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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떠나가는 마음 죽음을 위해 죽음에게 고향으로 가는 길 희망의 새 머무르지 않음 너를 보낸다 죽음 앞에서 떠나가는 마음 눈이 하는 말 청산 어귀에 남기고 가오 돌아오지 않는 강 풀꽃의 혼 희망을 위해 오고 감 저 빛나는 새들 무소의 뿔처럼 놓으라네 2부 꿈꾸는 이에게 하는 말 살아 있는 힘 길 떠나가기 꿈꾸는 이에게 하는 말 그리운 풍경 뒤 잠 깨우기 우리가 꾸는 꿈 누구에겐가 바람이 사랑의 이름으로 만남 시에게 두려움 인연 불구부정 욕망에게 흐름을 위해 강을 건너며 중미산의 눈꽃 시냇물 소리에 눈물이 있어 유명산을 오르며 길 없는 길 풀꽃 무정 환생 3부 낙양에서 오는 배 천리향 낙양에서 오는 배 장효의 슬픔 가인과 나 가인의 꿈 처용가 1 처용가 2 꿈 환희 눈물 물의 사람 약속 적막 용서 1 용서 2 용서 3 비 새 장자의 숲 바다여, 바다여 하롱베이 진혼곡 1 어머니의 바다 4부 어쩔 수 없음 엽서 편지 떠난 뒤 바람 이렇게 와 계심 오늘도 사랑은 어쩔 수 없음 허공 가득 고요의 자취 엽서 2 마지막 편지 편지 1 편지 2 편지 3 편지 4 편지 5 편지 6 편지 7 편지 8 편지 9 편지 10 편지 11 편지 12 편지 13 ■해설 / 머물지 않고 사라지지 않을 ‘시詩’·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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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지 않고 사라지지 않을 ‘시詩’
작년 봄에 작고한 고故 강경화 시인(동덕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전 교수 역임)의 세 번째 신작 시집 『이제 나는 머물지 않을 수 있는데』가 도서출판 모아드림에서 출간되었다. 시인에게는 유고시집이 될 이번 시집은, 남편 강창민姜昌民 시인이 그 전체적 얼개와 흐름과 세목을 완성한 결과이다. 시인은 1951년 충남 공주 출생에서 출생하였으며, 이화여중고,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 및 동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졸업했다. 197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세 개의 전쟁」 당선과 1975년 《현대문학》 추천완료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시집으로 『늦가을 배추벌레의 노래』(평민사), 『가라, 사랑의 세월이여』(우리문화사) 등이 있고, 번역집으로 『시몬느 베이유 불꽃의 여자』(도서출판 까치), 수필집으로 『사랑을 바꾸세요』(석필), 논문으로 「Blake의 ‘자아’와 전도된 세계」 등이 있다. 이 시집에 실린 총 85편의 신작 시편은 시인 생전에 죽음의 예감과 고통 속에서 길어올린 언어의 정수라고 생각된다. 시인은 그래서 고통 속에서도 “눈꽃 같은 초연함으로 가야 한다면”(「청산 어귀에 남기고 가오」) 떠나겠노라고 노래하였고, “내 가난에도 머물지 못하고/내 슬픔에도 머물지”(「풀꽃의 혼」) 못하는 삶과 시간들을 노래하였다. 아프고 눈부시다. 강경화 시집 『이제 나는 머물지 않을 수 있는데』는 서정시의 문법을 전형적으로 담고 있는 사례이다. 일차적으로 그것은 자신의 삶을 오랜 기억의 반추 속에서 성찰하는 일과, 문득 찾아온 ‘죽음’과 ‘이별’과 ‘떠나감’의 예감 속에서 생성된다. 그런데 시인은 현실적 행동을 통해 그것들을 극복하려 하기보다는, 상상과 꿈을 통해 그것을 수락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보여준다. 그래서 모든 관계들이 원천적으로 소멸하는 ‘죽음’의 예감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말할 수 없는 ‘그리움’의 마음을 발화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죽음’과 ‘이별’과 ‘떠나감’을 예감한 한 시인의 육신을 관류하는 ‘사랑’과 ‘그리움’의 언어가 이번 시집의 외관이자 내질內質이 되는 셈이다. 이처럼 강경화 시인은 “그대는 늘 담담히 서서/문득 그리움처럼 눈빛 서늘하게/우리 고개를 들게 하느니”(「죽음을 위해」)라면서, ‘죽음’이야말로 우리의 ‘그리움’을 완성하는 둘도 없는 시간적 계기이며, 결국 그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게 하는 실존적 사건임을 역설적으로 노래한다. 그래서 ‘죽음’은 시인에게 새로운 존재론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시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죽음’이야말로 “덧없는 것들의 덧없음”을 순연하게 드러내면서 “장엄한 아름다움”과 “뜨거움”을 보여주는 것이며, 사람들로 하여금 “헤어짐의 길” 끝에서 꽃을 피우게 하는 힘임을 역설한다. 그래서 ‘죽음’이 지각 가능한 관계들을 원천적으로 소멸시킨다 하더라도, ‘미움’과 ‘덧없음’과 ‘헤어짐’을 모두 감싸안으면서 ‘죽음’을 새로운 실존적 사건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죽음도 본래 있지 않음”(「눈이 하는 말」)이라는 경지가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시인의 이러한 깨달음은, 오래 전 강으로 내려와 어둠 속에서 자신도 “슬픔을 가득 삼키고 어둡게 출렁이는/강을”(「강을 건너며」) 건너갈 것임을 예감하는 과정 속에서 이미 그 징후를 보인 바 있다. 마치 박목월의 절편 「이별가」에서처럼, 삶과 죽음을 갈라놓은 강의 이편과 저편을 바라보면서, 시인은 떠나고 남는 죽음과 삶을 노래한 것이다. 이때 그 강을 건너 ‘환생’을 상상하는 시인의 품은 우리에게 강렬한 형이상학적 전율을 가져다준다. 이처럼 강경화 시편은, 시간의 흐름을 선형적線形的으로 바라보지 않고, ‘시간을 건넌 시간’ 혹은 ‘시간을 넘어선 시간’을 상상하고 사유하고 표현한다. 그래서 시인이 “아아, 이제 나는 희망을 노래할 수/있겠구나.”(「희망의 새」)라고 노래할 때나 “위대하여라,/사라진 시간들이여,/사라져 머무르지 않는 시간들이여!”(「환희」)라고 외칠 때, 우리는 그 ‘시간을 건넌 시간’ 혹은 ‘시간을 넘어선 시간’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시인의 품과 만나게 된다. 아득하지만 선명하고, 깊지만 넓은 강경화 시편들이 그렇게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강경화 시인은 다작多作의 시인이 아니었다. 1974년 신춘문예 당선 후 시력詩歷 35년을 꼭 채웠는데도 불구하고, 이번이 세 번째 시집이니, 그만큼 지상에 남긴 언어는 적다. 하지만 이번 시집으로 하여 시인은 자신의 모든 언어를 남김없이 쏟아놓은 듯하다. 그래서 이제 장성한 두 아들도 어머니가 남긴 이 ‘떠나감’과 ‘머무름’의 속 깊은 언어를 구체적으로 만날 것이고, 우리도 ‘시인 강경화’를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강경화 시인은 이제 더 이상 머물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을 ‘시’를 통해, 자신의 한 세월을 건너고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