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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세상의 손 섬 너머, 섬 이면지에 쓰다 내려가는 산길 다시, 고등어를 굽다 눈사람 내 구둣소리가 내 귀에 너무 크다 피뢰침 봄꿈 이 땅은 다 그리움이지 태백산 주목 제주에 가면 알겠네 제2부 들꽃 봄눈 공터 감쪽 같은 길 흔적 바람을 그려줘! 저 밤나무 흔들리고 붕어빵 가족 아버지의 집 밥 먹었니? 제3부 걸어가는 진실 그 사람보다 쓸쓸한 술 냄새 오래된 벽돌집 사랑과 희망을 하면서 놉셔요? 오후 한때 아버지와 푸슈킨 그리운 아랫목 깊은 꽃잎 지상의 몸 한 채 다이어트는 어려워 세월교에서 일몰을 보다 제4부 나무 봄 아름다운 노숙 폭설 철쭉보다 먼저 붉어지다 스퐁나무는 사랑을 했네 서리꽃 어떤 귀향 폐광 밤하늘 애막골에 무슨 일이 ■해설 낭만적 인식에서 실재하는 이상향으로의 귀환 ·이상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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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포용하여 발견한 자의식의 시들
황미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스퐁나무는 사랑을 했네』를 도서출판 모아드림에서 출간했다. 저자는 강원도 춘천 출생으로 1989년 《심상》으로 등단하여 『빈잔』『두꺼비집』등의 시집을 펴냈다. 현재 《표현시》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시집『스퐁나무는 사랑을 했네』는 17년 만에 내놓는 세 번째 시집이다. 낭만적 관념에서 현실적 포옹의 자세로 한때 어떤 회의로 인하여 모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는 했을지언정 시로부터 영원히 등을 돌릴 수 없는 숙명이 시인으로서의 그녀의 본심에도 내재되어 있었다. 그녀가 오랜 침묵 끝에 셋째 시집을 엮어내기로 마음을 굳힌 것은 바로 그런 연유라고 보아 마땅할 것이다. 그리고 신과 존재와 시에 대한 회의의 심연이 깊었던 만큼 내면으로의 침잠과 침묵의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임을 짐작하면 둘째와 셋째 시집의 터울이 17년이라는 세월도 그리 허망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사정들을 감안할 때, 이 셋째 시집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존재에 대한, 또는 시 쓰기에 대한 시인의 회의를 어느 정도 극복하여 얻은 결실이라 그 의미가 사뭇 깊다. 다르게 말하면 그야말로 아주 오랜만에 세상에 내놓을 이번 시집은 시 쓰기란 현실적으로 쓸모없거나 부질없는 일이라는 자기 회의를 중화시킨 후 오랜 세월의 침묵을 깨고 출산하는 어쩌면 늦둥이 같은 의미를 지닐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이 이번 시집에서는 자아와 세계에 대한 인식이 더 깊고 넓어졌는데, 특히 시의 형식적 측면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한결 심화되었다. 말하자면 그녀의 시가 큰 변화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궁극적 지향처 낭만적 관념(허공)의 세계에서 현실(땅)로 내려온 황미라 시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 일상적 삶의 이면에 감추어진 은밀한 본질의 세계요, 삶의 궁극적 자세와 관련된 정신의 문제였다면, 이제 시인은 사람 자체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리고 특히 사람 중에도 자신의 가장 깊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가족 구성원에 대한 애틋한 정으로 관심을 돌린다. 즉 하늘 → 땅 → 사람 → 가족으로 인식의 대상을 점차 시인 가까이로 좁혀가서 하나의 원근법을 이룬다. 이렇게 보면 결국 시인의 궁극적 지향처는 가족이 되는 셈이다. 그랬었다 그냥 모래에 주저앉아 바다만 바라봤다 갈매기들 꺽꺽 울어댔고 파도만 철썩였을 뿐, 밀려왔던 바닷물이 쓰윽 빠질 때 작은 바위에 달라붙은 조개들만 얼핏 보였을 뿐 다시 밀려온 파도가 바위를 깰 듯 내리치고 수없이 내리쳐도 다닥다닥 머리를 맞대고 살 궁리를 하는 손바닥만한 터만 있어도 악착같이 새끼를 치고 일가를 이루는 새카만 조개들의 검은 등만 번쩍 빛났을 뿐 그리고 바람이 조금 불었을까 그 바람에 밀리는 척, 내 온기와 머리카락이 아직 남아 있을 집으로 가야겠다고 나 슬그머니 일어났던 거 같다 ― 「가족」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