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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오늘도 당연하게 앉았던 변기의 가치를 발견하다 그릇, 뚜껑, 뿔처럼 부분적인 특징으로 변기를 연상하던 천사들은 스크루지의 집이자 변기 가게에서 진짜 변기를 만나게 된다. 마치 식탁에 펼쳐진 그릇처럼 한데 모여 있는 다양한 변기들을 보고 놀라지만, 알고 보면 우리 집에서, 공중화장실에서, 기차에서, 비행기에서, 어디에서든 사용해 보았을 변기들이다. 변기를 처음 본 천사들을 위해 들려주는 스크루지의 변기 이야기는 변기가 낯설지 않은 우리에게도 새롭게 다가온다. 물을 내리고 나면 똥은 어디로 어떻게 갈까? 변기는 누가 만들었을까? 옛날 사람들은 볼일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평소 궁금해하지 않았던 질문을 따라가며 우리 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배설 활동을 돕는 변기의 역할과 역사를 알게 된다. 이렇게 변기를 둘러싼 묵직한 이야기들을 알고 나면 오늘도 무심코 앉았던 그것이 고마운 존재가 될 것이다. 신성한 천사와 똥? 신성한 그릇과 변기? 신성한 것과 더러운 것의 언밸런스한 묘미 책의 첫 장에는 전작의 주인공, 빨간모자와 꼬마늑대가 등장하여 후속작의 문을 의미심장하게 열어 준다. 꼬마늑대가 “신성한 천사가 똥을 누다니. 말도 안 돼.”라고 말하고, 곧이어 정말로 말도 안 되게, 똥 마렵다고 부르짖는 ‘신성한 천사’가 나타난다. 이 책이 왜 변기를 ‘신성한 그릇’이라고 칭했는지 그 의미가 첫 장면에 녹아 있다. 신성한 천사들이 갖고 싶어 하는 신성한 그릇은, 외적으로 고결한 무언가가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을 묵묵히 받아 주는 그 쓰임이 고결한 물건이다. 이렇게 누구에게나 없어서는 안 되는 변기가 신성한 것과 더러운 것의 경계를 뒤집는다. 귀한 변기를 얻게 된 천사들은 스크루지에게도 값진 선물을 남기고 떠난다. 천사들이 올라가는 하늘에는 변기가 마치 보름달처럼 떠 있다. 화장실 바닥에만 있던 평범한 변기가 정말로 신성하게 떠오르는 순간이다. 작가만의 스타일을 확립한 웃기고 아름다운 논픽션 그림책 『신성한 그릇』에는 타일, 구름, 꽃 등 변기와 똥을 가리키는 힌트가 그림 속 곳곳에 숨어 있다. 천사들의 상상을 따라, 스크루지의 안내를 따라 인상적으로 펼쳐지는 그림은 정보를 전달하는 동시에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한다. 재밌는 힌트를 찾고 정보와 맞닿은 의미를 읽어 내고 매 장면 신선한 분위기에 감탄하며 그림책을 진하게 즐길 수 있다. 단순한 안내자에 그치지 않는 스크루지의 입체적인 캐릭터도 재미를 더한다. 심보가 ‘고약’하고, ‘변비’에 걸린 데다, 생각하는 사람 동상 마냥 ‘변기’에 앉아 심오해지는 스크루지, 그리고 노상방변을 하는 전작의 주인공들까지. 똥을 둘러싼 공통의 유머 코드를 지닌 이야기가 자칫 다가가기 어려울 수 있는 논픽션 그림책을 한결 친근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