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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마을 사람들
자동찻길에 가재도 오르는 데 십 리, 내리는 데 십 리라는 영(嶺)을 구름을 뚫고 넘어, 또 그 밑의 골짜기를 삼십 리 더듬어 나가야 하는 마을이었다. 강원도 두메의 이 마을을 관(官)에서는 뭐라고 이름 지었는지 몰라도, 그들은 자기네 곳을 학(鶴)마을이라고 불렀다. 무더기무더기 핀 진달래꽃이 분홍 무늬를 놓은 푸른 산들이 사면을 둘러싼 가운데 소복이 들어앉은 일곱 집이 이 마을의 전부였다. 영마루에서 내려다보면 꼭 새둥우리 같았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한 그루 늙은 소나무가 섰고, 그 소나무를 받들어 모시듯, 둘레에는 집집마다 울안에 복숭아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때때로 목청을 돋우어 길게 우는 낮닭의 소리를 받아 우물가 버드나무 밑에서 애들이 부는 버들피리 소리가 ‘피리 피리 필릴리’ 영마루에까지 타고 피어올랐다. 이 학마을 이장 영감과 서당의 박 훈장은, 지팡이로 턱을 괴고 영마루에 나란히 앉아 말없이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둘이 다 오늘 아침, 면사무소 마당에서 손자들을 화물 자동차에 실어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왜놈들은 끝내 이 두메에서까지 병정을 뽑아냈던 것이다. --- p.28-29 역사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생명력 역사의 흐름이 투영된 시간과 공간 이범선의 「학마을 사람들」(1957)은 일제 강점기의 수탈과 광복의 환희, 그리고 동족상잔의 비극과 이념 갈등을 복합적으로 그려 낸 작품이다. 작가는 격랑의 역사적 흐름을 ‘학마을’이라는 폐쇄적 공간에 압축하여, 거대한 시대 변화가 한 공동체의 삶을 어떻게 뒤흔드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마을 사람들은 ‘학’의 도래와 소멸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감각적으로 인식하고 이에 반응하는데, 이는 우리 민족이 겪은 역사적 고통과 상처를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효과적인 서술 방식이다. 신화와 현실이 공존하는 학마을의 세계관 작품에서 학마을은 전설과 현실이 공존하는 신화적인 공간으로 그려진다. 이곳 사람들은 마을을 찾아오는 학과 마을 한가운데 서 있는 거대한 소나무를 단순한 자연물이 아닌 마을의 안녕과 농사의 길흉을 함께 알려 주는 각별한 존재로 여긴다. 학이 제때 날아와 새끼를 잘 치면 마을에 풍년이 들고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 믿고, 그렇지 않으면 재앙이 닥친다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토속 신앙은 마을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공동체 의식의 핵심이다. 그들은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역사의 파도 앞에서, 학이라는 초월적인 존재에 의지하며 삶의 안정을 찾으려 노력한다. --- p.24-25 오발탄 계리사 사무실 서기 송철호는 여섯 시가 넘도록 사무실 한구석 자기 자리에 멍청하니 앉아 있었다. 무슨 미진한 사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장부는 벌써 집어치운 지 오래고 그야말로 멍청하니 그저 앉아 있는 것이었다. 딴 친구들은 눈으로 시계바늘을 밀어 올리다시피 다섯 시를 기다려 후다닥 나가 버렸다. 그런데 점심도 못 먹은 철호는 허기가 나서만이 아니라 갈 데도 없었다. “송 선생은 안 나가세요?” 이제 청소를 해야 할 테니 그만 나가달라는 투의 사환애의 말에, 철호는 다 낡아빠진 해군 작업복 저고리 호주머니에 깊숙이 찌르고 있던 두 손을 빼내어서 무겁게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나가야지.” 하품 같은 대답이었다. 사환애는 저쪽 구석에서부터 비질을 하기 시작하였다. 먼지가 사정없이 철호의 얼굴로 몰려왔다. --- p.78-79 “가자”와 ‘오발탄’에 새겨진 전후의 비극 해방이라는 이름 아래 갇힌 사람들 이범선의 「오발탄」(1959)은 6·25 전쟁 뒤 서울 해방촌에 사는 철호 가족의 삶을 통해 전쟁과 분단이 남긴 상처를 그린 작품이다. 철호 가족은 북쪽의 고향과 생활 터전을 잃고 산비탈 판잣집에서 가난과 불안에 시달린다. ‘해방촌’이라는 이름은 자유를 되찾았다는 뜻과 달리, 주민들이 고향도 생계도 삶의 선택권도 잃은 현실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비좁은 골목과 뜨물, 구공탄 재가 뒤섞인 풍경은 전후 사회의 초라한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작가는 이 가족의 불행을 개인의 무능 탓으로 돌리지 않고, 평범한 사람이 인간답게 살 길을 막아 버린 시대의 문제로 바라본다. 무력한 양심과 막다른 선택 이러한 현실 속에서 형 철호와 동생 영호는 서로 다른 삶의 태도를 보인다. 철호는 박봉의 사무원으로 일하며 아무리 가난해도 양심과 법을 지켜야 한다고 믿지만, 그의 묵묵한 인내만으로는 가족을 굶주림에서 구하지 못한다. 전쟁에서 몸에 파편을 입고 돌아온 영호는 정직하게 살아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절망해 권총 강도를 택한다. 그러나 그는 사람을 쏘지 못하고 붙잡힌 뒤 자신이 법의 선은 넘었어도 사람의 정까지 버리지는 못했다고 말한다. 두 형제의 대립은 무력한 양심과 막다른 현실에서 벗어나려 한 잘못된 선택의 충돌이다. --- p.74-75 전황당인보기 1 석운(石雲) 이경수(李慶秀)가 선비로서 야인(野人) 시절이랄 것 같으면 문방사우(文房四友) 중 무엇이든 들고 가서, 매화옥(梅花屋) 뜰 한가운데 국화주(菊花酒) 부일배로 한담소일하면 옛 정리 그에 더할 것 없으련만, 석운이 벼슬을 했으니 지(紙) 묵(墨) 연(硯)을 즐길 여가가 있을 것 같질 않았다. 정표(情表)라기보다도 수하인(受荷人) 강명진(姜明振)은 벼슬한 친구에게 기념이 될 만한 것을 꼭 선사하고 싶었다. 애당초 시속적인 물건은 고를 생각도 없었고, 그것은 석운의 구미에도 맞을 것 같질 않았다. 석운에겐 물론, 자기 자신의 성미에까지 들어맞는 것을 골라내자니 매우 힘들었다. 연(硯)이라면 집에 있는 단계연(端溪硯)이 알맞겠지만, 그것만은 수하인으로서도 내놓을 수 없는 유일무이한 물건이다. 일전 골동품상에서 구한 속칭 운근(雲根)이라고 하는 분석(盆石) 생각도 해보았다. 아아(峨峨)한 봉우리라든지…, 감쳐 흐르는 계곡이라든지, 보면 볼수록 그윽한 대자연 속에 묻혀 있는 듯싶은 감이 절로 흐르는 분석 역시 선비의 취미지, 관(官)에 나선 석운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 p.152-153 혼탁한 시대, 영혼을 새긴 인장의 기록 전후의 혼란과 무너진 가치 정한숙의 「전황당인보기」(1955)는 6·25 전쟁 뒤의 서울을 배경으로, 돈과 권력이 삶의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전통 예술과 오랜 우정이 밀려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수하인 강명진은 전각, 곧 돌에 글자와 무늬를 새겨 도장을 만드는 일을 평생 즐겨 온 예술가다. 그는 출세한 친구 석운에게 귀한 인장을 선물하지만, 그 마음은 세속적인 사람들에게 외면당한다. 작품은 이러한 인물들의 대비를 통해 전쟁이 건물과 생활 터전뿐 아니라 사람들의 가치관과 관계까지 무너뜨렸음을 보여 준다. 동시에 혼탁한 시대에도 인간이 지켜야 할 품격과 예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깊이 묻는다. 우정과 예술혼이 담긴 전황석 인장 수하인이 석운에게 선물한 전황석 인장은 작품의 중심 소재다. 전황석은 금보다 훨씬 귀한 돌이지만, 수하인은 그 값보다 오랜 내력과 예술적 품격을 소중히 여긴다. 그는 산홍과 자신의 정성을 한데 모아 인장에 석운의 이름과 산수 무늬를 새기고, 산홍은 비단으로 인장갑을 만든다. 따라서 이 인장은 출세한 친구를 축하하는 선물인 동시에 수하인의 솜씨와 산홍의 따뜻한 숨결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두 사람이 함께 살아온 시간까지 깃들어 있다는 점에서, 인장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우정과 사랑, 예술가의 삶을 아우르는 상징이 된다. --- p.148-149 금당벽화 목탁 소리가, 비늘진 금빛 낙조 속에 여운을 끌며 울창한 수림을 헤치고 구릉의 기복을 따라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무성한 숲과 숲, 스며드는 습기로 바위의 이끼는 변함없이 푸른데, 암수 서로 짝지어 어르는 사슴의 울음은, 남국적인 정서로 이국의 애수를 돕는 듯했다. 담징은 바위에 앉은 채 움직이려 하질 않았다. 서녘 하늘은 젖빛 구름 속에 붉은 빛을 머금는가 하면, 자줏빛 구름이 솟구쳐 흐르고, 그것이 퍼져 다시 푸른 바탕으로 변하면, 하늘은 자기 재주에 겨워 회색빛으로 아련히 어두워 갔다. 바위에 기대앉은 담징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서녘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동광은 하늘빛을 닮은 듯, 담뿍 부풀어 올랐던 희열의 빛이 잦아들며, 몽롱한 꿈속에 잠기듯이 흐려졌다. 조용히 자리를 옮겨 앉은 담징은 묵묵히 고개를 수그렸다. 고국의 향수를 못 이겨 나그네의 신세를 슬퍼하는 것은 아니었다. 맷돌을 만들어 그리고 종이와 먹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이 땅의 사람들을 경탄케 한 것도 벌써 이삼 삭 전의 일이었다. --- p.190-191 예술혼과 민족의식, 자비가 이룬 조화 역사를 통해 비춘 전후의 상실 정한숙의 「금당벽화」(1955)는 고구려 승려 담징이 일본 법륭사 금당 벽화를 그렸다고 전해지는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한 역사소설이다. 담징이 벽화를 그렸다는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라기보다 전해 온 이야기에 가까워, 작품도 역사 기록의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는 전쟁을 걱정하는 담징의 불안에 한국전쟁 직후의 상실감을 포개고, 고구려의 기상과 불교의 자비에서 폐허를 딛는 힘을 찾는다. 7세기 고구려와 왜국이 무대이지만 담징의 고뇌는 독자에게도 울림을 준다. 작품은 과거를 통해 전후 현실을 비추며, 예술가가 시대의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여 작품으로 완성할 수 있는지 묻는다. 조국의 위기와 멈춘 붓 담징은 불교를 전하기 위해 고구려를 떠났지만, 마음에는 더 배우고 예술적 포부를 펼치려는 뜻도 있었다. 왜국으로 건너가기 전 수양제가 백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침략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돌아가고 싶지만 나라 사이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어 돌아가지 못한다. 법륭사 벽화를 맡은 뒤에도 마음은 고국에 매여, 붓을 들 때마다 피 흘리는 백성만 떠오른다. 주지에게 귀국을 청해도 붓을 들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답만 돌아온다. 멈춘 붓은 예술가의 꿈과 조국에 대한 책임, 약속을 지킬 도리 사이에서 찢긴 마음을 보여 준다. --- p.186-187 불신시대 9·28 수복 전야. 진영의 남편은 폭사했다. 남편은 죽기 전에 경인도로에서 본 인민군의 임종 이야기를 했다. 아직도 나이 어린 소년이었더라는 것이다. 그 소년병은 가로수 밑에 쓰러져 있었는데 폭풍으로 터져 나온 내장에 피비린내를 맡은 파리 떼들이 아귀처럼 덤벼들고 있더라는 것이다. 소년병은 물 한 모금만 달라고 애걸을 하면서도 꿈결처럼 어머니를 부르더라는 것이다. 그것을 본 행인 한 사람이 노상에 굴러 있는 수박 한 덩이를 돌로 짜개서 소년에게 주었더니 채 그것을 먹지도 못하고 숨이 지더라는 것이다. 남편은 마치 자기 죽음의 예고처럼 그런 이야기를 한 수 시간 후에 폭사하고 만 것이다. 남편을 잃은 진영은 1·4 후퇴 때 세 살 먹이 아이를 업고 친정어머니와 같이 제일 마지막에 서울을 떠났다. 그러나 안양에 이르기도 전에 중공군이 그들을 앞질렀고, 유엔군의 폭격 밑에 놓였다. 수없는 피난민이 얼음판에 거꾸러졌다. 피난 짐을 끌던 소는 굴레를 찬 채 둑 밑으로 굴렀다. 피가 철철 흐르는 시체 옆에서 아이가 울고 있었다. 진영은 눈을 가리고 달아났던 것이다. 악몽과 같은 전쟁이 끝났다. --- p.226-227 총성이 멈춘 자리에 들어선 거대한 불신 전쟁이 끝난 뒤에 시작된 또 하나의 전쟁 박경리의 「불신시대」(1957)는 한국전쟁이 끝난 뒤 서울에 남은 정신적 폐허를 진영의 시선을 통해 보여 준다. 총성은 멎었지만 생존을 구실로 윤리가 무너지고 돈이 삶의 기준이 된 현실에서는 또 다른 폭력이 계속된다. 남편과 아들을 잃고 폐결핵까지 앓는 진영은 병원과 종교, 거리와 일상 곳곳에서 거짓과 무책임을 마주한다. 작품의 ‘불신’은 상실을 겪은 개인의 병리적 감정에 머물지 않고 생명을 지켜야 할 제도와 공동체가 제 기능을 잃은 전후 사회의 구조적 균열을 드러낸다. 도살장이 된 병원과 생명의 상품화 진영의 불신을 결정적으로 키운 사건은 외아들 문수의 죽음이다. 병원은 충분한 검사와 준비도 없이 뇌 수술을 강행하고, 문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망아지처럼 고통 속에서 죽어 간다. 이 장면은 한 의사의 과실을 넘어 생명이 존엄의 대상이 아니라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한 전후 현실을 압축한다. 폐결핵을 앓는 진영이 찾아간 병원들도 주사약의 양을 속이거나 건달꾼이 의사 행세를 하고, 빈 외제 약병을 거래하는 부조리로 가득하다. 이처럼 병원은 치유와 돌봄의 공간이 아니라 약탈과 기만의 공간으로 뒤집히며, 문명과 제도를 향한 진영의 믿음을 무너뜨린다. --- p.222-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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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청소년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내 귀가 번쩍 뜨였다.
한창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소설을 읽어주겠다니 참 아름다운 인간교육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소설은 그 시대가 창출한 가장 강렬한 정신적 유산이자, 미래를 지향하는 상상적 공간일 텐데, 커가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그걸 성장의 발판으로 삼게 하겠다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대학에서 소설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또 직접 창작을 해온 사람으로서, 문학이 인성개발에 미치는 영향을 높게 평가함은 당연하며, 한바탕 성장과 발육을 향해서만 치닫는 청소년기야말로 좋은 소설을 많이 읽을 때라는 생각을 늘 해온 사람이다. 강소천 선생의 「꿈을 찍는 사진관」을 읽으면서 자랐다. 중학생이 되어 처음 도시로 나간 시골소년 앞에 갑자기 나타난 이 동화집은 나로서는 세상에는 없던 신대륙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이토록 아름답고도 신비한 글 세상이 존재할 수 있을까. 나는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책들을 찾아 읽기를 계속하였다. 그리고 훨씬 훗날 미국에 가서 한국문학을 소개할 기회가 있었는데, 무엇을 가르칠까 고심하다가 나는 결국 나의 성장기에 읽은 「꿈을 찍는 사진관」을 갖고 가서 읽어주기로 하였다. 그때 그들은 대학생이었지만 그들이 한국을 이해하는 정도는 아직 중학생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학기 수업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나는 내가 미국에 다녀왔다는 생각보다 그들의 세상이 태평양을 건너 우리 대한민국까지 뻗친 것을 보는 것 같아 마음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서연비람〉이 엮어낸 『해설과 함께 읽는 한국 대표 단편문학 선집』이 오늘의 청소년들에게도 같은 즐거움과 보람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한다. 읽어라! 모르겠거든 알 때까지 읽어라! 이것이 내가 대학에서 가르치고 연구하고 또 소설을 쓰면서 얻은 올바른 소설독법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친절한 해설까지 곁들였으니 서연비람의 독자들이야말로 천군에 만마를 얻은 셈이다. 이 『한국 대표 단편문학 선집』은 아름다운 단편소설 모음집이 될 것이다. 새로운 작품을 발굴한다는 등의 이유를 걸어 괜히 낯설거나 정체가 불명한 책을 만들기보다는, 좀 해묵어 보이더라도 우리 조부모 때부터, 부모 때부터 대를 이어 읽히고 검증을 받아온 모범적인 작품들을 선별하고자 노력한 책이다. 편편이 ‘작가 소개 - 작품 해설 - 작품 - 선생님이 들려주는 작품 이야기’의 순서를 밟아 읽는 이들로 하여금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완벽을 기하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선생님이 들려주는 작품 이야기’는 이 책이 고안한 아주 특별한 코너로서, 그동안 그 어떤 책에서도 보지 못한 선생과 학생의 실체를 여기서 만나게 될 것이다. 학습은 꼭 배워서만 안다기보다 그것을 가르치던 선생님의 회초리와 함께 기억된다는 말이 있다.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서 그만큼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여기 실린 단편들도 그렇게 선생님이 들려주신 그 시절 이야기와 함께 오래 기억될 것을 바라는 마음이다. - 송하춘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