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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son Utt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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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시간의 문 하나를 열어 보이고 있습니다. 시간을 초월한 영원성이야말로 이 소설의 매력이자, 70여 년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 ― 김석희(옮긴이)
역사와 시간 여행을 테마로 한 역사 판타지 소설이자 앨리슨 어틀리의 대표작 『시간 여행자, 비밀의 문을 열다』가 ㈜비룡소에서 출간되었다. 어틀리는 1930~40년대 영국의 대표 동화작가로, 현대 아동 판타지 문학에 큰 획을 그었다. 이 소설은 런던의 소녀 페넬로피가 친척의 시골 농장에 방문했다가 우연히 시간의 문을 열고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안데르센 수상 작가 마거릿 마이는 이 작품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사실주의적 판타지’라고 평했다. 역사성과 서정성을 함께 갖춘 문장에 번역가 김석희가 꼭 맞는 새 옷을 입혔다. 우리 곁에서 지금도 진행되는 상상의 세계로의 여행 20세기 초 런던에 살던 소녀 페넬로피는 요양 차 친척이 사는 시골 새커스 농장을 찾았다가 은밀한 비밀을 갖게 된다. 우연히 오래된 시간의 문을 열고 16세기 엘리자베스 여왕의 시대로 들어가게 된 것. 페넬로피는 과거로 들어가 새커스의 옛사람들(새커스 장원의 주인 앤터니 배빙턴 나리, 메리 아씨, 또래인 프랜시스 도련님 등)과 함께 호흡하며 슬픔과 기쁨을 공유하다가 현재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한다. 그러면서 새커스 인근에 불운의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가 유폐되어 있으며 앤터니 나리는 메리 여왕을 위해 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역사의 불행한 결말을 아는 페넬로피는 앤터니에게 경고해 주고 싶지만 정작 과거에 가면 막연한 슬픔만 느낄 뿐 구체적인 기억이 나지 않는데……. 페넬로피는 특별한 재능을 지녔다. 바로 오래된 물건을 보고 그 물건에 얽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재주다. 지나간 일들, 모두에게 잊힌 일에 대한 페넬로피의 애정은 각별하다. 그런 애정이 페넬로피에게 옛 새커스의 세계를 오가며 옛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게 해 준 힘이었을지 모른다. 어린 시절을 더비셔에서 보내며 유폐된 메리 여왕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 왔던 이야기꾼 어틀리는 본인의 모습이 묻어나는 주인공을 통해 잊힌 시대와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면서도 아련하게 그려낸다. 판타지의 독특한 문법 - 판타지, 리얼리즘과 공존하다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모험, 두 손 꼭 쥐게 만드는 용과 괴물들, 마음껏 하늘을 날아다니는 주인공……. 어느새 판타지 소설의 단골이 되어 버린 특징을 이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도리어 페넬로피가 수시로 시간 여행을 하는 옛 시대는 환상세계보다 현실세계에 가깝다. 스코틀랜드의 불운한 여왕 메리가 갇혔던 고장 더비셔에 있는 새커스 농장, 실제로 메리 여왕의 왕권 수복을 위해 음모를 세웠다가 처형당한 역사적 인물인 앤터니 배빙턴 등, 실재했던 역사적 인물과 배경, 사건 들이 작가가 재구성한 이야기에 사실감을 더해, 모험적 판타지 소설과는 색다른 긴장감과 흥미를 전달한다. 마거릿 마이가 말했듯 ‘리얼리즘에 뿌리를 둔 판타지’는 오락성보다 서정성이라는 열매를 더 많이 선보인다. 판타지의 독특한 문법 - 말초적 판타지는 가라! 페넬로피와 마음을 나눈 옛 사람들의 운명, 역사의 비극적 말로는 이야기에 아련하고 서정적인 정서를 더한다. 페넬로피는 이미 결정된 그들의 운명을 어렴풋이 기억하면서도 정작 과거에 가서는 기억할 수도 말해 줄 수도, 나아가 이미 정해진 운명을 바꾸어 줄 수도 없다. 개인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페넬로피는 다른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성취감을 느끼는 대신 무력감과 슬픔, 안타까움을 느낀다. 마지막 걸음에서 페넬로피는 다시는 사랑하는 옛사람들을 만나지 못할 것을 직감하지만, 영원히 그들과 함께 묶여 있다는 것을 확신하며 슬픔을 넘어 한 걸음 성장한다. 주인공이 환상 세계와 현실세계를 오가며 성장해 나가는 성장 소설적 성격은 다른 판타지 소설과 맥을 같이한다. 급박한 전개로 짜릿한 흥분을 전하는 말초적 판타지에 지친 독자라면, 역사를 배경으로 잔잔한 흐름을 유지하는 서정적인 판타지의 새로운 매력을 맛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