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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VOSTOK 보스토크 매거진 (격월) : 16호 [2019]
SF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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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VOSTOK] 2019년 7-8월호 / VOL. 16

특집 | SF 스타일

[PHOTO + ESSAY]
014ㅤ 필드:트립, 세션들 _ 이민지

[PHOTO]
001ㅤ Balance _ Valentin Fougerayㅤ
110ㅤ Rise and Set _ 최다함
124ㅤ 솜사탕 방주 / 악취 _ 최요한
140ㅤ 기억은 뒷면과 앞면을 가지고 있다 _ 정희승
156ㅤ 사람들은 살아간다 _ 한영수
161ㅤ I make _ 이나현
168ㅤ Post _ Marta Zgierska
178ㅤ Grey Cobalt _ Felicia Honkasalo
190ㅤ Available Resources _ Mattia Balsamini
202ㅤ outer space _ Michael Najjar
214ㅤ Space Utopia _ Vincent Fournier
256ㅤ #smudge _ Kenta Cobayashi

[PHOTO ] NOVEL]ㅤ
046ㅤ Folder Dㅤ ] 097 채집 기간 _ 정세랑
046ㅤ Folder Gㅤ ] 114 이상한 거인 이야기 _ 곽재식
046ㅤ Folder Bㅤ ] 128 소곤거리던 사이 _ 배명훈
046ㅤ Folder Fㅤ ] 144 시간의 벽감(壁龕) _ 구병모

[INTERVIEW]
108 정세랑, “사진이 시간과 공간의 매듭으로”
122 곽재식, “최대한 SF스러운 생각”ㅤ
138 배명훈, “세계를 망가뜨리지는 말아야지”
154 구병모, “자유로운 오독의 여지”

[ESSAY]
238 이미지들의 발전 속도는 상상 가능성보다 낮다 _ 듀나

저자 소개 6

BYUNG MO-KU,具竝模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편집자로 활동하였다. 2009년 『위저드 베이커리』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위저드 베이커리』는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문장력과 매끄러운 전개, 흡인력 있는 줄거리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오늘의작가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데뷔작 『위저드 베이커리』는 기존 청소년소설의 틀을 뒤흔드는, 현실로부터의 과감한 탈주를 선보이는 작품이었다. 청소년 소설=성장소설 이라는 도식을 흔들며, 빼어난 서사적 역량과 독특한 상상력으로 미스터리와 호러, 판타지적 요소를 두루 갖추었다는 평을 받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편집자로 활동하였다. 2009년 『위저드 베이커리』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위저드 베이커리』는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문장력과 매끄러운 전개, 흡인력 있는 줄거리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오늘의작가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데뷔작 『위저드 베이커리』는 기존 청소년소설의 틀을 뒤흔드는, 현실로부터의 과감한 탈주를 선보이는 작품이었다. 청소년 소설=성장소설 이라는 도식을 흔들며, 빼어난 서사적 역량과 독특한 상상력으로 미스터리와 호러, 판타지적 요소를 두루 갖추었다는 평을 받았다. 작품을 지배하는 섬뜩한 분위기와 긴장감을 유지시키면서도 이야기가 무겁게 얼어붙지 않도록 탄력을 불어넣는 작가의 촘촘한 문장 역시 청소년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였다.

구병모 작가는 한 인터넷 웹진에서 '곤충도감' 이라는 작품을 연재했다. 이름을 가리고 봐도 구병모 작가의 작품인지 알 수 있을 만큼 작가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 있는 작품으로, 용서에 대한 것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2015년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로 오늘의작가상과 황순원신진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단 하나의 문장』 장편소설 『네 이웃의 식탁』, 『파과』, 『아가미』, 『한 스푼의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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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이자 SF 소설가. KAIST에서 원자력 및 양자 공학 학사와 화학 석사 학위를, 연세대학교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문과 방송에서 과학 지식으로 사회의 관심사를 풀이하는 이야기꾼으로 활동하고 있다. 쓴 책으로 『경제를 궁리한 조선의 선비들』 『팔도 동물 열전』 『곽재식과 힘의 용사들』 『곽재식의 미래를 파는 상점』 『모든 것이 양자 이론』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한국 괴물 백과』 등의 교양서가 있고, 『사설탐정사의 밤』 『해장국으로 날아가는 비행접시』 『은하행성서비스센터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이자 SF 소설가. KAIST에서 원자력 및 양자 공학 학사와 화학 석사 학위를, 연세대학교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문과 방송에서 과학 지식으로 사회의 관심사를 풀이하는 이야기꾼으로 활동하고 있다.
쓴 책으로 『경제를 궁리한 조선의 선비들』 『팔도 동물 열전』 『곽재식과 힘의 용사들』 『곽재식의 미래를 파는 상점』 『모든 것이 양자 이론』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한국 괴물 백과』 등의 교양서가 있고, 『사설탐정사의 밤』 『해장국으로 날아가는 비행접시』 『은하행성서비스센터, 정상 영업합니다』 『지상 최대의 내기』 『신라 공주 해적전』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등 다수의 소설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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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ung-hoon Bae

1978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대학문학상’을 받았고 2005년 「스마트D」로 SF 공모전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을 통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으며, 3인 공동 창작집 『누군가를 만났어』를 비롯해 『판타스틱』 등에 단편을 수록한 바 있다. 2010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주류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가로 평가받으며 한국문학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대한민국의 젊은 작가들 가운데 가장 행보가 주목되는 작가로서, 연작소설 『타워』는 그의 첫 소설집
1978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대학문학상’을 받았고 2005년 「스마트D」로 SF 공모전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을 통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으며, 3인 공동 창작집 『누군가를 만났어』를 비롯해 『판타스틱』 등에 단편을 수록한 바 있다. 2010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주류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가로 평가받으며 한국문학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대한민국의 젊은 작가들 가운데 가장 행보가 주목되는 작가로서, 연작소설 『타워』는 그의 첫 소설집이다. 2010년에는 『안녕, 인공존재!』를 펴냈다. 『총통각하』(2012), 『예술과 중력 가속도』, 장편소설 『신의 궤도』(2011), 『은닉』(2012), 『맛집폭격』 『첫숨』 『고고심령학자』, 『빙글빙글 우주군』, SF동화 『끼익끼익의 아주 중대한 임무』(2011), 중편소설 『가마틀 스타일』 『청혼』, 단편 단행본 「춤추는 사신」, 「푸른파 피망」, 에세이 『SF 작가입니다』 등을 출간했다. 여러 앤솔러지에 참여하였는데, 앤솔러지 『놀이터는 24시』에 「수요 곡선의 수호자」를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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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世朗

2010년 〈판타스틱〉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 『목소리를 드릴게요』,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이만큼 가까이』 『재인, 재욱, 재훈』 『보건교사 안은영』 『피프티 피플』 『시선으로부터,』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설자은, 불꽃을 쫓다』, 짧은 소설집 『아라의 소설』, 산문집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등이 있다. 창비장편소설상, 한국일보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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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una

1990년대 초,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 짧은 단편들을 올리면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로 각종 매체에 소설과 영화 평론을 쓰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994년 《사이버펑크》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목의 공동 단편집에 몇몇 하이텔 단편들이 실렸고, 그 뒤에 단독 작품집인 《나비전쟁》, 《면세구역》, 《태평양 횡단 특급》, 《대리전》, 《용의 이》,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아직은 신이 아니야》 등을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SF 작업과는 별도로 영화 칼럼을 쓰고 있고, 《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가
1990년대 초,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 짧은 단편들을 올리면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로 각종 매체에 소설과 영화 평론을 쓰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994년 《사이버펑크》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목의 공동 단편집에 몇몇 하이텔 단편들이 실렸고, 그 뒤에 단독 작품집인 《나비전쟁》, 《면세구역》, 《태평양 횡단 특급》, 《대리전》, 《용의 이》,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아직은 신이 아니야》 등을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SF 작업과는 별도로 영화 칼럼을 쓰고 있고, 《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가능한 꿈의 공간들》 등의 논픽션을 썼다. 2021년에 장편소설 《평형추》로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2024년 데뷔 30주년을 기념하여 초기 단편집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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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보스토크프레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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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5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170*240*20mm
ISBN13
9791170370154

책 속으로

구글어스를 켠다. 검은 배경에 푸른 얼룩이 진 구가 빙글빙글 돈다. 지난 필드 트립에서 저장한 마지막 아이콘을 클릭한다. 시점은 빠른 속도로 구름 형상의 픽셀들을 뚫고 내려간다. 물방울을 튀기지 않고 매끈하게 수면 아래로 잠기는 솜씨 좋은 다이빙 선수처럼. 잠시 기다리자 흐릿하던 픽셀들이 차례로 또렷해진다. 세계는 이제 연결된 것처럼 보인다.
--- p.26, 이민지 [필드:트립, 세션들]

“바이러스라고 했던가요?”
“네, 바이러스로 사회가 무너졌고 사회가 무너져서 기반 시설 관리가 안 되어버렸죠. 지금 이 순간에도 위험 폐기물들이 지하에서 줄줄 새고 있어요…”
“그런 것치고 생존 종이 적지 않은 것처럼 보여요.”
“종 다양성이 굉장했던 곳이라 들었는데 최대한 한번 모아봅시다.”
수석 채집가가 말을 끝마치는가 싶더니, 날카로운 감각을 자랑하며 움직이는 것을 향해 그물망을 쏘았다. 아까 것보다 조금 더 큰 털 짐승이 걸려들었다. 사나운 소리를 냈기 때문에 두 채집가가 물러섰다. 손바닥만 한 동물은 꼬리가 길고 얼룩덜룩했다.
--- p.98, 정세랑 [채집 기간]

분명히 아는 공간들인데 이질적으로 느껴져서 그 이질감이 좋았습니다. 어긋남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진이 시간과 공간의 매듭으로 태어나는구나,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 p.107, 정세랑 인터뷰ㅤ

사람들의 우주선이 도착하기 전의 세상은 이렇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할 때면 누구든 죽일 수 있었습니다. 누가 미우면 때릴 수 있었고, 몇 대 때려서 분이 풀리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습니다. 아무 설명 없이도 눈에 보이는 다른 거인을 물어뜯어 씹어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즐겁고 상쾌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그게 얼마나 후련한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힘이 세고 실력이 뛰어난 거인이 다른 거인을 죽여 없애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다른 거인을 죽여 없앨 때, 죽어 가는 상대방을 보면서 이겼다는 성취감과 통쾌한 기분을 느낄 때, 우리 거인은 거인답게 잘 살 수 있었습니다.
--- p.115, 곽재식 [이상한 거인 이야기]

내가 스파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도 우리는 이미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사람들이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많지만 큰 소리로 할 말은 없는 사람. 얼굴을 마주보며 한참을 속삭이다 주위가 시끄러워져 말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그냥 말을 멈춰버리는 사이. 그래도 우리 대화는 끝나지 않았다. 표정이나 눈짓으로 말을 이어가다가 그마저도 피곤해지면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충만한 시간을 이어갈 수 있었다. 스파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그런 우리 사이에도 작은 비밀이 생겨났다. 그리고 물어서는 안 되는 영역은 날이 갈수록 커져 갔다. 하지만 둘 사이의 신뢰는 흔들리지 않았다. 어쩌다 스피커 바로 아래 테이블에 자리 잡은 날처럼 말로 하는 대화가 줄었을 뿐이었다. 적어도 스피커가 어마어마하게 커지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129, 배명훈 [소곤거리던 사이]

비어있다는 것, 그리고 채워져 있다는 것에 대해 쓰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진에 지배되지는 말아야겠다 싶었고요. 디스토피아 느낌의 사진이어서 창작자의 본능에 따라 주어진 과제에 결을 맞춰버리면 디스토피아 소설이 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요. 그렇게 하면 왠지 함정에 빠지는 것만 같아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함정에 빠지지 않아야 하는 기획이라고 느꼈거든요. 세계를 망가뜨리지는 말아야지, 그러면서도 상실과 빈 공간을 담아내야지, 그런 고민의 결과가 소설의 방향을 결정지었다고 생각합니다.
--- p.139, 배명훈 인터뷰

이곳에는 이제 S와 같이 지나온 날들의 윤곽은 희미해지고 앞으로 남은 날들에 대한 기대가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영원한 겨울이 장악하는 도시에서는 사람의 몸이 위축되고 정신도 축소된다. 아무 길섶에나 무방비로 몸을 부려놓으면 틀림없이 동사하기에, 이곳을 살면서는 상시 깨어 있는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은 외부로 확장되지 않고 자신의 질량을 보존하는 에너지가 다만 침체와 냉소를 견지한 채 멈춰버린 것이다. S는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곳 아닌 다른 어딘가로 뻗어나 가는 자신의 발걸음을 그려본 적 없다.
--- p.147, 구병모 [시간의 벽감(壁龕)]

소설의 주요 모티프가 된 이미지를 꼽는다면, 거리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여성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주황색의 커다란 상자같이 생긴 공중전화부터 보며 자란 사람이어서, 그보다 옛날에는 이런 보통의 가정집 전화기처럼 생긴 것이 공중전화로 쓰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직접 동전 투입이 아니라 아마 옆 가게 주인에게 요금을 내고 쓰는 방식이었을 것 같은데, 방법적인 문제보다도 그녀가 누구와 통화를 하고 있는지 신호는 잘 가서 닿았는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마음이 쓰였습니다.
--- p.155, 구병모 인터뷰

이미지들의 발전 속도는 상상 가능성보다 낮다. 그리고 우리의 상상력은 어쩔 수 없이 우리 지식과 경험의 한계 속에 갇히기 마련이다. 아무리 SF와 판타지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자유로운 비상을 즐기는 것 같더라도 우리에게 진정한 새로움의 경이를 안겨주는 것은 과학이다. 우리는 겸허하게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다.

--- p.247, 듀나 [이미지들의 발전 속도는 상상 가능성보다 낮다]

출판사 리뷰

사진 속의 얼룩은 정말 피 맞나요? 그렇다면 도대체 여기는 어디고 저런 자국은 왜 있는 건가요? 만약 피가 아니라면 이 사진을 본 사람이 피가 아니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처음부터 상상을 하면서 이 사진을 찍은 것입니까? (곽재식 인터뷰 중)

보스토크 매거진은 구병모와 곽재식, 정세랑, 배명훈 등 네 명의 SF 작가에게 아무런 정보 없이 각각 몇 장의 사진을 보냈습니다. 그러고는 그 사진을 사용해서 각각 한 편의 SF 소설을 써 달라고 부탁했고요. 각각의 작가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우리의 청탁에 응답했고, 이 특집호에는 사진으로부터 태어난 기이한 소설들이 실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괴상한 기획을 하게 된 것은, 우리가 SF 소설과 사진의 상상력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SF 소설은 그 과격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단지 문학 뿐 아니라 영화와 음악, 시각예술에 이르기까지 깊은 영향을 주어 온 장르입니다. 우리는 SF의 상상력이 담긴 비이커에 사진 몇 방울을 떨어뜨렸을 때 과연 어떤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보고 싶었습니다. 불이 붙을지, 폭발할지, 색깔이 변할지, 이도저도 아니면 그저 피시식 하는 소리를 내면서 아무 변화도 없을지.

비어있다는 것, 그리고 채워져 있다는 것에 대해 쓰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진에 지배되지는 말아야겠다 싶었고요. (중략) 세계를 망가뜨리지는 말아야지, 그러면서도 상실과 빈 공간을 담아내야지, 그런 고민의 결과가 소설의 방향을 결정지었다고 생각합니다.(배명훈)

SF는 우리가 ‘현실’이라 부르는 세계에 대해 가장 의구심을 품는 장르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하나의 가능성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어떤 과학자들은 수많은 선택과 우연이 중첩되어 만들어진 무한한 평행우주들이 모두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중에는 지금 여기보다 조금은 괜찮거나, 훨씬 더 무섭고 고통스러운 세계도 존재하고 있을 겁니다.

SF는 과학적 상상력을 로켓처럼 타고 이 평행우주들의 가능성을 탐사합니다. 예를 들어 외계인이나 지능을 가진 로봇이 우리 주변에 몰래 숨어 살고 있는 세계, 모든 인간이 양성인이거나 출산이 남성의 몫이 된 세계, 심지어 인간이 가축처럼 길러지고 교배되는 세계도 SF 소설 안에서는 충분히 가능하죠. SF가 지닌 이런 거칠고 기이한 상상력의 에너지는 문학뿐 아니라 영화와 음악, 시각예술에 이르기까지 깊은 영향을 주어 왔습니다. 아마 그런 다른 평행세계를 상상하는 방법이야말로 사진이 SF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점일 것입니다.ㅤ

분명히 아는 공간들인데 이질적으로 느껴져서 그 이질감이 좋았습니다. 어긋남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진이 시간과 공간의 매듭으로 태어나는구나,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정세랑)

그러나 현실 세계의 대상을 다루는 사진과, 눈에 보이지 않는 평행세계를 다루는 SF의 거리는 언제나 생각보다 멉니다. 사진가들은 기본적으로 대상의 시각적 형태와 리듬을 조작하는 이미지의 기술자입니다. 그들은 유리창에 쌓인 먼지를 별자리처럼 보이게 하거나, 평범한 골목길 사진 속에서 누군가가 숨어 있는 듯 으스스한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사진의 상상력은 언제나 우리의 시각을 교란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반면 이번호에 수록된 글에서 듀나가 지적했듯이, SF 소설가들은 자신이 다루는 대상의 모습을 독자에게 정확히 전달하지 못합니다. 세상에 없는 것들의 심상을 그려내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루는 이들과 ‘눈에 보이는 것’을 다루는 이들은 서로 어떻게 관계맺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가장 궁금해한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소설의 주요 모티프가 된 이미지를 꼽는다면, 거리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여성의 모습이었습니다. (중략) 방법적인 문제보다도 그녀가 누구와 통화를 하고 있는지, 신호는 잘 가서 닿았는지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마음이 쓰였습니다.(구병모)

이 특집호에 실린, 사진을 바탕으로 태어난 기이한 소설들이 그 실마리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요? 우리는 각각의 소설가들마다 인터뷰를 진행해 사진을 보고 소설을 쓰는 과정은 어땠는지, 그리고 사진을 찍은 작가들에게 궁금한 것은 없는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또한 국내외 사진가들의 다채롭고 풍부한 화보를 큐레이션했고, SF의 이미지들에 대한 작가 듀나의 비평적 에세이도 준비했습니다. 듀나는 독자들이 전혀 모르는 가상의 존재를 묘사해야 하는 SF 작가들의 괴로움을 이야기하며, 소설의 세계에서 과학이 주는 진정한 새로움의 경이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예, 그런 경이로움의 감각이야말로 이런 기획을 하게 된 원동력이겠지요. 이번호 보스토크 매거진은 마치 그 이름처럼(VOSTOK), SF와 사진의 경계를 독자들과 함께 즐겁게 탐험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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