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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낮술 그대여 불을 당기라 겨울 한라산 정상 나는 주머니가 너무 많다 매홍리 가는 길 선운사 가을 동백 아침을 길으려면 전나무 숲으로 가라 왕관 거머쥐기 천지연 폭포 탈 치미의 그림자1 치미의 그림자2 제2부 1번 출구 혹은 3번 ?구 유채꽃 경계 허물기 까만 비닐봉지가 풀어놓은 하늘 노숙 난장이우산꽃 노동은 끝났다 노란 고무줄에 묶인 예수 어떤 불빛 여자와 나비 탑,탑,탑 할머니네 집 물 먹이다 제3부 304호 여자 13월의 집요한 뱀 달빛 한마당 덫 막다른 골목에서 바닥 싸늘한 논둑길에 얼레초승 오르고 탈,탈,탈이다 점 하나로 박혀있는 나를 본다 소나무 십자가 자존심 눈 발 큰 발 제4부 4월이 되면 붓머리가 회오리바람처럼 묵묵부답 그저 마셔버리면 그만일 인생 몇 모금 앞에서 나를 읽는다 빗속에 서 봐요 빚어진, 3차원 공간에는 색 데코라 가장 깊은 곳에는 악어 뱃속에는 유리 주전자속의 그해 여름 틈 해설 생명에 대한 긍정과 낙관의 힘-손옥자의 시세계 |
손옥자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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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세상을 밝혀주는 긍정의 미학
《심상》(2002년)에「고장난 자전거」로 신인상으로 등단한 손옥자 시인의 처녀시집「1번출구 혹은 3번출구」가 詩로여는세상을 통해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1번출구 혹은 3번출구」에 선보인 시편들에는 삶을 따뜻하게 끌어안는 시인의 우주적인 모성애가 담뿍 담겨있다. 그저 사소한 풍경으로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난장이우산꽃’에서도 시인은 낮은 곳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풍경을 읽어내고 그 풍경에 희망이라는 깃발을 꽂아준다. 또 표제작으로 실려 있는 「1번출구 혹은 3번출구」는 시인과 가까웠던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춥고 힘들게 살아가는 노숙자들의 삶과 결부시켜 그들에게서도 희망의 씨앗을 발견해낸다. 설사 시인의 눈에 비췬 삶의 풍경들이 춥고 어두운 현실이라고 할지라도 시인은 그곳에서 그늘만을 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김지하 시인이 말한 흰 그늘과 같은 그늘의 미학을 발견 한다. 유난히 재능이 많던 친구가 파산 신청을 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서울역 1번 출구 혹은 3번 출구 지하도를 간다 바짝 웅크린, 동그랗게 몸을 만 늙고 어린 생들이 저마다 몸에 봉오리 하나씩 달고 누워 있다 작년 봄이 흘리고 간 물오른 가지처럼 불록볼록 봄을 풀었다 저들이 철쭉이 말발한, 며칠 지난 신문지로 얼굴을 가리고 누워 있지만 저들은 지상으로 나오기 위해 활화산처럼 허리를 세우고 숨 죽여 기회를 보고 있는 것이다 지하도로 낮게 들어오는 바람이 신문지를 들썩거리며 검은 활자 들을 바닥으로 떨어트린다 격자무늬 소리를 내면서 따각따각 따가 닥따가닥 모나게 떨어진다 따가닥따가닥 말발굽 소리 어설프게 들 린다 계단을 오르며 내리며 바쁘게 아침을 몰고 가는 소리 몰고 오 는 소리 차가운 소리들이 어지럽게 들린다 저들은 낮게 더 낮게 최대한 몸을 낯추고 땅과 호흡을 맞추면서 땅 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려 땅이 가진 무궁한 정기를 몸 안 가득 채워 넣고 있다 혼신을 다해 온몸으로 봉우리를 만드는 것이다 지나가다 스치기만 해도 그 자리서 확, 터져버릴 것 같은 봄, 아니 가공할 무언가를 저들은 품고 있는 것이다 무언가無言歌를 「1번 출구 혹은 3번 출구」전문 「1번출구 혹은 3번출구」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00편의 시가 실려 있다. 시 한편 한편이 모두 다 수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풍요로운 시세계를 펼쳐보였다. 이명수 시인은 “홍천 강물지기 아저씨 강씨” 같은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서정이 있는 휴머니티의 한 전형이며, 시편 곳곳에 보이는 실재 지명들이 자연에서 만나는 현장의 감각이 살아있는 리얼리티의 본보기라고 평했다. 또 김택근 시인은 “손옥자 시인의 시들은 소매가 헤졌거나 등이 약간 굽었다. 그만의 때깔이 그윽하다. 손 시인은 절망에게 꿈을 꾸라하고 욕망에게 노래를 시킨다. 그래서 세상의 낮은 곳에서 자신이 꿈을 꾸고 노래를 부른다”고 시집의 표제에 쓰고 있다. 시인의 눈에 비친 풍경 하나 하나와 사물들은 시인의 입을 통해서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