더 잘 살기 위해 개인들이 모든 것을 스스로 관리, 평가, 계산, 예측하는 체제이다. 그것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책임지도록 몰아붙인다. 그리고 파로키는 이를 이미지의 체제와 대비시킨다. 잘 살기 위하여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관전, 시험, 연습, 실험 등에 출동하는 숱한 삶의 이미지들을 보고 익히는 것이다. 삶은 대대적으로 이미지가 되어가고 우리는 그것을 바라보며 삶의 방향을 가다듬는다.
--- p. 67 이제 동시대 사진에서 사진이란 개념이 전제하는 ‘찍는’ 행위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동작에서 스캐닝으로 대체된다. 또 사진 이미지는 현실을(혹은 관념을) 스캔한 데이터베이스의 파편들로 짜집기된다. 한편, 사진의 ‘장치’는 별도의 카메라와 감광 물질들이 이루는 일련의 과정에서 어떤 하드웨어에서도 끼워넣을 수 있고 호환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전환되었다. 그 애플리케이션은 이제 컴퓨터화된 모든 기계들에서 작동한다.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그리고, 자동차 블랙박스, 기상 위성, 그리고 나사의 무인 우주선까지. 자신의 얼굴부터 우주의 행성까지 우리는 사진을 통해 또 하나의 세계를 건설한다. --- p. 79 당신이 언제든지, 불시에 꺼내든 카메라로 포착한 이미지는, 더 이상 재현 사진과 동의어가 아니다. 이미지는 재현에 몰두하는 대신, 당신에 의해 편집되고, 보정되고, 증강되기를 바란다. 즉 뷰파인더의 배후에는 언제나 사용자로서의 당신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당신은 재현의 리얼리티가 갈수록 패퇴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침내 재현을 완전히 무마하기 위해, 그에 부합하는 새로운 시각적 리얼리티를 제시해야만 한다. --- p. 87 우리는 프레임 없이 자연을 지각할 수 없다. 물론 여기서의 프레임은 우리가 회화, 사진, 영화를 통해 습득한 액자, 경계나 가장자리, 낱개의 이미지 등의 개념에 국한되지 않는 훨씬 확장된 것이다. --- p. 95 우리는 잘 보이지 않는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처리하고 전달하는 무한 이미지의 세계 속에 거주한다. 인간은 이제 자기 자신의 감각을 확인하고, 자기 자신을 표상하기 위해 ‘인간 고유영역’을 대신할 기술 매체, 잘 보이지 않는 기술 매체를 참조해야 한다. 그러므로 인간이 인간을 재현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지능을 갖춘 기계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기 때문이 아니다. 기계가 자기의 이미지를 가지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자기 재현은 위기를 겪는다. --- p. 166 표준화된 인간의 시선에 맞추지 않는 기계의 눈은 이들에게 사진을 보여줄 수 있을까.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사진이란 어떤 것일까. ‘빛을 비춰 반사된 상을 포착하는 카메라의 기술이 시각적 재현이 아니라 존재가 될 수는 없을까.’ 카메라를 다루는 어느 작가는 이미지가 죽음과 연결되어 있고, 이미지에 대한 강박이 죽음 충동과 연관되어 있는 것을 알지만, 그렇게 취해진 이미지를 사후적으로 바라보며 결핍 속에 존재를 기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 p. 174 프루스트의 화자는, 반면, 환등기를 주체적으로 조작하는 대신 수동적으로 관조하는 데 머무르는데, 환등기가 모든 어린이들이 욕망할 법한 매혹적인 선물이 아니라 자기에게 박탈된 다른 대상을 억지로 대체하고 그 고통을 둔화하는 도구로써 비자발적으로 주어졌기 때문이다. (...) 독자 역시 환등 장치와 투사된 이미지의 물적 특성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음과 동시에, 화자가 환등 이미지와 이야기에 온전히 몰입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눈치챌 수 있다. 이미지와 이야기의 세계에 탐닉할 때, 어떤 경우, 우리는 그것이 생산되고 작동하는 장치와 방식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비유가 아니라 실물이, 이야기와 이미지가 아니라 장치가, 상이 아니라 실체가, 허구가 아니라 현실 환경이, 두드러지게 노출되고 가시화되는 사건, 그것이 프루스트의 환등체험이다. 프루스트에게 환등기는 마법의 등이 아니라 엄습하는 사물성 자체이다. --- p. 180 카메라나 망원경, 현미경 같은 기존의 광학 미디어가 전달하는 데이터의 수신자 내지는 독해자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그들 미디어에는 눈을 갖다 대는 접안렌즈가 있다. 이 글에서 다루는 광학 미디어는 완전히 다른 수신자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기계 그 자체이다. (...) 이제까지의 광학 미디어가 ‘빛?기계?사람의 눈’으로 이어지는 시퀀스를 전제했다면 여기서 말하는 광학 미디어는 ‘빛?기계?데이터?작동?결과’로 이어지는 시퀀스를 가진다. 새로운 광학 미디어에서 수신자는 기계에서 기계로 이어지는 기계들 사이의 인터페이스다. --- p.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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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이미지의 생태계와 지형
ASMR은 주로 청각을 중심으로 심리적 안정감이나 쾌감 따위의 감각적 경험을 일컫는 말입니다. 가령, 잔잔하게 흐르는 물소리, 청량한 음색의 새소리나 풀벌레 소리, 또는 요리를 하거나 음식을 먹을 때 나는 아삭/바삭거리는 소리 등이 주로 익숙한 소리가 해당됩니다. 반대로 낯선 소리를 들으면 사람은 긴장하거나 불안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공포영화에서 음악과 음향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그런데, ASMR의 음원은 대개 우리의 현실 속에 분명 존재하지만, 우리가 평상시에 그 소리를 ASMR처럼 분명하고 또렷하게 듣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음향 장비를 동원해 특정한 소리를 증폭시킨 ASMR은 실제 소리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소리라면 여러 다양한 잡음이 섞여 있을 테고, 더 작게 들릴 테죠.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ASMR에 익숙해지면, 실제 소리가 이전보다 실감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새우튀김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요란하게 바삭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왠지 모르게 실망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요즈음 광학 렌즈나 기기로 만들어낸 이미지 또한 ASMR처럼 ‘증강’되어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띕니다. 인스타그램만 봐도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되어 사진인지 그래픽인지 분간할 수 없는 이미지들이 마구 떠다닙니다. 현실을 찍어 가공한 사진이든, 현실의 텍스처를 입힌 그래픽이든 현실보다 더 선명하고 더 리얼한 이미지는 사진과 그래픽의 경계를 지우며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사진과 사진을 닮은 그래픽, 또 그래픽을 닮은 사진이 위계와 구분 없이 뒤섞인 가운데 사진은 점점 더 그래픽 이미지처럼 보이고, 그래픽 이미지는 더 사진처럼 보이게 됩니다. 사진과 그래픽, 현실과 이미지는, 서로를 참조하며 섞여서 혼란스럽고도 이상하고, 또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광학적) 재현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인간과 기계의 시각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시금 스스로 묻게 됩니다. 이러한 동시대의 시각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보스토크 매거진은 다양한 사진작업과 비평문을 독자와 함께 바라보고 읽어보려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한 권의 잡지를 통해 지금-여기의 이미지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서 묻고 답하고자 합니다. 화보면에는 광학 렌즈나 광학 기기로 재현된 이미지이지만 다양한 방식을 통해 현실이 증강되어 오히려 그래픽에 가까운 이미지를 선보이는 사진작업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단순한 예지만, 책을 포커스 스태킹 기법으로 촬영하거나 가공한 사진은 목업 이미지보다 더 그래픽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책이 출간되기 전에 이미 목업 이미지가 나오기 때문에 실물 책을 촬영할 때도 최대한 목업 이미지처럼 보이게 찍기도 합니다. 이처럼 가시성을 증폭시켜, 사진인지 사진이 아닌지 모호한 이미지들로 구성된 작업들을 모아 소개합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이전과 달라진 사진의 영역과 의미, 그리고 작업자들의 변화된 감각 등을 함께 엿보고자 합니다. ? 비평 지면에는 서동진, 이영준, 이나라, 이진실, 유운성, 윤경희, 김정현, 권시우 등 여덟 명의 비평가가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광학적 미디어와 재현, 이미지의 변화, 시각성의 확장' 등의 키워드를 탐구하는 비평적 에세이를 선보입니다. 사진, 영화, 미술, 문학, 기계비평까지 전문 영역이 다른 필자들은 각자의 시선에서 ‘미디어 - 이미지 - 시각성'에 관한 사유를 펼쳐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동시대 이미지의 생태계와 지형을 그려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