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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하루살이 하루살이 벌집을 보면서 투거리 장맛 갠지스강이 나를 토해낸다 지하철 풋보리밥 손 순천만 갈대 어머니 그늘진 봄 담쟁이덩굴 솜틀 사마귀 미꾸라지 사원 물지게 대뿌리 오줌의 나이 왜 제2부 신이 나를 엿보다 신이 나를 엿보다 호수에서 문 그림자 허허 바위 청자 앞에 앉아 동굴 지푸라기 시간에게 살 두륜봉 초의선사 나를 가두던 그이가 보이지 않는 날은 마음에게 예수는 몇 번이나 더 죽어야 하나 안개 무죄 제3부 해우소 똥바닥 치는 소리 해우소 똥바닥 치는 소리 부처바위에게 삼천배 무불암 나,나를 찾음 내 속을 갈라보고 싶다 망나니 새끼 하나 키우며 밥을 먹다가 돌탑 무거운 동해바다 등짐 지고 집임자 낙산사 범종 쇳물로 녹아 눈물이 부처인가 개심사 연못가 배롱나무꽃 간월암 식구 보원사지 생불의 집 가로림만 펄밭 제4부 막고굴에서 빌다 막고굴에서 빌다 풀무질 백남준이 내 시집을 도끼질해서 내가 쓴 그림은 시가 아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용문사 은행나무 나의 손으로 하늘을 열어준 옥잠화 꽃대궁은 해탈한 구린내 시을 맛있게 먹는 길을 찾아 노래 한 꼭지 멸치 우포늪에는 연꽃이 없었다 시를 굽는 나의 불,서투르다 내가 모시는 시의 속 주검의 냄새 해설1:평범을 거부하는 전통서정의 영토 -최문자(시인) 해설2:변방에서 우는 칼의 노래 -우대식(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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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을 거부하는 전통서정의 영토
김순일 시인의 물밑 내밀한 흐름을 주시해 보면 자연의 서정에 상상을 통해 뒤틀린 현실의 공허를 극복하고 자아를 회복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일상의 경험보다 자연과 내면을 우위에 두고 거기에 삶을 연결하려는 시인의 열망은 깊은 시 세계를 만들고 있다. 김순일 시인은 무엇을 노래하든 그 발견의 대상은 자연이며 자연을 마치 신비한 무엇이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느끼면서 시로 빚어낸다. 최근 젊은 시인들 사이에 나타난 혼융현상을 지루하게 계속적으로 발견해 내면서 시가 본질적으로 수행해온 역사적 두께를 가진 전통서정의 오래된 것을 맛본지 오래다. 김순일 시는 이러한 오래 지속되어온 것들에 대해 줄기차게 집중적으로 주목하고 있는데 큰 의미가 있다. 김순일 시인은 상대적으로 자연의 체질을 지닌 시인이다. 그는 자연 그대로인 시골에서 자랐고, 어디를 가서 어떤 현상을 대한다 할지라도 자연에 대한 기억과 감각이 되살아나고 있다. 또한 김순일 시인은 자연의 본질에 대한 믿음이 대단하다. 자연과 자아의 유기적 결합의 과정에서 근원적 갈등을 느끼는 시인은 나를 토해냄으로 극복하려 한다. 어머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희부연 새벽에 샘물을 길어오셨다 단칸방 한 이불 속에 포개 사는 팔 남매 새벽 같은 새끼가 되게 해달라며 별이 달이 밤새 알을 푼 새벽물을 제일 먼저 길어오셨다 어머니는 새벽물을 퍼담은 물동이에 꼭 빈 바가지 하나 엎어놓으셨다 찰랑찰랑거리는 샘물을 품에 안고 다독여서 별의 알이 달의 알이 하나도 새나가지 않도록 빈 바가지 하나 기도처럼 엎어놓으셨다 요즈음 나는 땟국물이 무겁게 출렁거리는 내 몸 위에 하얀 머리를 탑을 쌓듯 올리고 있다 나를 데리고 살아오느라 많이도 삭아 삐걱거리는 몸을 품에 안고 다독여서 어머니의 새벽별의 알이 달의 알이 새나가지 않도록 하얗게 빈 머리 하나 올려 보지만 자꾸 쪽이 떨어져나가고 촐랑촐랑 새나가는 나를 품어줄 어머니는…… ―「어머니」 전문 그는 자연 속에 있으면서도 끝없이 자연을 찾고 있다. 모든 생명들이 자연을 통해 구멍을 뚫고 내면의 것을 배설하고 자연은 그 배설을 받아쥐고 유유히 흘러가고 있는데, 김순일 시인은 자연에 조그만 구멍 하나 내지 못한다. 그의 하얀 순수는 일락사 스님 독경소리의 발자국도 하얗게 지운다. 시인을 가두는 새하얀 순수 앞에서 시인은 절망의 피를 빨갛게 뿌린다. 먹고 배설하는 생물의 몸을 소유한 존재들은 부패의 냄새를 풍기며 엄청난 혼돈의 배설을 거듭한다. 식욕과 배설을 턱없이 받아주는 자연 앞에서 순수한 시인은 불쾌감과 연민을 자아낸다. 이러한 순수의 상징적 의미로 씌어진 시가 「어머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