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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에게 철학을
인공지능-자율주행-화성 거주까지, 다시 기술 변화의 파고 앞에 선 인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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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의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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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일러두기: 이 책을 읽는 방법

제1장 테슬라 혁명
1. 데카르트의 후예
2.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제2장 메를로퐁티 수업
1. 메를로퐁티가 필요한 이유
2. 습관과 숙련
3. 눈과 카메라
4. 도구, 보철, 기관
5. 머스크가 메를로퐁티에게 배워야 할 것
6. 상호체현성과 도로의 사회성
7. 알고리즘적 공간과 살아진 공간
8. 자유의 모호성
9. 현상학적 감수성을 가진 완전자율주행과 로보택시

제3장 윅스퀼 수업
1. 공학, 물리학, 그리고 메를로퐁티의 한계
2. 윅스퀼과 생명체
3. 기능 순환과 의미 생성
4. 공간 복수성과 살아 있는 시간
5. 길, 영역, 서식처
6. 마법적 환경과 의미 이론
7. 머스크가 윅스퀼에게서 배워야 할 것
8. 로보택시 도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제4장 들뢰즈 수업
1. 들뢰즈의 반란
2. 의미에서 생성으로
3. 아상블라주
4. 들뢰즈 철학의 기술적 매력
5. 머스크가 들뢰즈에게서 배워야 할 것
6. 세계의 조립 혹은 열림

제5장 하이데거 수업
1. 들뢰즈와 하이데거
2. 움벨트와 아상블라주의 차이
3. 아상블라주로 환원될 수 없는 인간‐도구 관계
4. 머스크가 하이데거에게서 배워야 할 것
5. 도구, 기술, 그리고 공간적 전환
6. 최종 종합

제6장 완성된 자율주행 자동차와 철학자로 성숙한 머스크
1. 철학을 배운 이후의 질문
2. 크리스티안 노르베르그-슐츠를 읽는 철학자 머스크
3. 도로, 벡터, 그리고 장소의 상실
4. 기술 시대 장소의 영혼
5. 실존적 도시
6. 프뉴-베지텍처와 미래 도시
7. 인공지능과 화성 시대의 거주
8. 지구에서 화성으로
9. 행성적 거주의 건설자로서의 머스크

에필로그: 아직 오지 않은 철학자, 머스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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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성균관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을 거쳐 트리어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모교 철학과 교수로 긴 시간을 보내고, 2023년 겨울 정년을 맞아 보다 자유로운 공부길로 들어섰다. 교육과학부 과학기술미래비전 기획위원, 기획재정부 미래네트워크 위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전망위원회 위원, 성균관대학교 하이브리드미래문화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알레테이아 이사장으로 있다. 후설과 현상학에서 출발한 철학의 여정은 미래 과학기술철학, 예술철학, 공간과 건축의 철학 등으로 갈래 잡아 연구에 깊이를 더해왔다. 2021년부터는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성균관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을 거쳐 트리어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모교 철학과 교수로 긴 시간을 보내고, 2023년 겨울 정년을 맞아 보다 자유로운 공부길로 들어섰다. 교육과학부 과학기술미래비전 기획위원, 기획재정부 미래네트워크 위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전망위원회 위원, 성균관대학교 하이브리드미래문화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알레테이아 이사장으로 있다.
후설과 현상학에서 출발한 철학의 여정은 미래 과학기술철학, 예술철학, 공간과 건축의 철학 등으로 갈래 잡아 연구에 깊이를 더해왔다. 2021년부터는 한국연구재단 우수학자로 ‘디지털 문명과 인간의 운명’이란 거시적 화두에 몰두하고 있다. 이 책 『머스크에게 철학을』 또한 그 프로젝트의 장도에 놓이는 한 이정표다.
주요 저서로 『포스트휴먼이 온다』, 『소피아를 사랑한 스파이』, 『공간의 현상학, 풍경 그리고 건축』, 『과학에서 에로스까지』, 『사이버 문화와 예술의 유혹』, 『Welt und Erfahrung』 등이 있다. 2017년 한국출판문화상 학술저술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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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624쪽 | 153*203*35mm
ISBN13
9791155507292

책 속으로

ㆍ우리는 이미 머스크가 기획한 세계의 자장 속에 살고 있다. 자동차는 이제 스스로 강남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고, 도시는 알고리즘의 리듬으로 재편되며, 지구 바깥에서의 거주가 진지한 현실의 과제로 다가왔다. 이 거센 가속도 속에서 우리가 다시 철학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아무리 첨단 기술의 기류를 타고 멀리 질주할지라도, 도로 위에서든, 데이터의 흐름 속에서든, 혹은 화성을 향하는 여정 위에서든, 우리는 여전히 땅과 하늘 사이에서 우리 존재의 의미를 향해 결단하며 거주해야 하는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 p.10

ㆍ기술은 신체 기관이 될 수 있는가. 기관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행위와 지각 속으로 스며들어 세계를 함께 구성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술은 사용자의 세계 안으로 흡수되어야 한다. 흡수되지 못한 기술은 언제나 앞에 서서 지시하고 관리한다. 관리자는 효율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효율이 곧 삶은 아니다. 따라서 문제는 단순히 기술이 인간의 신체 기관처럼 작동할 수 있는가에 머물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애초에 ‘신체 기관처럼 작동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세계를 가진다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존재는 어떻게 자기만의 세계를 이뤄 살아가는가. 메를로퐁티는 인간이 세계를 어떻게 살아내는지를 탁월하게 해명했다. 그러나 이제 질문은 인간 내부에만 머물 수 없다. 인간을 넘어 생명체 일반이 어떻게 세계를 구성하고 유지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그래야만 인간과 기계의 차이를 성능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 방식의 차이로 사유할 수 있다.
--- p.152

ㆍ들뢰즈는 세계를 조립하고 재배치하는 관계의 장을 설명하는 데 탁월하다. 그러나 그 세계가 어떤 존재에게 의미 있는 장으로 열리는 조건, 다시 말해 무엇이 위험하고, 무엇이 중요하며, 무엇이 책임으로 돌아오는지 설명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한다. 조립, 결합 혹은 접속은 설명을 가능하게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귀속과 책임, 기억과 세계-경험을 설명하지 못한다. 따라서 머스크가 들뢰즈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넘어서야 할 것도 분명하다. 배움의 내용은 설계의 유연성, 분산된 판단, 관계적 인식, 예외를 견디는 구조다. 그러나 넘어섬의 방향은 다른 질문에 있다. 시스템이 어떻게 더 잘 조립되는가가 아니라, 세계가 어떻게 한 존재에게 열리는가를 묻는 방향이다. 바로 여기에서 다음 절의 결정적 질문이 출현한다. ‘세계는 조립되는가, 아니면 열리는가.’
--- p.343

ㆍ따라서 미래의 위대함은 더 빨리 이동하고 더 멀리 확장하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그 이동과 확장 속에서도 인간이 여전히 세계와 함께 숨 쉬고 멈추고 기억하며 삶의 터에 살고 있다고 깨달을 수 있는 형식을 세우는 데 있다. 기술의 궁극적 과업은 인간을 세계로부터 해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세계 속에 더 깊이 거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머스크가 배워야 할 철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기술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를 묻는 철학이 아니라, 기술이 어떤 세계를 배우게 되는가를 묻는 철학이다.
--- p.591

ㆍ철학적 성숙은 답의 수보다 끝까지 놓지 않는 질문에서 드러난다. 우리는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 왜 그것을 만들려 하는가, 그것과 함께 어떤 세계에서 살아갈 것인가 등등. 여기까지 오면 머스크라는 개인은 조금씩 뒤로 물러난다. 그가 언젠가 이러한 질문을 받아들일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머스크가 열어 놓은 미래 때문에 그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된 사람은 이미 우리 모두다. 공학자와 기업가, 도시를 설계하는 사람과 기술을 사용하는 시민 모두가 작은 선택을 통해 앞으로의 세계에 참여한다.
--- p.595

출판사 리뷰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인간의 지각을 사유하다

이 책에서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은 인간과 기계의 차이를 철학적으로 검토하는 출발점이 되어준다. 알다시피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를 주행하려면, 차선과 신호를 식별하고 보행자와 다른 차량의 움직임을 예측하며 다양한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의 운전 경험은 이처럼 외부 정보를 수집하고 계산하는 과정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인간은 신체 감각ㆍ운동 능력ㆍ경험 등에 의해 형성된 습관과 직관을 바탕으로 도로 상황을 이해한다. 즉, 인간에게 도로는 단순한 물리 공간이라기보다 위험과 가능성, 타인과의 관계가 의미를 형성하는 생활세계다.

여기서 저자가 가장 먼저 소환하는 현대 철학자가 메를로퐁티다. 그의 현상학은 지각을 정신 내부의 정보 처리로 환원하지 않고, 신체를 통해 세계와 관계 맺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인간은 세계를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데 멈추지 않고 신체를 통해 세계에 참여하며, 그 안에서 행동의 가능성과 상황의 의미를 파악한다.

그렇다면 기계가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적절한 행동을 선택하는 것은 인간이 세계를 지각하고 이해하는 것과 같은 의미일까. 이 질문은 자율주행을 단순한 공학적 성능 문제에서 인간의 지각과 이해에 관한 철학적 문제로 전환시킨다. 기계가 인간 행동을 얼마나 정교하게 재현할 수 있는가를 넘어, 인간 경험은 무엇으로 구성되며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 세계와 관계를 맺는지 묻는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거나 확장하는 기술인 동시에, 인간 자신에 대한 이해를 재검토하게 만드는 철학적 계기가 된다.

현대 철학의 사유를 통해 기술의 전제를 성찰하다

자율주행에서 시작된 질문은 인간의 지각을 넘어 생명체가 세계를 구성하는 방식, 인간과 기계의 관계, 기술과 존재, 장소와 거주의 문제로 확장된다. 이 책에서 모리스 메를로퐁티, 야콥 폰 윅스퀼, 질 들뢰즈, 마르틴 하이데거, 크리스티안 노르베르그-슐츠 등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기술 문명과 머스크의 비전을 이해하는 철학적 틀을 제공한다. 이들의 사유는 기술을 외부에서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이 전제하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 자체를 성찰하게 한다.

메를로퐁티는 신체와 지각을 통해 인간이 세계와 맺는 관계를 탐색한다. 윅스퀼은 생명체가 각자의 감각 능력과 행동 가능성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의 세계를 구성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동일한 환경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에 따라 다르게 경험되며, 세계는 단순히 객관적으로 주어진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이는 인간을 위한 기술과 환경을 설계할 때도 생명체가 환경을 어떻게 지각하고 경험하는지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들뢰즈의 사유는 인간과 기계, 사물과 환경을 독립적이고 고정된 요소로만 보지 않고, 이들이 맺는 관계와 결합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형성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기술은 인간의 신체와 사회적 관계, 물리적 환경과 결합하며 새로운 행동과 생활 방식을 만들어낸다. 하이데거는 기술을 단순한 도구나 수단으로 이해하는 관점에 의문을 제기한다. 기술은 세계가 드러나고 이해되는 방식과 관련되며, 인간이 세계와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르베르그-슐츠의 장소론은 이러한 문제를 구체적인 생활환경과 거주의 차원으로 연결한다. 장소는 좌표나 기능으로만 규정되는 공간이 아니다. 인간은 장소에서 방향을 찾고 주변 환경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삶을 정위(正位)한다. 건축과 도시를 설계하는 일은 물리적 구조를 구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 세계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관여한다.

다섯 사상가의 철학은 지각과 신체, 생명과 환경, 관계와 생성, 기술과 존재, 장소와 거주라는 문제를 하나의 사유 여정으로 연결한다. 머스크가 이들의 사유와 대면하여 배우고 성찰ㆍ성장할 수 있다는 이 책의 설정은 그의 기술 목표를 철학적으로 재검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렇게 기술의 성능과 효율만이 아니라 인간의 경험과 세계와의 관계를 함께 고려할 때, 기술의 미래는 인간의 삶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확장된다.

로보택시와 미래 도시, 효율을 넘어 거주의 조건으로

머스크의 자율주행 로보택시는 이동 편리성을 높이고 교통 체계를 효율화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를 교통과 데이터가 원활하게 순환하는 시스템으로만 이해한다면,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경험의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도시는 사람들이 만나고 기억을 쌓으며 일상의 리듬을 형성하는 생활공간이자, 다양한 관계와 의미가 축적되는 장소다. 도시의 가치는 이동 효율성이나 기능적 성능만으로 측정될 수 없다.

노르베르그-슐츠의 장소론에서 장소는 인간이 방향을 잡고 주변 세계와 관계를 맺으며 삶을 정위하는 환경이다. 하이데거의 거주 개념 역시 거주를 단순한 공간 점유가 아니라, 세계와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하는 방식으로 이해하게 한다. 따라서 미래 도시를 설계하는 문제는 이동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들 것인가를 넘어, 인간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경험과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갈 것인가를 포함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은 기술을 도시의 물리 구조나 기능 체계에 한정하지 않고, 인간의 생활세계와 환경의 관계 속에서 이해하게 한다. 로보택시가 이동 체계를 변화시키더라도 그 변화가 도시의 감각적ㆍ사회적 경험과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이동 효율을 높이는 일이 반드시 더 나은 거주 환경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려면, 기술적 최적화와 더불어 장소의 의미, 생활환경의 질, 인간과 환경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렇게 기술과 철학 간 대화는 언제나 인간의 실존을 함께 토대로 삼고 있음을 여러 차례 환기한다. 머스크에게 보내는 메시지 또한 마찬가지다.

지구를 넘어 화성으로, 생존의 기술에서 거주의 철학으로

머스크의 화성 이주 구상은 기술과 거주의 문제를 행성적 규모로 확장한다. 인간이 지구 밖 행성에 도달하고 그 생존 조건을 마련하는 일은 중대한 공학적 과제다. 그러나 생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그곳을 삶의 장소로 만드는 것은 구별된다. 산소와 물, 에너지와 식량을 확보하는 일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지만, 인간의 거주는 생물학적 생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인간은 환경과 관계를 맺고 시간을 경험하며 자신의 삶을 정위할 수 있는 장소를 필요로 한다.

하이데거의 거주 개념과 노르베르그-슐츠의 장소론은 화성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되묻는다. 거주 환경 구축은 생존 시설을 설치하는 문제를 넘어, 인간이 그곳에서 어떤 세계를 경험하고 어떤 방식으로 삶을 구성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다. 지구와 다른 물리적 조건을 지닌 화성은 인간의 거주를 가능하게 하는 환경적ㆍ감각적ㆍ시간적 조건을 새롭게 검토하게 만든다.

따라서 화성 이주를 둘러싼 기술적 도전은 결국 인간과 세계의 관계에 관한 철학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다른 행성에 도달할 수 있는가를 넘어,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지구를 벗어나더라도 세계와의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화성 거주의 시도는 세계란 무엇이며, 어떤 조건에서 한 장소가 인간의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는지를 다시 묻는다. 저자는 이렇게 기술의 미래를 사유한다는 건 새로운 공간 확보뿐 아니라, 그 공간에서 가능한 인간의 삶을 함께 구상하는 일임을 강조한다.

아직 오지 않은 철학자, 기술 설계자에서 미래 성찰자로

이 책에서 머스크가 현대 철학자들의 사유와 대면하며 그를 배워간다는 서사적 설정은 기술 실현 능력만으로는 인간의 미래를 온전히 구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기술적 성취는 무엇이 가능한지 알려주지만, 무엇을 위해 그 가능성을 실현해야 하는지까지 결정하지는 않는다. 더 빠른 이동과 정교한 자동화, 새로운 행성으로의 진출이 인간의 삶과 관계를 어떻게 바꾸는지 묻는 데에는 별도의 사유가 필요하다. 철학은 기술이 전제하는 인간관과 세계관을 드러내고, 기술이 열어 놓는 가능성과 그 한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머스크가 철학을 배운다는 건 혁신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기술적 구상이 어떤 전제에 기대고 있는지, 기술이 인간의 경험과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새로운 공간에서 살아가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묻는 법을 익히는 일이다. 바라건대 그는 기술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사람에서 그 가능성이 열어 놓는 세계의 의미와 책임을 함께 사유하는 사람으로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그리는 미래의 철학자는 기술에 반대하는 인물이 아니다. 도리어 기술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 방향을 성찰하기 위해 철학을 필요로 하는 인물이다. 머스크는 이 철학 커리큘럼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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