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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울! 개울처럼 흐르는 바람!”
아기 바람을 따라 시원한 여름 속으로! 다른 바람들이 모두 하늘로 날아오를 때, 혼자 남은 아기 바람. 때마침 더위를 피해 땅 위로 올라온 두더지와 마주칩니다. “넌 누구니?” 아기 바람은 다시 뛰어보지요. 슈웅! 이번에도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두더지 머리 위로 떨어지고 말지만,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연신 부채질을 해대던 두더지를 상쾌하게 만들어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더위가 싹 가시고, 주변 공기가 더없이 산뜻해진다는 건 이런 느낌일까요? “와~ 시원해!” 그리고 두더지의 이 한 마디는 아기 바람의 근심을 싹 날려줍니다. 이제 아기 바람은 날아오르지 못한 일에 대해 걱정하지 않습니다. 어디든 시원하게 흘러갔다가 시원하게 흘러오면 되니까요. 세차게 흐르는 여울, 그 근사한 이름처럼 말입니다. 여울은 이제 어디로 흘러갈까요? 청량감이 감도는 장면들을 따라, 쉬이— 솨아— 입에 바람을 굴리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우리도 상쾌하고 시원한 여름 안에 있게 됩니다. “바람은 무슨 맛일까?” 다양한 상상을 이끄는 유쾌함 여울처럼 기분 좋게 흐르던 아기 바람 앞에 느닷없이 여우가 나타납니다. “나를 불렀냐?” ‘여울’을 ‘여우’로 잘못 알아들은 건데, 민망할 법한 이 상황에서 여우는 입맛을 다시지요. “바람은 무슨 맛일까?” 결국 배가 빵빵해져서 집으로 돌아간 여우 덕분에 여울은 처음으로 두더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게 되고, 시원하게 흘러서 되돌아오는 그 과정은 웃음을 터뜨리게 합니다. 《여울》의 또 다른 매력은 유쾌한 장면들을 엮어가며 우리를 다양한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는 데 있습니다. 피부로만 느꼈던 그 보이지 않는 존재, 바람이 어떤 빛깔을 품고 있을지, 어떤 모습일지, 맛은 어떨지 그려보게 하지요. 거기에 더해 우리가 생각하는 바람은 무엇인지, 맨 처음 홀로 들판에 남았던 아기 바람을 바람이라 여기는지 조금은 묵직한 질문도 건넵니다. 문학계가 주목하는 젊은 소설가의 그림책 “시원하게 산뜻하게 상쾌하게!” 여름 내내 함께 부를 노래 《여울》은 독창적인 서사와 환상적인 상상력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는 현호정 소설가가 쓴 그림책입니다. SF적 상상력 위에 동화 같은 신비로운 이야기를 그려내며 작품마다 호평을 받는 현호정 작가가 ‘송호정’이라는 또 다른 필명으로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세계가 담겼지요. 무엇보다 작가 특유의 개성 넘치는 맛깔난 언어 표현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소리 내어 읽으며 시원함을 담은 단어들을 반복해서 외치는 사이, 입안에서 경쾌하고 산뜻한 바람 물결이 이는 경험을 느낄 수 있습니다. 흘러가고 흘러오며 이른 아침에서 밤으로 둥글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살랑살랑 흔들리는 요람처럼 무더운 여름밤을 달래며 우리를 꿈속으로 나긋하게 이끌어줍니다. 아기 바람 ‘여울’을 따라 들판으로 내려앉고, 하늘로 뛰어오르고, 물살을 가르며, 휙! 밤하늘로 솟구치는 사이, 우리는 하나의 계절을 통과한 듯한 기분에 사로잡힐지도 모릅니다. 그건 자기만의 방식으로 흐르기로 한 여울의 산뜻한 마음 덕분일 수도, 그러다 보면 결국 어디든 어느 방향으로든 갈 수 있게 된다는 메시지가 주는 안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스친 바람으로 더위를 달리며 우리 모두 시원하고 상쾌한 계절 안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이지요. 마지막 장면에서 여울이 부르는 노래는 남은 여름을 보내는 내내 우리 마음에 머물 것입니다. “멈추지 않고 흐를 거야, 시원하게 산뜻하게 상쾌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