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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저녁산책 생각을버리고 저녁 해 부족한 삶 샤갈의 마을에서 새들아 말해보아라 꽃시장에서 고온다습 2프로에 대하여 항아리의 고독 나중에 아는 것 노인과 꽃 일중독 분수가 있는 풍경 진흙이 말하는 것 제2부 시 한 편 못쓰고 봄밤 이른 봄, 즐거운 일 하루의 기쁨 장미꽃 지다 모란 목련 상응 여름 숲1 여름 숲2 세상의 평화 드라마틱하게 우면산, 겨울 오래된 무덤 산수유 나무 수수꽃다리의 메시지 제3부 즐거운 소통 문상 가서 아버지 안 죽이기 까치들의 저녁 갇힌 날들 풀린 날들 마음에 장작불을 겨울 오후에 일어난 일 다이아몬드 새 냉동 떡 누드 크로키 새벽녘에 폭우 가난한 삶 시 쓰는 날 마음 밭 적막도 하나 어둠의 음향 우주의 노래여 어머니의 시계 자연의 원리 늦여름에 은혜 진열장의 밤 제4부 알프스 융프라우요흐 가는 길 캐나다 록키산맥에서 콜롬비아 대 빙원 순천만 남해 금산 격포 채석강 산은 그러하다 대관령의 봄 울룽도 영금정에서 해설 / 어둠의 음향과 우주의 노래 · 이숭원 |
安慶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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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음향과 우주의 노래
안경원 시인의 다섯 번째 신작 시집 『진흙이 말하는 것』이 도서출판 모아드림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인천에서 출생하였으며, 연세대학교 영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77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盆地』 『오늘 부는 바람』 『검은 풍선 속에 도시가 들어있다』 『팔월』이 있다. 이번에 발행한 안경원의 새 시집 『진흙이 말하는 것』은 4부로 나뉘어져 총 62편의 신작시가 수록되었다. 이 시집에서 88.8%의 시는 자연에서 착상을 얻은 작품들로 자연은 안경원 시의 중요 무대다. 인간이 도모하는 삶의 풍경이 찢겨져 있듯 인간 세상에 자연이 개입할 때에도 이렇게 찢겨진 상태로 들어온다. 그래서 인간 세상을 보는 시인의 눈에는 어둠이 가득 차 있다. 깨어지고 찢긴 세상에서 물러나 자신의 내면으로 칩거할수록 “가슴을 두드리는 어둠의 음향”과 “생애의 온갖 불협화음들”이 공허한 내면을 울린다. 날이 밝으면 다시 하루가 시작되고 많은 일들에 밀리고 부딪치며 살아가지만 그것 또한 의미 없는 “희석의 시간”(「어둠의 음향」)일 뿐이다. 얇게 휘발하여 공중을 떠도는 것 같은 이 허망한 생의 족적 위에 우리는 무슨 이름을 새기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자연이 개입하지 않을 경우 시인의 내면은 어둠의 심연으로 깊이 가라앉는다. 때로 그 하락의 과정은 실추의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다. 그런 점에서 자연은 그의 감성과 이성만이 아니라 그의 영성을 구원하여 인도하는 존재다. 자연이 있기에 그의 실존이 유지되는 것이다. 시인의 예민한 감각은 꽃과 나무 같은 자연물만이 아니라 겨울 숲의 질퍽거리는 형상까지 의미 있는 시적 질료로 받아들인다. 시인은 진흙이 말하는 것까지 듣고 자신의 뜻으로 그것을 해석한다. 자연이 가진 이 포용력이 바로 어둠을 부드럽게 녹이고 우주의 음악을 탄주하게 하는 힘이다. 보이지 않으나 피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역시 지상의 모든 작은 존재들을 포용하는 신비의 영성을 거느리고 있는 듯하다. 과거로부터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의 부드러운 힘은 우리에게 때로 경이로운 각성과 전율어린 전회의 체험을 안겨준다. 시인은 칠십에 미국으로 이민 가서 이십여 년 살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시계에 태엽을 매일 감아준다.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시계는 태엽만 감아주면 살아서 소리를 내고 움직인다. 그 시계소리를 들으며 시인은 “어머니의 마음 속 갱도”(「어머니의 시계」)라고 표현한, 한 생애의 내력과 운명을 되짚어가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기억의 갱도를 타고 가는 곳엔 어둠도 푸른 나무를 깨우고 깊은 강의 물굽이마다 달빛 춤 일렁이게 한다.” 어머니의 시계소리에 힘입어 시인은 이제 자연에서 인간의 삶으로, 음울한 ‘어둠의 음향’에서 푸른 나무를 깨우고 달빛 춤 일렁이게 하는 ‘신생의 노래’로 전회할 수 있을 것이다. 안경원 시인은 그동안 감성과 이성을 집중하여 인생과 자연의 영성을 탐구하였다. 쉴 새 없이 바뀌는 생의 변환 속에서 그 속에 오롯이 담겨 있는 빛의 의미를 찾아내고자 했다. 그 결실이 한 권의 시집으로 응축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완결은 아니다. 우리가 어디에 이르러 무엇인가를 얻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은 다시 알 수 없는 공간으로 아득히 사라지고 만다. 얻은 것을 놓치고 또 다시 그것을 찾는 탐색의 길에 오르는 것이 생이다. 안경원의 시는 우리에게 그것을 가르친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안경원의 시적 탐구 역시 그렇게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