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부
소용돌이 1 소용돌이 2 아프리카 가자미 다리 위에서 구두 밑창 망문 생강차 한계령 안개 여울목 빈 지게 먼 바다로 우문현답 강가에 앉아 시간 밖에서 며칠간 빛 화살 그 소리 받아 2부 양파가 썩다 태풍 볼라벤 먼스터 이야기 삶의 의미 기도에 대하여 拔齒 隕石 1 隕石 2 흰매 부부 아버지 생각 풍경 한 폭 밑 빠진 독 흐르는 거울 바람 센 봄날 봄날에 꿈꾸다 4월의 비 3부 비 오는 날 새벽 빗소리 고요의 힘 낙엽, 붉음 속으로 가을날에 눈물겹다 11월 은행나무 다문 입들 입동 무렵 화이트 크리스마스 눈꽃 눈동자 호수 잊고 있었네 봄나들이, 양수리 빗속에 숲을 걷다 여름, 강원도 4부 벌레들 하얀 접시 in and out 코다리 일상, 비포장도로 경험담 늙은 제라늄 흰 가루 병 능소화 저물녘, 무심하게 치약 시가 부질없는 날엔 아무 일 도 안 일어나네 말의 고삐 안전거리 친구 생각 불꽃 축제 |
|
스칸디나비아반도를 내달리는
근육질의 등짝 같은 산맥을 연모하는 차가운 바다는 너무도 절절하여 산은 뭉텅뭉텅 죽음처럼 끊어진다 섬 섬 절벽 피오르드 푸른 핏줄 아득히 솟은 바위의 단칼에 베인 자국 사람의 오감으로는 닿기 버거워 뭉크의 절규만큼이나 막막한 고요다 북위 60도를 넘어 세상은 드디어 조용해지고 사람의 혀는 빙하를 말할 수 없다 무엇이 무엇에게로 흘러서 저토록 깎고 끊어내고 녹일 수 있을까 거대한 산맥 나뉘고 나뉘어 서로를 바라보게 할 수 있을까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물가에 매어놓은 작은 배 한 척 제 비늘 털어내느라 잔물결 섬과 섬 사이로 수백만 년 녹아 흐르는 에메랄드빛 열정을 타고 번진다 닻줄 풀고 싶은 행인 거대한 고요를 마신다 ---「고요의 힘」 오늘 내리는 비는 가을 중간쯤을 적시는 비 감나무도 모과나무도 아직 푸르고 그들의 열매도 아직 푸른 기 많아 밤의 찬 이슬이나 몇 차례 찬비를 거역할 수 없이 맞아야 하리 시간이 몹시도 툴툴대며 서성거린다 함부로 그린 소용돌이처럼 뒤섞이는 생각들의 줄기를 잡으려니 덜 익은 채 몇 해를 넘긴 열매들 죽은 채 뒤엉킨 뿌리들이 딸려 나온다 쏟아낸 말들이 거친 돌멩이로 흙에 엉겨 붙어 있어 풀어줄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거리의 바닥을 때리는 비는 창문을 훑어 내리는 비는 황무지 같은 생각의 벌판을 적시고 비뚜름하게 기대선 나무들의 숲을 뒤흔든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언제부터 중심은 의심을 받았는가 중심이 여럿이라고도 하고 중심이 필요 없다고도 하고 뒤섞여 나아가야 한다고도 하고 유목의 시대라고도 하고 흐르는 세상이라고도 한다 욕망은 멈출 줄 모르고 수렁은 더 깊어지는 세상살이에 한참을 걸어왔는가 빗소리가 정수리를 치는 듯하다 ---「비 오는 날」 |
|
│시인의 말│
순환이라는 삶의 조건 속에 살며 순환을 벗어나려고도 하고 순환하므로 안주하려고도 한다 그러나, 순환은 같은 길을 가는 것이 아니다 순환 속에서 변전과 대립과 융화를 생성과 소멸을, 성장과 쇠락을 겪으면서 질문은 계속된다. 살아가므로 질문하고 질문하므로 시를 쓴다. 터널을 지나오면서 켜 놓은 불빛이 멀리서 깜빡거린다 이 길로 해서 어디에 이르는가 다시 시집을 엮으면서 묻는다. │평론│ 시가 삶이 되고, 삶이 시가 되는 것은 어떠한 경지일까. 과연 얼마큼이나 오랫동안 시를 써야, 또 얼마큼이나 살아야 이런 경지가 될까. 이런 경지에 이르면, 읽는 시가 편안하고, 또 그 삶도 편안해지리라 생각이 된다. 안경원 시인이 5년 만에『고요의 힘』이라는 제목의 시집을 펴냈다. 오랜 기간 시를 쓰며, 또 오랜 기간 시라는 것과 함께하며 살아온 모습을 시에서 읽을 수가 있었다. 그러므로 읽는 사람을 시들은 편안하게 해주고, 평안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시가 담고 있는 삶으로 사람들을 이끌어가곤 한다. 아옹다옹 시를 통해 시민을 위한 시만의 세계가 펼쳐지는 시대. 시를 위항 시가 아닌, 한 소중한 삶을 드러내는 시를 읽는 기쁨. 안경원 시인의 시를 읽으며 만나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때로는 치열하게,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덤덤하게 삶의 구간을 지나며 겪었던 여러 경험들이 배어나는 시들을 만날 수가 있다. 안경원 시인의 시집을 통해, 잔잔한 어조로 노래되는 삶의 다양한 변주를,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가는 세상을 만나는, 그런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尹錫山 (시인. 한양대 명예교수) 모든 시들의 탄생이 사랑과 위로를 위한 것이라면 이 시는 인간 존재의 숙명에 대한 위로에 닿아 있다. 그것은 뿌리가 깊은 절대적인 슬픔이다. “모든 것은 흘러감”을 노래하면서 그 흘러감 속에 실존적 체험에 기인한 깊은 수긍이 짙게 배어 나온다. 그리하여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도 이 삶을 멈출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안경원은 깊은 자아 성찰을 통해 주변의 자잘한 사물을 통해 정화된 정서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제시한다. 아픔은 그렇게 멀리 있으면서도 가까이 있다. 그것이 비록 허무한 일들로 이루어질지라도 각각의 몸을 극진하게 살아내자는 고요한 성찰이 드러난다. ― 최서진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