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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찬우에게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애를 가진 삼촌과 함께 사는 문제로 엄마와 다투던 아빠는 삼촌을 데리고 집을 나갔고, 찬우는 엄마 곁에 남겨졌지만 회사 일이 바쁜 엄마는 찬우의 말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었다. 찬우는 홀로 어둠과 노랑머리의 공포를 견뎌야 했다. 엄마, 아빠, 선생님….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찬우는 결국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채 자신 안에 꼭꼭 숨어 다른 아이들에게 짓궂은 행동으로 비뚤어진 마음을 표현하게 된다. 그럴수록 어른들은 찬우를 나쁜 아이로 취급했고, 친구들은 멀어졌다. 찬우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가상의 현실인 게임 속으로 빠져드는 것뿐이었다. 게임 속에서는 현실과 달리 노랑머리에게 마음껏 복수를 할 수 있었기에. 이야기는 찬우가 5년 만에 만난 아빠를 따라 시골 농장에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노랑머리 때문에 노란색만 보면 불안과 공포, 분노를 느끼는 찬우는 농장에서 처음으로 새끼 오리들을 만났을 때도 노랑머리 이미지가 떠올라 괴로워한다. 가해자에 대한 엇나간 복수심 때문에 폭력의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거나 폭력성을 노출하는 경우처럼, 찬우는 오리들을 괴롭히고 고양이에게 돌멩이를 던지는 등 폭력성을 드러낸다. 노랑머리에 대한 공포심만큼이나 분노와 복수심 또한 커졌기 때문이다. 어여쁜 노란 오리에게서도 노랑머리의 폭력을 떠올릴 만큼 쇠약해진 찬우의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한줄기 희망은 찬우가 선우라는 동갑내기 친구에게서 위로를 받고 마음을 나눌 용기를 냈다는 것이다. 찬우를 피하기만 하던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선우는 스스럼없이 다가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또 찬우는 오랜만에 만난 아빠에게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으며 그동안의 원망과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자기 때문에 상처 입은 오리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면서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되찾아 간다. 오리의 눈망울에서 자기 모습을 보았고, 다친 오리를 버려두기는 싫었던 것이다. 똑! 똑! 똑! 들어가도 되겠니? 찬우 아빠는 축사에 들어갈 때 노크를 하고 들어간다. 갑자기 들어가면 오리들이 놀랄지도 모르니 오리들에게 들어가도 되냐고 묻는 것이다. 상처받은 아이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리 노크하고, 기다리며, 그 마음이 열리기를 기다려야 한다. 한 발짝씩 다가가야 한다. 상처투성이 아이가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어 보인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부모라도 아이를 함부로 대하거나 그 마음을 예단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나쁜 행동을 하는 아이라도 모든 면이 다 비뚤어지고 잘못된 건 아니다. 일방적인 야단이나 훈계보다는 관심을 가지고 아이의 상황을 잘 살펴보면서 아이의 마음이 잘못된 행동으로 나타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찬우처럼 몸과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아서 비뚤어진 행동을 하는 경우라면 특히 더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위로해 주어야 한다. 피해를 입은 아이의 잘못 때문에 문제가 시작된 것이 아니기에 세상에 존재할 또 다른 찬우를 만난다면 안전한 곳에서 따뜻하게 보호해 주어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