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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들다
양장
박두규
애지 200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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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시선

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어디에서 왔나, 이 향기
숲에 들다
어느 저녁
東海
늘 숲을 걷고 있어야 한다
바다가 푸른 이유
문풍지
못난 그리움
1m의 세상
계수나무, 그녀
下山
개똥밭에서
여름을 보내다
이파리 하나만 달고
無爲堂
그대

제2부
至極精誠
그대에게
헛꽃
정처를 생각하다
세월이 간다
고사목을 보며
때죽나무꽃
어둠의 산
문득
까마귀
임종
초파일

獨行
눈부신 길 하나

제3부
귀가
敗北
겸재謙齋의 박연폭
이 가을에
시인의 전화
삼홍소에서 봄을 맞다
도시 하야식
낭만에 대하여
24시 불가마
서울에 가고 싶다
조선왕을 만나러 가서
매향비埋香碑 앞에서
싸움
묵자墨子 생각

제4부
달이 뜨니 달이 뜬다고 할 뿐이다
관계
낙지
칠흑의 숲길을 알몸으로 걸으며 달이 뜨기를 기다린다
역옹패설
어느날, 게으른 놈이
그녀
탁발
2월, 남녘교회
간섭
대꽃
산벚꽃
계곡을 타다
구상나무에 눈이 가득 내리면

발문│박남준

저자 소개

저자 : 박두규
1956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1985년 『남민시』창립동인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시집 『사과꽃 편지』『당몰샘』 등과 포토포엠에세이 『고라니에게 길을 묻다』가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9월 19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25쪽 | 246g | 127*194*20mm
ISBN13
9788992219167

책 속으로

이파리 하나만 달고

언젠가 나는 반드시
잔가지 다 잘라내고
몸통 하나로만 남겠다
뿌리도 한 가닥만 땅에 박고
이파리도 달랑 하나만 달고
그렇게 단정한 아침을 맞으리
가장 가벼운 몸을 이루어
수직으로 홀로 깊어지면
그 어둠 속
맑은 물줄기 소리도 들으리

--- p.32


숲에 들다

그대 눈부신 속살에 들면
편백나무 서늘한 그늘 어디쯤에
정처 없는 것들의 거처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다만 그 생각이 무사하기를 빌며
그대 앞에 이르렀을 뿐이다

그대 안에 드는 일이 두렵기도 하나
단지, 때가 되어 어미의 자궁 밖을 나왔던 것처럼
마침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온 것뿐이라고 생각해본다
그렇게 또 날이 저물었을 뿐이다

그대의 어디쯤에
달빛에 빛나는 지붕 하나가 있기를 바란다.
그곳에 들어 내 눈부신 맨몸을 볼 수 있다면
사랑한 사람들이 이승을 떠난 것도
잠 못 이루는 짐승들의 매일 밤 울음소리도
그대에 이르기 위한 육탈肉脫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하리

강줄기를 타고 오는 한 줄기 바람에도
이승의 한 십년을 뚝, 떼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숲에 쌓인 무수한 잎들의 신음소리가
나의 일상으로 진입해 오고
해가 지는 세상의 두려움 위로
설레는 가슴은 늘 두근거리기를 바란다

그렇게 허물을 벗고
단 한 번의 해가 오로지 나에게로 올 것을 믿는다
나는 달이 뜨는 그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 p.14

출판사 리뷰

‘1m의 세상, 숲에 들다’
박두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2001년 “당몰샘”이후 7년 만에 내는 이번 시집에는 구체적 생활세계에 대한 성찰의 시편들이 묶여 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 사람들’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는 시인에게 숲은 삶과 동의어이다. 배추밭 지렁이가 종일토록 기어가는 1m의 세상. 때로 그 세상이 만만해지는 것을 경계하며 삶의 본연에 이르러 차분하게 숲의 향기에 몸을 맡기는 시인의 저녁빛이 가득한 이번 시집은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없이 바쁜 현대인들에게 절망으로 다가오기 쉬운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한다.

시인의 통찰은 어둠을 노래하는 방식으로 풀어진다. “내 안에는 정처 없는 어둠들이 가득하고 그 어둠을 떠도는 꽃그늘 하나 있다. 세월을 칭칭 감고 끝내 함께 가는 꽃도 없는 꽃그늘”(「세월이 간다」)이라고. 그러나“내 어둠의 벼랑에도 언젠가 꽃이 필 것이다”(「때죽나무꽃」)라고 믿는다. 이제는 숲에 들어 찾아가는 일을 그만두고 나에게 오는 것들에 열중하리라고 작정한다. 어느 한적한 물가의 나무가 되어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잔가지 다 잘라내고 몸통 하나로 깊어지기를 꿈꾸는 것이다.

오랜 세월 시쓰는 일 외에도 전교조 교사로 생명평화운동으로 온갖 NGO 활동에 헌신해왔던 시인은 후배시인들에게는 이미 단정하고 맑은 정신을 여남없이 보여주고 있는 선배이다. 그럼에도 ‘쓸쓸하고 고요하고 어두운’ 지경에 몸과 마음을 내려놓으며 성찰의 시간을 놓치 않는 것이다.

윤재철 시인은 “때로는 두려워하며 때로는 두려움도 없이 길을 잃기 위해서 그는 숲에 든다. 거기에 정처 없는 것들의 거처가 있으리라고 믿고 숲의 내밀한 속살에 드는 것이다. 사실 그러한 두려움이 그의 시를 겸손이나 자성에 있게 만들기도 한다.”고 읽어낸다.

“깊은 성찰을 통해 나를 변화시키는 것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하며, 시는 쓰는 사람이건 읽는 사람이건 삶의 근본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고, 그런 개인의 변화가 사회의 바람직한 변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인의 바람이 “어둠의 심연에 이르러/ 지상의 눈부신 길 하나” 건널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추천평

박두규는 왜 ‘눈부신 알몸’을 천착하는가. 다름 아니라 ‘눈부신 알몸’은 그가 그리고 추구하는 삶의 원형이자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대의 어디쯤, 달빛에 빛나는 둥근 지붕 아래나 어둠의 중심 어딘가에 있다는 천년수 푸른 그늘 아래에서 그가 발견한 삶의 구경(究竟)이다.
사실 ‘눈부신 알몸’은 적막이다. 적막 위에 피는 ‘헛꽃’이다. 그러나 동시에 길이기도 하다. ‘저물어 가는 낮은 산들의 어둠 사이로 / 실오라기같이 눈부시게 떠오르는’ 길이자 어둠 속으로 피어나는 목숨들이 온몸에 슬픔 입힌 채 무명(無明)의 세월을 건너는 ‘지상의 눈부신 길’인 것이다.
따라서 그는 늘 숲을 탐색한다. 때로는 두려워하며 때로는 두려움도 없이 길을 잃기 위해서 그는 숲에 든다. 거기에 정처 없는 것들의 거처가 있으리라고 믿고 숲의 내밀한 속살에 드는 것이다. 사실 그러한 두려움이 그의 시를 겸손이나 자성에 있게 만들기도 한다.
지리산은 이제 그에게 있어 모든 산의 이름이다. 그 어름에서 그는 동의어로서 삶과 숲의 본연을 묻는다. 그리고 그것은 추상적이거나 초월적이지 않다. 그것은 그의 전작 <지리산- 고라니에게 묻는다>에 나오는 ‘순단’이나 ‘짜가작’처럼, 종일토록 1m의 세상을 기어가는 배추밭 지렁이의 모습에서 삶의 구경을 보는 것이나 그 속에서 그 자신 닳고 닳은 빛깔나는 때죽나무 한 그루 되기를 바라는 소박한 숲의 심성에서 찾을 수 있다. 그가 온갖 NGO활동에 헌신하면서 그의 시가 아름답고 진실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윤재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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