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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칼럼세르주 알리미 & 피에르 랭베르 | 권력은 왜 문인을 원하는가성일권 | 정상국가는 군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포커스피에르 랭베르 | AI에 대한 저항과 분노가 왜 확산되나?■ 역사엘렌 페라리니 | 폴리네시아에 남은 핵실험 상흔피터 쇠틀러 | 마르크 블로흐, 역사학자에서 레지스탕스까지■ 지구촌알렉산더 제빈 | 제국적 외교에 갇혀 있는 미국 민주당마르탱 바르네 | 결국, 트럼프 외교정책에 박수치는 미국 민주당 크리스토프 벤투라 | ‘불안’을 먹고 자란 라틴아메리카 극우들브누아 브레빌 | ‘삼부회’가 꿈꾼 프랑스는 어디에 있는가디디에 오르톨랑 | 중동 흔드는 쿠웨이트-이라크 영토 분쟁세드릭 구베르뇌르 | 6만년의 역사 ‘에버리지니’ 원주민카미유 오브레 | 힌두 민족주의와 시오니즘의 위험한 동맹아나 오타셰비치 | 발칸, 강대국들의 거래장이 되다장아르노 데랑 | 발칸에 떠넘긴 EU의 이주민 통제클로틸드 라벨 | 나미비아를 떠도는 집단학살의 유령■ 연재세르주 알리미 | 은폐된 역사의 진실을 찾아서 (8) 전쟁을 부추기는 ‘도미노 이론’의 허구■ 경제클레망 캥타르 | 누가 가격 통제를 두려워하는가?■ 사회앙투안 페쿠 | 마틴 파의 렌즈가 포착한 ‘과잉 관광’■ 문화다니엘 사모라 | 브뤼헐, 사회적 '관계'를 그리다■ 한반도황미숙 | ‘미션스쿨’의 역사왜곡, 뒤틀린 의식을 낳다강 월터 하나 | 한·불수교 140주년에 만난 독립운동가 서영해양준호 | AI·반도체 메가 프로젝트, 지역은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가 이지혜 | 스필버그의 값비싼 퇴행, 혹은 어느 80대 노감독의 아동 보호 캠페인 최양국 | ‘최후 저지선’ 1.5와 ‘파국의 숫자’ 1.9의 서사서성희 | 나홍진은 이번에도 인간을 찍었다성일권 | 유시민이라는 ‘유사 정치인’의 절창(切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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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인간은 아직 저항할 수 있는가우리는 언제부터 기계에게 미래를 맡기기 시작했을까. 한때 미래는 노동자가 만들었고, 시민이 토론했으며, 정치가 결정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미래는 실리콘밸리의 데이터센터에서 계산되고, 거대 기업의 서버에서 학습되며, 국가들은 그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경쟁하기 시작했다. 이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8월호는 바로 그 순간을 응시한다. 표지에 적힌 ‘AI 습격에 저항하라! 인간이 먼저다!’라는 선언은 기술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인간을 다시 중심에 놓으려는 질문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는 순간 독자는 곧 깨닫게 된다. 이번 호는 AI를 이야기하면서도, 사실은 AI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을.첫 번째 장을 열면 인공지능은 더 이상 하나의 기술이 아니다. 피에르 랭베르는 AI를 둘러싼 세계를 하나의 정치경제학으로 해부한다. 투자자들은 인공지능을 바라보고, 국가는 기술기업의 속도를 따라가며, 시민은 점점 결정권을 잃는다. AI를 둘러싼 저항은 새로운 러다이트 운동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삶을 다시 통제하려는 민주주의의 몸부림이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그 기술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AI를 이야기하던 잡지는 어느새 태평양 한가운데로 독자를 데려간다. 폴리네시아의 산호초에는 아직도 핵실험의 그림자가 남아 있고, 나미비아에서는 식민주의의 유령이 현재를 배회한다. 발칸에서는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국경을 다시 흔들고, 쿠웨이트와 이라크 사이에서는 바다 밑 석유가 새로운 긴장의 원인이 된다. 서로 다른 장소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모두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제국은 정말 끝났는가. 역사는 이번 호에서 과거가 아니다. 마르크 블로흐는 역사학자로 등장하지만 결국 레지스탕스로 기억된다. 역사란 기록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사실을 그의 삶은 보여준다. 이어지는 도미노 이론의 해부는 냉전의 언어가 어떻게 오늘날까지도 전쟁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되었는지를 드러낸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역사를 다루는 이유는 과거를 기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다. 국제정치도 예외가 아니다.트럼프만이 아니라 미국 민주당까지 함께 분석하는 글들은 권력이 정권을 바꾼다고 곧바로 구조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민주당과 공화당이라는 익숙한 구도 대신, 제국적 외교라는 더 큰 틀을 제시하는 방식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다운 시선이다. 정당이 아니라 구조를, 인물이 아니라 체제를 읽는다.경제 기사 역시 마찬가지다. '누가 가격 통제를 두려워하는가'는 시장을 자연현상이 아니라 정 치적 선택으로 바라본다. 우리는 가격이 시장에서 저절로 결정된다고 믿어 왔지만, 그 믿음 자체가 하나의 이데올로기였음을 차분히 보여준다. 경제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운다. 문화면에서도 질문은 이어진다. 마틴 파의 사진은 관광객을 찍지만, 사실은 관광산업을 소비하는 자본주의를 찍는다. 브뤼헐은 오래전 그림 속에서 인간 사이의 관계를 묻고, 나홍진의 영화는 현대인의 불안을 해부한다. 예술은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증언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된다.그리고 한국판은 다시 우리에게 시선을 돌린다. 한국어판 성일권 발행인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안보 문제가 아니라 역사와 신뢰의 문제임을 묻는다. 프랑스에서 평생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지만 잊혀졌던 서영해의 삶은 기억되지 않는 역사를 복원한다. AI·반도체 메가 프로젝트는 지역의 자기결정권을 질문하고, 한국 사회를 향한 문화비평은 말이 권력이 되고 언어가 상처가 되는 시대를 성찰한다. 국제판과 한국판은 서로 다른 글을 싣고 있지만, 결국 같은 질문을 향해 나아간다. 인간은 어떻게 자신의 존엄을 지킬 것인가.그래서 이번 8월호는 AI 특집이 아니다. 기술을 이야기하면서 노동을 말하고, 핵실험을 이야기하면서 식민주의를 말하며, 민주당을 이야기하면서 제국을 말하고, 서영해를 이야기하면서 기억을 말한다. 각각의 기사는 서로 다른 강처럼 흘러가지만, 마지막에는 하나의 바다에서 만난다. 그 바다의 이름은 인간이다.오늘날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것은 인공지능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보여주는 것은 다른 가능성이다. 인간은 아직 질문할 수 있고, 기억할 수 있으며, 저항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질문과 기억, 저항이야말로 기술보다 오래 살아남는 문명의 힘이라는 사실을, 이번 호는 단호하게 밝히고 있다. 여름철 휴가에 곁에 두고 틈틈히 탐독해보시길 권해드린다.편과 주권의 대가를 묻는 특집호에 가깝다. 국제면과 한반도 섹션이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긴밀하게 연결되며, 독립언론이 지금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도 함께 제시한다. 전체적으로 주제의 밀도가 높고 읽을거리가 무거운 만큼 독자들의 진지한 탐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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