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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겨울 이사|여름나기|사재강에서|아내의 염색약을 사면서|까치집|부적(符籍)|이발소 가는 날|순대국밥집에서|마흔둘|부부|시집 코너에서 2부 설귀산 안개|택배|박새의 주검 앞에서|요선정(邀僊亭)에서|명마동의 가을|피 빼고|법흥사 해우소에서|황태|아내의 비밀을 엿보다|마을회관|나그네|개나리|벚꽃|돌아가는 곳 3부 참매미|주천의 연(蓮)|단풍|수주별곡(水周別曲) 48|단풍 3|비둘기|조만간 사라질 말들을 위하여|시집은 왜 내는가|조의금|서러운 홀아비들의 저녁식사|매운 닭발집에서|설날 마누라랑 장보기|소주 한 병|악몽 2 4부 자벌레|첫눈|임플란트|사재반점|짜개라는 의미|증축 그리고 신축에 관하여|느낌|목욕탕에서|망년회|중소기업에 관하여|도루묵에 대한 예의|껍데기는 가라고?|침을 허락하다 |감자꽃 5부 낙엽|조강지처를 바꾸다, 혹은|신림에서|성냥을 긋다|아빠 시 쓰지 마|법흥사 산신각에서|주문진 바닷물을 훔치다|반계리 은행나무|이상한 계|시를 쓴다는 건|그게 그런 것|혼자 먹는 밥|청평사에서 해설 유머, 해학, 불심으로 빚은 인본주의 시 _손해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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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를 사는 것도 죄인지 모르지
손 없는 날이라고 받은 날이 하필 청양고추처럼 매운 날이니 복 없는 년은 가지밭에만 엎어진다고 해는 치악산 마빡을 비추고 있는데 형님 같은 아파트 그림자는 연실 이삿짐 곤돌라를 타고 오르고 입김은 나오고 해는 저무는데 이제 어디로 갈까나 보따리 실은 짐차는 더 작아만 보이고 오늘 밤은 어딘가에 짐을 풀어 버리고 애꿎은 주역의 이삿날만 원망할지 전세로 사는 게 죄라면 모르지 --- 「겨울 이사」 중에서 살다가 가끔 육체와 영혼을 분리하고 싶을 때 육신의 허락도 없이 쓴 소주를 붇고는 끊어진 필름에 게가 풀린 눈으로 널브러진 육신을 내려다보라 하고 많은 영혼 중에 나를 만나 이 만큼 살아왔으니 그 또한 고마운 일 내 원한 것은 아니지만 추돌당한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도 늘 나를 뒷받침해 주던 것은 너 새끼도 한둘이 아닌 넷을 터울 두며 낳던 쉼 없는 작업, 작업들 불혹을 넘긴 후에야 제 몸 귀한 것을 알아 돌보고 싶은데 자연은 소유권이 없어 보호해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하듯 이 몸도 내가 쓰고 있는 한 고이 써서 떠날 때 두고 가야지 우리도 저 먼 별에서? 마실 왔다가 잠시 육신에 머물다 가는 나그네일 뿐이니 --- 「나그네」 중에서 분명 이렇게 말씀하셨지 아부지께서는 저 눔이 한자씩 재서 키를 다 타 넘고 나면 그 사람이 죽는다고 그래서 몸에 붙으면 기절초풍을 했지 한 자 한 자 걷는 것을 보면 잠시 부러울 때도 있지 나처럼 추돌사고로 허리며 목디스크는 모를 것 같아서 그래도 기를 쓰고 죽을힘을 다해 걷는 것을 보면 오라는 곳이 있는 모양인데 혹 어제 뒷집에 꿔준 이슬을 받으러 가는 건 아닐까 나도 잠시 잊기 위해 허리 한 번 굽혔다가 곧게 쩍 펴 본다 --- 「자벌레」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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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집을 관류하는 정신은 불교적 사유이다. 불교자체가 기독교나 이슬람교처럼 유일신을 강조하는 신성성보다는 부처의 중도사상을 바탕으로, 인간의 길흉화복, 업, 윤회, 자비, 해탈 등을 강조하는 종교이다. 따라서 이 시집의 작품들은 불교신자인 서시인의 불심을 바탕에 깔고 있다. 또한 서시인 작품의 표현기법은 ‘보여주기’보다는 ‘말하기’가 많으며, 유머와 해학과 풍자, 아이러니 기법을 즐겨 구사하고 있다.
서봉교 시인의 작품세계를 (1)시에 대한 인식 (2)가족과 이웃사랑 인본주의 (3) 불교적 사유와 유머, 해학, 풍자 (4) 감정이입과 객관적 상관물의 알레고리화 라는 네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서 시인의 작품은 한마디로 “유머, 해학, 불심으로 빚은 인본주의 시”라 할 수 있다. 시골태생으로 고향에서 직장을 다니는 서 시인은 아주 성실하고 모범적인 가장, 직장인, 문인이라는 게 중평이다. 서 시인의 작품은 자연예찬이나 비판적인 사회 참여시보다는 가족과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인본주의 생활 시들이 대부분이다. 서 시인이 불교 신자여서인지 거의 전 편이 불교적인 사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주된 표현기법은 ‘객관적 상관물’을 찾아 의인화하는 알레고리기법을 즐겨 차용하고 있다. 현란한 수사법을 구사하는 난해시가 아니라 생활 주변의 에피소드를 유머와 해학과 풍자로 비유하는 시들이어서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시인의 말 무엇이 그리 할 말이 많은지 12년 만에 다시 2집을 묶는다 쓸수록 어려운 게 詩지만 내 글에 책임을 질 수 있을 때까지 쓰고 또 쓰고 精進해야겠다 올해도 또 추운 겨울을 맞이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