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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그림책과 ㄱㄴㄷ 그림책의 기능
‘영아를 대상으로 한 수세기 책은 수의 개념을 가르친다기보다는 사물의 인식을 도와주는 기능이 강조된다’(『그림책의 이해2』, 221쪽, 현은자ㆍ김세희 지음) ‘국내에서 영아를 대상으로 한 글자책은 주로 사물의 이름과 형태 인식을 돕도록 고안되었다. 따라서 글자 자체를 익힌다기보다 사물의 특징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한다.’(같은 책, 220쪽)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두 그림책은 글자와 숫자의 개념을 가르친다기보다는 재미있는 그림 보기를 통해 사물 인식 능력을 돕고, 말놀이와 전래동요에 글 내용을 담아 어린 독자의 말하기 능력 발달을 돕습니다. 더 나아가 『개구쟁이ㄱㄴㄷ』에서는 독자에게 너무나 익숙한 일상과 주변 사물을 이야기가 풍성한 그림으로 보여주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 낸 바 있습니다. 『개구쟁이ㄱㄴㄷ』이 주인공 아이와 도깨비의 이야기 하나를 충실하게 보여주었다면, 지금 소개하는 그림책 『잘잘잘123』은 각 숫자마다 이야기가 하나씩 담겨 있습니다. 열 개의 그림에 담은 열 개의 이야기 이 그림책에는 열 개의 그림 이야기가 들어 있는 것입니다. 왼쪽 면에 배치된 글은 전래동요 ‘잘잘잘’ 노래를 부릅니다. 그리고 오른쪽 면에 있는 그림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숫자 1, 하나에 담은 이야기 왼쪽 면: 하나 하면 할머니가 호박을 이고서 잘잘잘 오른쪽 면: 하얀 저고리에 남색 치마 입고 흰 고무신 신은 머리 하얀 꼬부랑 할머니가 주인공입니다. 할머니는 노랗게 익은 커다란 호박 하나를 머리에 이고서 어딘가로 가고 있습니다. 좋은 곳에 가시는지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앞장선 강아지 한 마리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호랑나비 한 마리도 할머니 앞을 날아갑니다. 파란 하늘에 흐르는 구름도 즐겁게 몸을 흔드는 듯합니다. 벌 한 마리만 호박꽃에서 꿀을 따느라 할머니를 본 척 만 척 합니다. 숫자 7, 일곱에 담은 이야기 왼쪽 면: 일곱 하면 이발사가 머리를 깎는다고 잘잘잘 오른쪽 면: 왼쪽 면 그림에는 깨끗한 수건 일곱 장이 빨랫줄에 걸려 있고 이발소 표시등이 기둥에 매달려 있습니다. 산들바람에 살짝 날리는 수건에서 잘 마른 헝겊 냄새가 풍기는 듯합니다. 이 이발소는 굉장히 청결한 곳인가 봅니다. 악어 이발사가 고양이의 머리카락을 깎고 있는데 고양이는 머리 깎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줄줄이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 일곱 명의 손님들은 정말 이발을 할 때가 된 손님들입니다. 덥수룩한 머리카락이 지저분해 보이거든요. 이 이발소 안에서 가장 깔끔한 멋쟁이는 털 하나 없는 악어 이발사예요!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오른쪽 면 그림에서 독자들은 저마다 즐거운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림에 담은 우리의 문화와 정서 그 이야기의 소재는 꼬부랑 할머니, 염소 모는 할아버지, 이발사, 생선 장수, 연날리기, 윷놀이 등으로 우리의 문화와 정서가 잘 담긴 것들입니다. 전통 놀이에서부터 얼마 전까지 동네마다에서 볼 수 있었던 이발소 풍경까지 우리네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그리고 유머러스하게 들어 있는 그림책입니다. 그리고 열 개 이야기의 주인공이 모두 만나는 마지막 장면은 떠들썩한 축제 같은 기차 여행으로 끝이 납니다. 입안에 맴도는 노래 이 그림책은 기차의 출발로 끝납니다만, 독자의 입안에서는 새로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책을 보는 동안 반복해서 읽었던 말 ‘잘잘잘’이 책을 덮고 나면 입안을 맴돌며 노래로 흘러나오는 것입니다. 참, 그러고 보니 이 책은 읽는 책이 아니라 노래 부르는 그림책입니다. 아이와 함께 ‘잘잘잘’ 노래를 부르며 그림책을 보는 즐거움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